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사과

사과향기, 컴퓨터실 자판 위에 흩날리고

by 최형식

특별활동 시간입니다. 나는 계단을 내려가서 컴퓨터부로 갔습니다. 그런데 컴퓨터실 문 앞에 4학년 아이가 혼자 서 있습니다. 아이는 나를 보자마자 금방 눈물을 쏟을 듯 울먹였습니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 묵묵부답입니다. 대충 감이 잡힙니다. 아이들끼리 서로 좋은 컴퓨터를 차지하기 위해 자리 쟁탈전이 벌어졌을 터입니다. 수요일마다 있는 일입니다.


4학년을 앞세우고 컴퓨터실에 들어가서 눈을 날캄하게 뜨고 아이들을 봅니다. 찬바람이 휑하니 실내를 한 바퀴 감아 돕니다. 나는 목소리를 한껏 낮추고 물었습니다.

“누가 그랬냐?”

우리 학교에서 가장 키가 큰 6학년이 어슬렁거리며 앞으로 나왔습니다. 어깨를 들썩이며 흑흑거리는 4학년을 다독거리며 내가 물었습니다.

"어디를 때리던? 몇 대나 맞았니?"

작은 아이가 갑자기 설움에 겨워 울음을 쏟아내며 말합니다.

"아까… 엉어…아…형아가… 해서…."


울음과 함께 나오는 말소리는 도저히 해석이 안됩니다. 차가운 내 시선이 키다리 6학년을 향합니다. 그러나 절대 때렸지 않았다고 합니다. 주위에 있던 아이들한테 물어보니 6학년이 동생한테 폭력을 하지 않는 것이 확실 한 것 같았습니다.


사연이 이러했습니다. 컴퓨터실 문이 잠겨 있었습니다. 제일 먼저 컴퓨터실 앞에 온 6학년이, 4학년한테 교무실에 가서 컴퓨터실 열쇠 가져오라고 시켰습니다. 그런데 4학년이 형님 말씀을을 무시하고 싫다고 했답니다. 할 수 없이 6학년이 열쇠를 가져와 문을 열었고, 4학년 더러 “너는 컴퓨터실에 들어오지 마!”라고 했답니다. 졸지에 퇴출당한 아이는 너무 서러웠던 것입니다.


이런 상황이 제일 난감합니다. 직접 폭력을 쓰지 않았지만 4학년 동생이 꺼이꺼이 울 정도로 괴롭힘을 주었으니, 댓가를 치루게 하느냐 마느냐 난감합니다. 역지사지를 들먹이며 주저리주저리 훈계하면서도 시원한 해결 방법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러던 어느 순간, 6학년 형님 눈이 뿌옇게 흐려지더니 그렁그렁 눈물이 맺힙니다. 그리고 내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4학년에게 다가가 손을 잡고 말했습니다.

“미안하다. 동생아”

키 큰 6학년 모습이 측은해 보였던지 4학년도 목메어 답을 합니다.

"괜찮다. 행님아"


나는 아직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는데 키 큰 6학년과 키 작은 4학년이 저희들끼리 화해를 했습니다. 눈물이 눈물에게 사과하고, 눈물이 눈물을 용서합니다. 누군들 그 애틋한 눈물 사과를 받지 않겠습니까. 컴퓨터실에 다시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아이들의 자판 두드리는 소리가 콩 볶는 것처럼 신나고, 어디선가 날아온 달콤한 사과 향기가 수요일 오후를 가득 채웠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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