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꼭 맞는 방법 찾기
어떤 명제가 나쁜 결과를 가지고 왔다고 해서 그것이 거짓은 아님.
어떤 명제가 좋은 결과를 가지고 왔다고 해서 그것이 참은 아님.
이게 무슨 소리냐고? 내 과외학생이 지독하게 이해를 못했던 <절대유형3142> 지문이다. 물론 지문에서도 예를 들어주긴 했는데 열아홉 짤 소녀에게는 너무 이해가 안 되는 철학이므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예시를 들어보자.
“자, 뫄뫄야. 네가 대학에 가려고 각 잡고 공부를 하려는데 수능 만점자가 한 인터뷰에서 ‘전 하루에 10시간씩 공부했어요(명제)’라고 하는 거야. 그래서 너도 만점자의 방법을 따라서 매일 10시간씩 공부를 했어. 그런데 점수가 좋지 않은 거야.(나쁜 결과) 그러면 ‘10시간씩 공부하는 방법이 잘못된 거다.’(거짓)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걸까? 반대로 성적이 잘 나왔으니(좋은 결과) ‘10시간씩 공부하는 게 진리이다.’(참)라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 똘똘이 뫄뫄는 예를 듣고 단번에 지문 내용을 이해해버렸다. 물론 예를 제시하기 전까지 많은 시간 고군분투를 하긴 했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렇다면 10시간씩 공부를 해야 한다는 걸까, 말아야 한다는 걸까. 의외로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하루에 00시간씩 공부하면 합격할 수 있을까요?”
“이때부터 시작하면 합격할 수 있을까요?”
“이 정도 양을 공부하면 합격할 수 있을까요?”
이런 질문에는 사실 해줄 대답이 없다. 답정너라면 이렇게 대답해줘야겠다.
“네, 합격할 수도 있겠죠.”
보통 이런 질문을 하는 학생들은 수험생활에서 본질 파악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매일 10시간 공부’의 본질은 뭘까? ‘꾸준히, 오래’하는 것 아니겠는가. 9시간 하면 떨어진다는 얘기가 아니다.
자, 다음 상황에서 본질 파악을 함께 해보자. 편입 영단어는 난도가 높고 양이 방대해서 다들 애를 먹는 부분이다. 물론 나도 단어 암기는 극혐이다. 그래도 학생들에게 나도 단어 암기 극혐 한다고 말할 수는 없으니 남의 팁이라도 얻어보자는 심정으로 유튜브에 “단어 잘 외우는 법”을 검색했다. 여러 영어고수 유튜버들이 다양한 팁을 쏟아냈다.
(1) 첫째 날은 day1을 외우고 다음 날은 day1과 day2를 같이 외운다. 그다음 날은 day1과 day2와 day3를 외운다… 일명 누적 암기법.
(2) 단어 암기를 위한 시간을 30분으로 정한다. 그 시간 동안 분량 제한 없이 암기 여부에 관계없이 암기할 부분을 최대한 많이 반복해서 본다. 이런 방식으로 남들이 한 번 볼 시간에 3회~5회독을 한다.
(3) 집중력은 오래 유지되지 않으므로 하루 일과 속에 단어 암기 시간을 넣는다. 대중교통 이동시간, 점심 식사 후 휴식시간, 자기 전 침대에서 유튜브 보는 시간 등으로 매일 발생하는 자투리 시간을 단어 암기 시간으로 지정해서 하루에 세 번 이상 단어를 보는 시간을 지정한다.
위에 나열한 내용들이 내가 유튜브에서 얻은 단어 암기 팁이다. 혹시 어떤 방법이 가장 괜찮은지 찾고 있었는가. 사실 그보다 먼저 본질을 이해해야 한다. 방법은 다 다르지만 결국 이 세 가지는 같은 본질을 가지고 있다. “회독수를 높여라.”
암기한 내용은 휘발된다. 모두들 암기한 내용을 까먹지 않고 붙잡아두는 방법을 알고 싶어 하는데 그건 애초에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날아가면 다시 외워 넣고 다시 외워 넣는 작업을 반복해야 한다. 결국 본질은 ‘반복’하라는 거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이 더 좋은지를 따질 필요는 없지 않을까. 무슨 방법이든 ‘반복’이 중요한 것이다. 이들 중에서 본인의 성향이나 상황에 맞게 방법을 적용하면 된다.
요즘은 정보가 마비될 정도로 넘쳐나서 문제가 되는 시대이다. 수험생들도 마찬가지로 쏟아지는 공부법과 자기 관리법을 따라가려다 가랑이가 찢어진다. 뷔페에서 식사를 하면 이것도 먹고 저것도 먹지만 막상 무엇을 제대로 먹었는지 잘 기억이 안나는 경험이 한 번쯤 있지 않은가. 그럴 땐 제대로 된 메인 메뉴가 있는 식사를 할 걸, 후회하기도 한다. 수험생들에게 주고 싶은 팁도 마찬가지다. 수험생활 조언, 효율적인 학습법들 중에서 결정적인 한 두 가지 방법만을 채택하거나 자신의 상황이나 성향에 맞게 변형해야 한다. 어떤 방법이 맞고 틀린 지를 판단하려고 하지 말자. 그 어떤 것도 참도 거짓도 아니기 때문이다.
‘호빵맨’이라는 만화영화를 다들 아시는가. 호빵맨은 늘 정의롭게 악당과 싸우다가 혹은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돕다가 호빵 머리의 일부분이 떨어져 나간다. 그러면 제빵사 잼 아저씨가 호빵맨에게 꼭 맞는 머리를 새롭게 만들어 끼워준다. 잼 아저씨는 제빵사니까 식빵도 만들고 소보루도 만들 텐데 호빵맨에게는 늘 단팥을 꽉 채운 호빵 머리를 끼워준다. 그 이유는 호빵맨의 정체성이자 에너지의 원천이 호빵과 일치하기 때문이 아닐까. 여러분도 남의 식빵과 카레빵이 좋아 보이더라도 자신에게 꼭 맞는 호빵을 찾아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