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 자고 잘 먹자.
우리에게는 자신만의 회복할 시간이 필요하다.
자기만의 방법과 자신만의 속도로 상처 입은 마음과 영혼의 소진을 천천히 회복할 수 있는 그런 시간이 필요하다.
살아간다는 것은 끊임없는 불확실성에 지속적으로 나를 노출시키는 것과 같다.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 나를 막연히 세워둬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쭉 서 있다 보면 즐겁고 행복한 일들이 찾아올 때도 많고 기쁘고 보람된 일들이 우리를 충만하게 채워줄 때도 있다.
이럴 땐 딱히 애를 쓰지 않아도 안정감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러면 그대로 머물면 된다.
그러나 당연히 불행한 일들도 찾아온다.
비극은 빠짐없이 나타나고 힘든 일들은 수시로 일어난다.
재난과 사고, 질병은 별안간 우리를 찾아오고 고난과 고통은 매번 빼꼼히 얼굴을 내민다.
이럴 땐 먼저 누구에게나 실패할 수 있고, 절망할 수 있고, 슬퍼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
실패를 괴로워할 수 있는 시간과 절망을 토해낼 수 있는 시간과 엉엉 소리 내어 슬프게 울 수 있는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
그래야 아픔의 시간에 충분히 머물 수 있다. 그래야 비로소 조금씩 벗어날 수 있다.
이렇게 삶이 던지는 가혹한 질문에 맞서 실패하고 절망하고 슬퍼할 수 있는 시간은 회복을 위한 시간이기도 하다.
자기만의 방법으로 낙담과 소진을 다루면서 어루만져주고 채워줘야 한다.
그렇게 자기 자신에게 회복을 위한 돌봄을 충분히 제공해 주어야 한다.
오늘 아침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쳐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는 둘째를 꼭 안아주었다.
울음을 삼키며 우는 아이라 항상 마음이 짠하다. 감정이 차오르면 언어가 저 아래로 내려가는 아이라 스스로도 그 이유를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한다.
그러니 그 마음은 얼마나 답답하고 힘들겠는가.
오만가지 생각과 걱정이 몰려왔지만 깊은 호흡과 함께 꿀꺽 잘 삼켰다.
지금은 고통의 이유와 원인을 알아내는 것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지금은 푹 자야 한다. 마음이 지칠 땐 거의 대부분 몸이 지쳐 있을 때가 더 많다.
그렇게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한껏 쉬고 나면 일어나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 필요하다.
몸에게 편안한 휴식과 풍부한 영양을 공급해 주면 단순하지만 인간은 상당히 회복이 되는 경우가 많다.
품 안의 아이를 침대에 눕히고 목까지 이불을 덮어주었다.
오늘 하루는 많이 자고 푹 쉬고 일어나 먹고 싶은 맛있는 음식을 먹기로 했다.
아이의 눈물이 조금씩 그쳤다.
선생님께 결석 문자를 보내며 생각했다.
우리는 각자 모두 자신의 위치에서 치열한 전쟁을 치르며 살아간다.
최선을 다해 자신을 지키기 위한 전략을 짜고 실행해 옮기며 가진 총알을 열심히 사용한다.
상처를 주고 상처를 입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난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삶은 때때로 전쟁과 같기 때문이다.
그럴 때 우리에게는 회복의 시간이 필요하다.
상처를 치유하고 아픔을 어루만지고 슬픔을 애도하며
몸과 마음의 상태를 조금은 더 쾌적한 상태로 되돌리는 시간이.
이를 위해서는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 때까지 기다려주고 버텨주는 돌봄이 작동해야 한다.
스스로를 돌보고 사랑하는 이를 돌보면서 회복을 경험할 수 있도록.
그렇게 회복을 경험할 수 있을 때 삶의 평화가 시작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