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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옌T Aug 17. 2021

독립변수와 외생변수

나만의 길을 가라

 얼마 전, 독립변수와 외생변수에 대한 지문을 읽었다. 지문에 따르면 우리가 특정한 원인이 특정한 결과를 가져온다고 믿을 때, 그 원인은 ‘독립변수’, 그에 따라 변하는 결괏값을 ‘종속변수’라고 한다. 예를 들어 특정 선거광고가 투표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연구에서 선거광고는 독립변수, 광고를 보고 해당 후보자에게 투표를 한 것은 종속변수가 되는 것이다. 당연히 독립변수와 종속변수에는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 같지만 우리는 종종 ‘외생변수’에 대해서 간과한다. 외생변수란 독립변수 외에도 종속변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를 의미한다. 선거광고 말고도 후보자 선택에 영향을 미친 다른 요소들, 가령, 학연, 지연, 혈연, 후보자의 연설 등을 말이다.


 이 글을 읽고 과거에 같은 반에서 공부하던 두 편입준비생이 떠올랐다. 해당 학원은 편입 학원 중 가장 큰 브랜드 학원의 가장 큰 강남 캠퍼스의 학생들이었는데 성인인 학생들은 서로 대화를 나눌 일이 없고 학원에서도 학생들의 친목을 철저히 금지시키고 있기 때문에 서로에 대해서 알 길이 없다. 하지만 1년 혹은 그 이상의 기간을 한 반에서 함께 수업을 들으면서 서로의 존재를 의식하며 알게 모르게 경쟁의식도 가질 것이다.


 A라는 학생은 23살의 전문대생으로 재수, 삼수에 걸쳐 들어간 대학에서 학과 친구들이 다 붙는 전공 관련 자격증 시험에서도 떨어진 시험 트라우마가 아주 심한 학생이었다. 애초에 머리가 나쁘거나 노력을 안 한 것 아니냐고 하면 결단코 아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녀는 학원 문이 열리는 시간부터 닫히는 시간까지 책상과 한 몸이 되어 공부하고 주기적으로 보는 테스트 결과에서도 늘 상위권을 차지하는 우등생이었다. 시험공부를 많이 해봐서인지 공부하는 법을 아는 친구이기도 했다. 문제는 시험 이야기만 꺼내도 눈물을 글썽이는 약한 멘탈이었는데 실전 상황에서 불안과 긴장이 그녀를 극도의 패닉 상태를 만들어 집중을 전혀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 평소에 누구보다 열심히 한 학생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런 불안한 멘탈로 편입시험에서는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을지 내심 걱정이 되었다. 그녀는 평일에는 학교를 휴학하고 풀타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어 주말반을 듣던 학생이었는데 새벽부터 밤까지 공부하지만 평일까지 온전히 공부에 올인하는 B와 같은 다른 학생들에 비해 절대 공부시간이 부족한 것 같아 불안하다며 또 한 번 눈물을 터뜨렸다.


 반면에 이 B라는 학생은 20살의 발랄한 여대생으로 학교에서나 학원에서나 인싸인 학생이었다. 평일에도 시간을 투자해 공부할 수 있지만 실습이 많은 전공 때문에 편입 공부가 자꾸 뒷전이 되고 집이 지하철로 1시간 반 정도 거리에 있어 학원에 나와 자습을 하기에도 쉽지 않다는 것이 고민이었다. 편입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다면 현재 학교생활에서 포기하는 부분도 있어야 한다고 했지만 이제 막 성인이 되어 학교생활의 중심에 있는 그녀가 친구들과의 술자리 유혹을 뿌리치고 수업이 없는 날도 1시간 반이나 걸려 학원에 나와 공부하는 것은 몹시 어려운 일이었다. 그녀는 집이 멀어서 매우 힘들지만 A언니는 집이 15분 거리라 매우 부럽고 이동시간이 적으니 절대 공부시간이 많아 유리한 것 같다고 투덜거렸다.


 둘 중 누가 더 절대 공부량이 많을까? 이동시간은 적지만 오로지 주말에만 공부할 수 있는 A일까, 평일까지 공부할 수 있지만 학교생활과 긴 통학시간에 절대 시간을 확보하기 힘든 B일까. 나는 확실히 모르겠다. 두 사람 사이에는 외생변수가 너무나도 많다. 이제야 밝히지만 A는 자연계, B는 인문계 학생으로 애초에 공부하는 과목도 지원하는 전공도 다르며 시험을 치르는 시험지 내용마저 다르다. 그런데 그들은 왜 서로를 비교하게 되었을까? 나는 자신에게 부족한 것, 불안한 부분만이 보였을 거라고 짐작한다. 대다수의 수험생들도 이들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수험생활의 어려움을 독립변수와 종속변수만을 고려하여 좌절하는 것 말이다.


저 사람은 공부하는데 확보된 시간이 많으니(독립변수) 나보다 잘하겠지(종속변수).


 하지만 주 7일을 10시간씩 공부하던 학생 중에 부모님이 이혼 소송 중이라 집에서 나와있고 싶어 학원에 나오던 학생도 있었다. 물론 그녀의 절대 공부시간과 성적은 그다지 관련이 없었고, 수험생활 내내 괴로움을 토로하다 결국 시험을 중도포기했다. 간혹 나에게 와서 속마음을 토로하던 학생이었기 때문에 이런 사정을 알고 있었지만 대다수의 학생들은 자습실 붙박이인 그녀를 자신과 비교하며 엄청 경계하고 의식했다.


 나의 결론은 여러분이 외생변수를 이 비교에서 완벽하게 배제할 수 없다면 비교를 멈추고 나의 길을 가라는 것이다. 수험생활이 행복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른 사람과의 비교를 통해 나를 채찍질하고 자극을 받고 싶은 것이라면 물론 좋다. 하지만 이를 가지고 자신의 현 상황을 비관하고 자신의 불리함에 좌절하는 것은 전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모두들 저마다의 사정이 있다. 진부한 이야기이지만 여러분이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은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뿐이다. 어제의 나보다 부족한 내가 되었을 때만 좌절하라. 옆 사람이 시험을 포기하건 합격하건 내 인생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 당신의 인생도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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