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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M Oct 28. 2024

결국엔 사용자 경험이다

최근에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 예전 인터뷰와 강의 동영상을 많이 찾아보았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가끔씩 동기부여가 필요하거나 뭔가 영감이 필요하다 싶으면 가끔 돌려보곤 한다. 

아래의 비디오가 최근에 나의 가슴을 다시 뜨겁게 만들었다.


https://youtu.be/oeqPrUmVz-o?si=dgXzN7z4THWWRcWB


그의 말 중에서 아래의 문장이 비수를 꽂았다.

You gotta start with customer experience and work backward to technologies. 

플랫폼 기획자로 새로운 서비스나 제품의 비전을 정의하고 그것을 실제로 완성시키는 과정을 리드하다 보면 참 많은 일들을 다양한 사람들과 하게 되는데 저처럼 특히 IT 플랫폼 기획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팀과 협업을 하는데 많은 시간을 쏟아붓는다. 결국엔 그들이 내가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의 실체를 만드는 사람들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많이 의존할 수밖에 없다. 


엔지니어링 팀과의 협업은 늘 밀땅의 연속이다. 기획자는 자신의 비전과 아이디어를 그대로 구현해서 사용자에게 제공하고 싶은 의지가 있다. 반대로 그것을 제작해야 하는 엔지니어링 팀은 늘 언제나 기술적 한계, 제약, 도전 등을 협상의 테이블에 올린다. "아.... 이건 도저히 안될 것 같은데요" 또는 "가능은 한데 좀 복잡한 로직이 들어가야 해서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등등의 말들을 쏟아 낸다.


이럴 때마다 기획자들은 머리가 좀 아프다. 그들이 말하는 도전, 제약, 한계 등등이 이해 안 되는 바가 아니나 그렇다고 해서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없다. 그중에서도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 딱 하나가 있다. 바로 "사용자 경험"이다. 


엔지니어링 팀과 협업을 하기 전에 기획자들은 디자이너들과 사용자 경험에 대한 미팅을 굉장히 오랫동안 한다. 초기 디자인이 나오면 1차 리뷰하고 수정하고 또 리뷰하고 그러고도 또 리뷰의 반복을 계속하곤 한다. 그만큼 사용자 경험에 대한 디자인이 중요하다. 


디자이너와의 사용자 경험을 정의할 때는 당연히 기술적인 부분은 가능한 배재하는 경향이 많다. 기획자 중에서 (나처럼) 기술적인 백그라운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가끔씩 사용자 경험을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미리 기술적인 요소들을 디자이너들에게 공유하고 사전 조정이 있지만 문과 쪽 공부를 하고 기획자가 된 사람들은 그럴 리가 없다. 이유는 당연하다. 디자이너에게 그 어떤 제약을 주지 않으려고 한다. 오로지 최종 사용자 입장에서 어떤 경험이 가장 유익하고 좋을 것인가 그것만 생각하게 만든다. 


나도 기획자가 되기 전에 개발자였다. 그래서 개발자들의 생각이나 마음을 전혀 모르는 바가 아니다. 대학 졸업 후 주니어 개발자일 당시에 팀장님이나 프로젝트 관리자가 무작정 던져 주었던 요구사항들에 대해서 불평하곤 했었다. 하지만 결국 서비스나 제품의 성공은 결국 최종 사용자에 의해서 결정된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뒤편에서 돌아가는 화려한 기술들은 사용자들에게는 안 보인다. 그들은 그것들이 무엇인지 모르고 막말로 상관하지 않는다. 


제품이 거의 완성단계에 들어가면 기획자는 늘 사용자 테스트를 한다. 가끔은 회사 내부의 직원들을 랜덤 하게 초대해서 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주 중요한 것들은 외부의 사용자 테스트 전문 회사에 용역을 맡기곤 한다. 이것을 하기 전에 프로젝트 팀은 항상 자신 만만하다. 그러나 늘 그렇듯이 모든 것이 우리가 원하대로 되지는 않는다. 사용자들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그들은 우리가 전혀 생각지 못한 방식으로 제품을 사용하기도 한다. 물론 그런 것들이 항상 옳다고는 말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런 패턴을 보면 놀랍다.


최근 들어 고객들을 대상으로 제품 데모를 한 적이 많았다. 데모는 늘 힘들다. 예상대로 준비를 많이 했어도 꼭 무슨 사고가 터지거나 혹은 예상치 않은 질문들이 고객으로부터 나오는 경우 당황스러운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플랫폼 기획자들은 데모가 있는 경우 사전에 제품을 많이 사용해 본다. 이렇게도 사용하고 저렇게도 사용해 보고 마치 내가 최종 사용자인 것처럼 상상하면서 말이다. 


이렇게 데모 준비를 하면서 내가 마치 사용자인 것처럼 프리 스타일로 제품을 막 사용하다 보면 "이게 맞는 방향인가?" 혹은 "이걸 왜 이렇게 만들었지?"라는 것들이 뒤늦게 발견되곤 하면서 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엔지니어들은 자신들의 본업에 늘 바쁘다 보니 사용자 입장에서 자신들이 만드는 제품을 써보거나 고민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그저 자신이 만든 파트가 문제없이 잘 작동되면 그걸로 자신의 임무가 끝난 걸로 생각한다. 이것이 잘못되거나 틀리다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팀원들에게 부탁한다. "여러분들이 사용자라고 생각하고 만드세요. 그래서 가끔씩은 써보셔야 해요. 그래야 우리가 제대로 맞는 방향으로 가는 것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어요"라고 말이다.


서점에 가면 "사용자 경험"에 대한 인사이트를 주는 책들이 무지 많다. 온라인에 비디오도 많고 강의도 무수히 많다. 그런데 그런 많은 책을 보고 강의도 듣고 비디오를 보더라도 실전에서 참 그것들을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 이유는 뭘까?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을 공유하면 이렇다.


내가 생각하는 첫 번째 이유는 좋은 사용자 경험을 만드는 것 자체가 일단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를 들자면 인내심이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 이유 때문에 개인적으로 애플을 존경한다. 그 어려운 것을 해내고 결국엔 사용자들을 만족하게 만든다. 내가 애플 내부 사정을 모르지만 아마도 뭔가의 새로운 기능을 사용자에게 노출시킬 때 그들은 엄청난 인내심을 가지고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할 것 같다. 정해진 시간까지 만족스러운 사용자 경험이 안 나오면 제품 출시를 연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그것으로 항상 승부를 건다. 사용자들이 만족하지 않은 제품을 시장에 내놓기보다는 더 완성된 것을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인내심이 보인다.


돌이켜 보면 지난 몇 년 동안 기획을 하고 제품을 출시하면서 항상 시간에 쫓겨서 맨 처음에 MVP (Minimum Viable product) 버전 또는 베타버전이라는 변명을 앞세워 덜 완성된 제품을 빨리 시장에 출시해서 사용자들에게서 피드백을 듣고 난 후 제품을 더 업그레이드하곤 했었다. 부끄럽다. 제품을 출시하기 전에 사용자를 더 많이 생각하고 어떤 방향이 그들의 경험치를 최대한 만족시킬 수 있는가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하고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를 못했다. 


무슨 제품을 하던지 결국엔 사용자 경험이 좋았던 제품들이 늘 성공적이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플랫폼 기획자들은 디자인 공부를 돈을 주고서라도 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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