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머리 기획자의 호주 이야기
첫 번째 브런치북 연재를 마치고 원래는 8월 한 달을 통째로 쉬려고 했다.
이유는 한 가지였다. 두 번째 브런치북에 대해서 약간은 신중한 접근을 좀 해보고 싶어서 그랬다. 그렇다고 첫 번째 브런치북을 준비할 때 신중하지 못했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동안 내 개인 노트에 다음에 이어서 쓸 이야기에 대해서 주섬주섬 적어 놓았던 아이디어들이 있었는데 그것들을 좀 더 시간을 갖고 리뷰를 충분히 해보고 두 번째 브런치북에 대한 이야기 주제를 정하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첫 번째 브런치북 연재를 끝내고 발간 링크를 눌러서 완전히 종료를 하고 난 후에 생각해 보니 만약에 내가 한 달이라는 긴 시간 동안 아무 글도 올리지 않고 시간을 보내면 그동안 매주 한편씩 올렸던 나의 글들을 읽어주시고 그리고 감사하게도 라이크까지 해주신 분들이 나를 잊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되었다.
더불어 갑자기 글을 안 쓰고 쉬면 그동안 매주 쌓아왔던 루틴이 하루아침에 깨져버리고 나중에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하면 어색하지 않을까라는 등등의 온갖 잡념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래서 결국은 계획은 수정되었고 쉬는 대신 바로 두 번째 스토리를 쓰기로 했다. 생각해 보니 내가 뭐 대단한 글을 출판한 작가도 아니고 이제 겨우 브런치에서 첫 연재 이야기 한편을 끝냈을 뿐인데 한 달 동안이나 글을 안 쓰고 쉬겠다고 생각한 것도 참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래서 결국은 두 번째 브런치 북 연재를 바로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나의 두 번째 브런치북도 역시 나의 이야기이다. 첫 번째 북이 나의 내면의 감정과 생각들을 위주로 글을 쓰고 공유했다면 이번 두 번째 책은 나의 직업과 관련된 이야기다.
나의 현재 직업은 프로덕트 매니저다. 굳이 한국말로 번역한다면 제품 기획자라고 하는 것이 비슷할 것 같다. 제품 중에서도 IT 플랫폼 기획을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이 일을 한국이 아니라 먼 이국땅 호주 시드니에서 하고 있다. 15년 전 호주로 이민 와서 나름 한국에서 일했던 경력을 그대로 살려서 일하고 싶어서 여러 회사를 지원했지만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남의 나라에서 그것도 백인들이 주류로 터전을 잡고 있는 곳에서 한낮 검정 머리 동양인이 기획을 하겠다고 하니 참 우습기도 했는지 처음에는 아무도 받아 주지 않았다.
결국엔 기획자가 되었고 10년 넘게 이 일을 하고 있는 50대 중반을 달리고 있다. 기획을 하기에는 약간은 많은 나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나는 여전히 호주의 젊은 엔지니어들과 날마다 새로운 제품을 만들고 시장에 론칭을 하는 일을 치열하게 하고 있다. 지난 15년간의 시간들은 말 그대로 롤러코스트를 타는 기분이었다. 힘든 일도 기쁜 시간들도 많았다. 소중한 경험을 했다고 스스로 자부한다. 다른 분들에게 공유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번 연재글들은 이런 분들에게 권하고 싶다.
- 프로덕트 기획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이나
- 프로덕트 매니저로 자신의 커리어를 만들어 가고 싶으신 분들
- 혹시 외국에서 기획자로 일을 하고 싶으신 분들이나 그런 계획이 있는 분들
- 특히 호주로 이민 와서 직장을 잡고 새로운 도전을 하려고 계획하는 분들
- 호주의 직장 문화가 궁금하신 분들
북반부는 무더운 여름을 지나가고 있지만 지금 여기 시드니는 반대로 계절이 겨울이다. 겨울이라고는 하지만 한국처럼 펑펑 눈이 오거나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서 빙판길이 생기는 일은 아예 없지만 그래도 추운 건 마찬가지다.
다시 새로운 브런치 북 연재를 한다고 하니 다시 나의 심장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낀다. 사실 내 나이쯤 되면 추운 겨울에는 심장에 너무 무리가 가는 일을 하면 안 된다. 그래서 너무 많이 기대를 하거나 너무 잘 쓰려고 애쓰지 않으려고 한다. 그저 매주 누군가가 내 옆에 있다고 상상하고 그에게 나의 이야기를 한다는 마음으로 글을 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