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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자뷰티 Aug 28. 2024

내가 사는 곳이 말하기 부끄럽나요?

직장 10년 차 분노로 시작한 재린이의 경제적 자유 달성일지 #10

나는 어디에 살아야 하지? 


지금까지 수많은 집을 거쳐왔으며, 수 없이 많은 짐을 풀고 정리해 왔다.

물론 내가 외교관만큼 짐을 많이 싸고 풀지는 않았겠지만 평범한 사람들 보다는

숱한 이사를 해왔던 것 같다.


서울로 대학에 들어가면서 어느 지방에서 온 사람들처럼 학교 근처로 집을 구해야 했다.

그때 집을 구했던 기준은 "가격"과 "안전"이었다.

그렇게 찾았던 곳이 <대로가 고시텔>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다시 고시텔에서 거주할 수 있냐고 물어보면 절대 불가능!이라고 답할 것 같다.

몇 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 침대와 책상, 화장실이 함께 있다.

그 작은 화장실에 변기와 샤워실이 함께 있다.

식탁 따위는 없기에 책상이 공부하는 곳이자, 식사를 하는 장소다.

밥을 먹고 다리만 뻗으면 바로 침대이기에 이동 동선은 짧아 좋았다.

창문이 있는 방은 가격이 3만 원 더 비싼던 점이 기억난다.


그 뒤로 원룸에 거주하기도 했으며 학교 기숙사, 직장 근처 오피스텔, 

이직으로 인한 다른 지역 오피스텔 등 숱한 이사를 거쳐왔다. 


출퇴근할 때 전철이나 버스 창문 밖으로 보이는 수많은 아파트 중 내 집 하나가 없었다.
친구들과 우리는 늘 이런 말을 해댔다.
"이렇게 집이 많은데 내가 몸 하나 편히 누일 집 하나가 없네."


거주비 너무 비싸! 동거로 거주비 절감하기


직장 근처 오피스텔  대다수가 <월세>인데 이 월세라는 것을 지불하고 나면 월급에서 큰 덩어리가

하나 떨어져 나간 기분이었다. 월세 지불 후의 내 통장은 아주 가볍고 귀여워졌다.


고정비를 아끼기는 여간 쉽지가 않다.

그렇다고 현재 거주 수준을 낮춰 다시 고시텔에 들어간다거나 회사에서 지나치게 떨어져 있는 외진

지역에 거주하기는 쉽지 않았다.

가격이 저렴한 집은 슬프게도 야근이라도 하고 집에 돌아가면 '이 가로등 하나 없는 곳을 질주해서 지나갈 수 있을까?'는 생각이 드는 곳뿐이었다.

집이 좋으면 가격이 비싸고, 가격이 저렴하면 거주지로 적합해 보이지 않았다.


본디 집이란 어느 정도 수준으로 올려버리면 그 이하로 내려가기는 쉽지 않다.

가장 가격이 저렴한 고시텔을 잠깐 고민했지만 이직까지 해서 급여가 나쁘지는 않은 편인데 

여기서 고시텔로 다시 돌아가기에는 쉴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 사라질 것 같아 원치 않았다. 


오랫동안 혼자 살다 보니 점점 외로움도 사무쳐 올라왔다.

거주비와 외로움! 두 가지 복합적인 감정이 휩싸였을 때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동생이 마침 대학교 진학을 위해 서울로 올라오게 된 것이다.


그때부터 동생을 꼬시기 시작했다. (크크, 나는 계획적인 파워 J 지!)

나랑 같이 살면 거주비도 아낄 수 있고, 내가 그래도 돈을 벌고 있는 직장인이니 

야식도 많이 사주고 간식도 사주겠다. 거주비도 내가 더 내겠다! 너는 몸만 와라.

설득 타임만 최소 2개월을 거쳤다. 

주거비 절감과 치킨 야식에 동생은 넘어갔다. (후훗, 단순한 녀석!)

그렇게 동생의 학교와 내 직장 사이의 적당한 지점에 집을 구했다.

다행히 운도 좋게 마침 어떤 법인에서 보유한 자산인 오피스텔이 매물로 나와

저렴한 비용으로 우리의 둥지를 틀었다.


법인에서 보유한 자산이다 보니 시세보다는 다소 저렴하게 집을 내주었다.

그렇게 나의 고정 지출이었던 월세는 동생과의 거주로 무려 3분의 1씩이나 절감됐다.

양심상 내가 3분의 2를 지불하고, 동생이 3분의 1을 지불했다. 


동생에게 치킨과 각종 야식을 지불하고서도 돈이 남는 쾌거를 거뒀다.

물론 치킨은 알다시피 시키면 같이 먹기에 나한테도 이득이다 ^^

치킨을 얻어먹은 동생의 만족감은 배가 되고, 고정비를 줄이고 외로움도 극복한 

나의 행복감은 트리플로 향상된 훌륭한 플랜이었다.


자꾸 왜 사는 곳을 물어봐?


동생도 취업하고 나도 얼마 있지 않아 결혼을 했다. 

결혼을 하고 남편과 나는 역과는 가깝지만 세대수가 작고 굉장히 오래된 구축 아파트에서

첫 신혼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이런 곳에 이런 아파트가 있어?'라고 물을 정도로 첫 신혼집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말하기에는 민망한 곳이었다. 혼자 살 때는 사실 이런 점에 대해 거의 생각하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결혼을 하고 나서 자꾸 내게 어디 사냐는 질문들이 더 많이 들어왔다.


"어머 결혼 축하해요! 그럼 어디에 신혼집을 구했어요?"

"00 지역에 구했어요. 학교랑도 가깝고 서로 회사에서도 중간 지점이라서요."

"아.. 그렇구나. 그럼 다음에 봐요!"


그 '아.. 그렇구나'가 자꾸만 귀에 맴돌았다.

우리 직장은 그래도 나름 나쁘지 않은 편이라 직장에 다시는 분들 대부분은 거주 여건이 괜찮은 편이다.

보통 그들이 거주하는 지역도 정해져있었다. 교통이나 환경적으로 괜찮은 곳이 대다수였다.

남편과 내가 거주하는 지역은 사실 거주지나 신혼집으로 적당한 지역은 아니었을지라도 매물 가격도 저렴했고

둘이 살기에도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그런데 00 근처에 거주한다는 말만으로도 사람들의 반응은 아리송했다.

이게 한 번 만이었으면 나도 그러려니 했을 텐데 여러 번 사람들이 물어보고, 다 비슷한 반응으로 돌아왔다.

'거기 산다고? 왜 거기 살지? 너희 자산 수준이 그 정도밖에 안 되는 거야?'
이런 느낌의 부연의 메시지가 그 함묵적인 대답에서 반복됐다.


하나 예를 들자면 이런 적도 있었다. 참고로 이건 남편의 사례다.

"김 대리, 신혼집 어디에 구했어?"

"저는 잠실 쪽에 구했습니다"

"오, 좋은 곳으로 구했네. 이 대리는 집 어디로 구했어?"

"저는 00 근처로 구했습니다."

"아.. 그렇구먼. (추가 대화 단절)"


내가 사는 곳이 말하기 부끄럽나요?


나뿐만 아니라 남편까지도 이런 경험을 숱하게 하다 보니

 <어디 사는지에 따라 사람들은 자산 수준을 가늠한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전셋집에 깔고 앉은 돈을 최소화하고 열심히 저축해서 내 집마련에 힘쓰는 우리 부부에게 이런 경험은

한편으로는 억울하기까지 했다.

"아니 우리가 저렴한 곳에서 살면서 혹여나 강남에 집 가진 사람일 수도 있는데 사람들 반응은 왜 저래?"

어떤 날은 조금 짜증 나서 남편에게 내가 한 말이었다.


아무래도 우리 둘 다 직장이 나쁘지 않은 편이다 보니 사람들은 '왜 굳이 거기에 살지?'라는 느낌으로 대화를

이어나간 것 같다. 뭐 사실 이해는 간다. 나 또한 누가 '강남 산다'라고 하면 '저 사람이 강남에 산다고?' 하며

놀랐던 것이 엊그제였다. 물론 <강남>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놀란 점도 있지만 나 역시 사람들이 어디 사느냐에 따라 알게 모르게 부의 척도를 가늠했을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내가 사는 곳을 물어보면 약간 민망한 듯 대답을 하고는 했다.

그리고 항상 말을 덧붙였다.

"남편과 제 직장 중간점이라서요. 나중에 얘기 낳으면 이사하려고요."

투머치 부연설명으로 무언가 '나의 상황이 네가 생각했던 것만큼 나쁘지 않다.'라고 말하고 싶었던 걸까?


실제로 거주하기에는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물론 야근을 하고 나오면 어두워서 남편이 가끔 나를 데리러 오기는 한다.

아주 오래된 아파트지만 집 자체는 깔끔한 편이었고, 거주하기에는 불편함이 없었다.

그럼에도 내가 사는 곳이 부끄럽다고 생각한 건 처음에는 사람들의 반응 때문이었고 

그다음은 왠지 모를 나의 자격지심이었을지도 모른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런 순간은 한순간이었지만 굉장히 저렴한 전셋집에 거주한 덕분에

우리는 돈을 빨리 저축할 수 있었다. 플러스, 부동산 하락장에 내 집마련도 성공할 수 있었다. 

내 집마련이라고 엄청 거창한 집은 아니었지만 우리가 살기에는 부담 없는 소소한 집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그 집은 출퇴근도 용이했고, 돈을 모으기도 알찼다.

거주하기에도 불편함이 없었고, 고시텔에서도 오래 살아봤던 나였기에 그 정도 집이면 사실 선녀였다. 

그럼에도 가끔 신혼집을 고르거나, 회사 근처 집을 선택할 <나의 기준>이 아닌

혹여나 <남의 기준>으로 집을 고르지 않았으면 한다. 


집을 구매하는 경우면 모르겠지만 전세나 월세집이라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적당한 가격의
집에서 고정비를 최소화하고 저축을 하는 방향을 추천하고 싶다.


내 집마련을 하고 이사 전에 전셋집을 빼기 위해 새로운 세입자들에게 집을 보여주면서 있었던 에피소드로 

이번 이야기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신규 세입자 분들이 우리 집을 보러 오면서 부동산 사장님이 항상 했던 말이 있다.

세입자 분 : "집 위치는 나쁘지 않은데, 집이 너무 오래되서 아쉽네요."

부동산 사장님 : "이 정도 가격에 이 정도 없어~ 분들 여기서 모아서 사서 가시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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