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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me, from us 0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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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onymous Mar 20. 2017

하고 싶은 대로 흘러가는 대로


예나 지금이나 궁극적으로 내가 원하는 삶의 형태는 한결같다.


슬픈 사실은 사회초년생으로서 하고 싶은 대로, 흘러가는 대로 살아도 ‘괜찮은’ 사람은 매우 한정적이라는 것이다.


대부분이 학자금 대출, 집세 등 경제적 부담과 함께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는데, 어렵게 구한 직장마저도 결국엔 부모와 환경에 등 떠밀려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이라 밝히는 주변 지인들을 보면 그동안 우리 사회에 팽배해왔던 기회의 불균등 문제를 새삼 실감하게 된다. 나도 별반 다르진 않다. 매 순간 선택을 강요받았고, 여전히 특정한 길을 고르지 못한 채 방황하는 중이다. 어쩌면 또래 친구들보다도 곱절은 더 불안한 존재임에 틀림없다. 빚 뭉치는 내 어깨와 머리 위에 겹겹이 쌓여 사라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반면 고정적인 경제 활동은 일절 하지 않고 태평스럽게 글이나 쓰고 있으니, 이토록 근거 없는 자신감도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글에 재능이 있다고 느껴본 적도, 소위 '알아주는' 대회에서 상을 받아본 적도 없다. 단지 내가 ‘좋아서’ 적고 있을 뿐이다.


언젠가 어느 회사의 일원이 되어 대다수와 마찬가지로 평범한 업무를 보게 될는지도 모르지만, 지금 당장은 그러고 싶지가 않다. 격하게 거부하고 있다는 편이 보다 더 확실한 표현일 것이다. 나는 한 살이라도 더 젊을 때, 인생의 황금기와도 같은 나의 이십 대 청춘이 마무리되기 전에, 반드시 끝장을 보아야겠다는 스스로의 각오를 담아 키보드를 두드리는 양 손가락에 빳빳이 힘을 주고 있다. 아직 ‘하고 싶은 대로’의 영역에 진입하진 못했다. 대신 그 근처 어딘가에서 ‘흘러가는 대로’의 삶을 실천하고 있다. 자칫 생각 없이 사는 것처럼 나태한 태도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것과는 엄연히 다른 개념이다. 우리가 본능적, 원초적으로 이끌리는 무언가에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바닥까지 긁어모아 전투적으로 쏟아붓는 행위와 훨씬 더 유사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망설임 없이 여기가 ‘나의 길’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것보다 조금은 덜하지만, ‘나는 이 길이 맞는 것 같은데’ 혹은 ‘이걸 안 하면 후회할 것 같은데’와 같은 중대한 선택의 순간에 부닥쳤을 때, 당신이 젊다면 적어도 한 번쯤은 비록 시간이 걸리고, 고독할지라도 미쳐볼 만하다는 것이다. 더 미치게 될지, 그 정도에서 멈추게 될지는 그다음의 문제인데 혹시라도 더 미치게 된다면, 그러한 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된다면, ‘흘러가는 대로’는 ‘하고 싶은 대로’의 삶으로 급등하게 될 것이다. 그 시간들의 틈새에는 오롯이 본인에게 집중함으로써 누릴 수 있는 원초적인 행복과 약진하는 어제의 자아가 향수처럼 ‘진하게’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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