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의 주문
이제 유산소보다 근력운동이 더 중요한 나이가 되었음을 실감하고 있다.
실제로 여기저기서 고령화 시대 가장 필요한 투자는 노화를 예방하는 근테크라고 하는데, 실제로 노년에는 근육 1kg당 1억의 가치가 있다는 웃픈 얘기도 들린다.
100세 시대가 기정 사실화된 것 같은 분위기이지만, 침대에 누워 100세를 사는 일은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다.
생명의 근간은 움직임이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다면 생명으로써의 의미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침대에 눕는 순간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가 어려워진다. 인간에게 자조능력은 곧 존엄성을 지키는 기본 요소이다.
먹고 씻고 자고 움직이는 가장 기본적인 활동을 누군가의 손에 의지하며 살아야 한다면 삶은 정말이지 고통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마지막 순간을 맞이할 때까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유의미한 투자가 바로 근테크이지 않을까. 즉, 죽음을 잘 맞이하기 위해서 젊은 시절 돈을 저축하듯 근육을 꾸준히 길러놓아야 한다는 의미다.
이제 신체적으로 젊음이라는 기간을 지나 늙음으로의 과도기를 지나고 있는 입장에서 매우 솔깃한 이야기다.
그래서 요즘은 헬스장에서 운동을 할 때마다 근력운동을 추가하고 있다.
노화 전문가들은 20대와 30대 때에는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의 비율을 7:3으로 유지하면 좋고 60대와 70대의 경우에는 3:7로 유지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나는 아직은 5:5 정도로 유지하고 있는데, 근력 운동을 오래 지속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기 때문이다.
처음 헬스 기구에 앉아 동작을 하기 시작할 때에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100개를 계획한다.
도대체 100이라는 숫자가 어디서 나온 숫자인지 그 기원을 전혀 알 수는 없으나.., 여튼 한 기구마다 100개씩 목표로 잡고 동작을 시작한다.
그런데 막상 아, 100개를 채워하는데.,라고 생각하면 부담이 되기 시작하고 의욕이 감소한다.
100개를 언제 다 하냐.., 그냥 오늘은 50개만 할까..? 아아, 그래도 목표치를 채워야지.,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면 안 돼., 아니, 세상에 싸울 일이 얼마나 많은데 굳이 자신과 싸워서 뭣하냐.,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면 이미 정신은 충분히 지치기 시작한다.
그래서 요즘엔 그냥 15개만 먼저 시작하자고 마음을 먹는다.
일단 15개를 먼저 하게 되면 조금씩 몸에 힘이 붙고 감각이 살아난다.
그렇게 다시 15개만 한다. 계속 15개씩만 먼저 하면 어느새 100개가 채워진다. 물론 종종 100개를 다 못 채울 때도 있지만 그렇게 마음이 무거워지진 않는다. 왜냐하면 나는 이미 15개를 했기 때문이다. 하하하.
매우 단순하지만 적용이 용이한 이 방법을 나는 요즘 많은 영역에 적용하고 있다.
일단 읽어야 할 거리들이 산재해 있을 때 해야 한다는 생각에 압도되어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될 때, 일단 무조건 15분만 보고 있자고 다짐한다.
그리고 실제로 15분 동안 집중이 되든 안되든 계속 읽는다. 그렇게 읽다 보면 머리가 조금씩 회전되는 것이 느껴지고 내용이 아주 조금씩 머릿속에 들어온다.
물론 또 금방 정신이 혼미해지고 졸음이 몰려오기도 하지만 그러면 잠시 쉬었다가 다시 15분만 보자는 마음으로 책을 펼친다.
일단 15개만 먼저 한다. 15분만 읽는다. 15분만 글을 쓴다.
그 이후에 더 할 수 있게 될 수도 있고, 더 못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시작을 했으니 그것만으로 된 것이다.
인생의 장기적인 목표는 사실 아주 작은 단위의 단기적인 행동들이 반복적으로 쌓일 때 도달할 수 있다.
우리 모두가 다 아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