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하는, 무너지는 세계
혼자 서핑을 하게 되었다.
어쩔 수 없다. 우린 헤어졌으니.
뭔가를 100퍼센트로 사랑하는 일은 힘들어. 그렇지? 네가 날 사랑했던 일도, 그리고 내가 너를 사랑했던 일이 그랬듯. 나는 네가 그저 편하다고 신던 엄청 촌스럽고 못생긴 슬리퍼를 내 친구들 앞에 신고 나왔을 때도, 너의 상상과 이상대로 내가 살아주길 바란다는 것을 알았을 때도 아주 잠깐 너를 사랑하지 않았어. 그리고 너 역시도 가끔은 내게서 같은 마음을 느꼈다는 걸 알아.
슬펐던 건, 네가 사랑하지 않는 나를 나 역시도 사랑하지 않게 되었다는 거야. 부분은 점점 더 더 큰 부분이 되어가고, 나는 나의 일부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어. 나조차 나를 사랑하지 않는데 어떤 사람이 내게 사랑을 줄까. 그땐 내가 참 못나고 아파서 그랬던 거라 생각해.
서핑을 무척 사랑하지만 너 없이 혼자 하는 서핑은 싫었어.
서핑을 무척 사랑하지만 파도가 없는 날은 싫었어.
네가 없는 내가 되고 나서야 나는 혼자 바다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이 되었지.
이제는 네가 없어도 서핑을 사랑해.
이제는 파도가 없는 날도 바다를 사랑해.
이제는 네가 사랑하지 않는 나도 사랑할 줄 알게 되었어.
오늘은 온전히, 라고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