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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런치 봉작가 Oct 17. 2021

체리농장에 멧돼지 내려온다.

체리농장은 산 밑에 있다. 잡풀로 우거졌던 휴경지에 풀을 베고 체리묘목을 심었다.   

이 평평한 농장은 언제부터 밤이 되면 멧돼지의 놀이터가 되었다.

멧돼지의 발자국이 보였고, 흙을 파고 뒹군 흔적들이 보였다.  

농장 초기에는 땅을 파기했지만, 어린 체리나무를 건드리지는 않았다.

다행이라며 멧돼지와 함께 살아간다는 생각으로 그대로 두었다.   

서로가 서로를 각자 건드리지 말고,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체리나무만은 건들지 않기를 바랬다.  


그렇게 몇 년 후, 문제는 체리 열매가 열리면서 시작되었다.  

몇 kg의 첫 체리 수확에 기뻐하던 시점에, 그 기쁨에 찬물을 뿌리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아침에 농장에 오니, 체리나무의 가지가 찢어져 있었고, 체리 열매는 없었다.

땅에 떨어진 오디만 먹던, 멧돼지가 체리맛을 본 것이다.

 

높은 나무 위에 있는 열매를 못 따먹지 못하겠지 생각했는데, 사람이 순진했다.


멧돼지는 사람보다 똑똑했다.


나무를 그 큰 몸으로 밀어 가지를 부러트려,

체리를 따먹었다.

지금까지 아버지에게 체리 농사를 하며, 가장 속상했던 건, 이 멧돼지 사건이다.


부러진 체리나무 가지를 다시금 끈으로 묶어 다시금 붙기를 바라는 마음과 함께  응급조치를 했다.  


자연은 방심할 때, 꼭 오만하지 말라는 듯,

예상하지 못한 변수로 다가왔다.


유튜브를 통해 안 사실은,

멧돼지는 단숨에 농장을 초토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체리열매가 얼마 없던 시점이었고,

그날 이후 멧돼지는 더 이상 나뭇가지를 부러트리지는 않았다.


대책을 세워야 했다.


방법을 찾아보았다.

첫 번째 방법은, 농장 둘레를 펜스를 설치하는 방법이다. 문제는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또한 멧돼지가 힘으로 밀고 들어와 망가 트릴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두 번째는 멧돼지를 잡는 것이다. 유튜브 영상에서 큰 사각형의 트랩을 설치하고,

멧돼지를 유인하여 잡는 방법을 보았다.

잡은 뒤에는 어떻게 하지?

다른 것은 포수를 섭외해 잡는 것이다.

이것도 여러 가지 고민이 되었다.


세 번째는 멧돼지가 싫어하는 냄새를 풍기는 것이다. 기피제를 농장 주위에 뿌리는 것이다.

그러나 지속성이 문제였다.  


마지막으로 고민한 방법은 전기 목책기를 설치하는 것이다.

농장 둘레에  3단으로 와이어를 설치한다.

조그만 태양 패널을 통해 전기를 발생시켜 흘려보낸다.

멧돼지의 코가 선에 닿으면 정전기 같은 스파크가 생기고 깜짝 놀라 접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선택지 중에 가장 현실적이라고 판단하고 이 방법을 선택하였다.


문제는 관리의 문제가 있었다.  

와이어 밑으로 풀이 나면 전기의 힘을 약해져 언제라도 뚫고 들어올 가능성이 있었다.

지속적인 관찰과 관리가 필요하다. 설치 후 멧돼지가 가지를 찢는 피해는 없어졌다.  


그렇다고 멧돼지가 사라진건 아니다.

목책기가 없는, 옆에 야채를 심은 밭에 가서 논다.  

땅을 파기도 하고, 흙탕물에서 뒹굴기도 한다.


체리 농사에는 수많은 과제들이 있고,

그것들을 하나씩 풀어나가야 한다.  

그 중 멧돼지와의 공생도 하나이다.


그렇게 밤이 되면 여전히 멧돼지가 내려온다.


                                                                       

By 브런치 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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