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장.. 꽃의 세계를 넓히다
생경한 아름다움
지난여름, 파주의 한 카페 창 앞의 조그마한 화단에 한참 눈길이 머물렀다.
크고 작은 선인장만으로 채워져 있었지만 그곳은 어느 화단보다 다채롭고 독특했다.
그리고 가을, 서울 식물원 온실 안에서 마치 아이맥스 영화관의 대형 화면을 보듯 거대한 선인장들과 마주했다. 크고 다양하고 이상한데 예쁘고 귀여운..
순간 카페에서 마주쳤던 선인장들이 불현듯 떠올랐다.
꽃의 카테고리를 넘어서는, 마치 외계에서 온 식물 같아 생경했던 그때의 느낌.
선인장은 ‘꽃’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지만 그 존재감에서는 단연 1위다.
갑옷 같은 가시로 온몸을 무장한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 그 아우라는 일반적인 꽃의 통념을 깨트린 듯 보이지만, 개화기, 가시 사이에서 피는 꽃의 화려한 색감과 자태는 어느 꽃에도 뒤지지 않는다.
사랑과 인고의 엑기스같은, 크고 작은 원색의 빨강, 노랑, 주홍, 분홍의 꽃들.
울퉁불퉁하고 뒤틀리고, 게다가 가시로 뒤덮인 몸에서 그토록 예쁜 꽃을 피우는 것은 반전을 넘어 반칙 같기도 하다.
식물 중에서 가장 많은, 5000종 이상을 가지고 있는 선인장은 그 자체만으로 하나의 꽃의 세계를 형성한다.
둥글고 각지고, 길고 짧고, 가늘고 굵고, 새끼손가락 크기부터 인간의 키를 넘는 수십 미터의 높이까지,
겁먹은 고슴도치처럼 몸을 말고 있는 동그라미에서, 성냥개비 쌓기처럼 아슬아슬 어긋나게 중심을 잡는 세모, 두 팔 벌린 허수아비처럼 멀쑥한 모양에서. 몇 백 년을 산 듯, 하얀 수염이 주렁주렁 달린 할아버지 모양까지.
황량한 사막에 빌딩처럼 우뚝 서 있는 거대한 선인장은 마치 외계 행성에서 온 식물인 양 비현실적이기도 하다.
심심하고, 단조롭고, 척박한 사막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들은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하고 진화했는지도 모른다.
여름이 생각나지 않는 겨울, 뜨거운 사막을 떠올리며, 숙제처럼 미뤄 놓았던 선인장을 꺼낸다.
예쁘지는 않지만 자꾸 뒤 돌아보게 되고, 그 곁을 서성이게 했던 꽃,
마음을 통과했던 그 느낌이 손에서 오역이 될지라도 일단 그리고 볼 일이다.
자세히 보고, 오래 보고, 그리다 보면.. 언제나처럼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그림 속의 모든 사물과 사랑하기는 역부족, 능력의 한계를 느낄 때쯤 빠져나와야 한다.
짝사랑은 그림 속에 남겨두고 모르는 세계는 신비로움으로 남겨두기.
선입관이 편견을 낳듯 너무 많은 사전 정보는 ‘스포일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