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4화
사랑하는 미선에게
아무도 기다려주는 사람 없는 방에 들어서도 이젠 외로운 마음 없이 가슴 가득한 그 무엇으로 가득 차 있음을 느낍니다. 우선 아리아스를 책상머리에 놓고 한 번 쳐다보고는 미선을 생각하며 글을 씁니다.
침대 머리맡에 그대가 준 큐숀을 놓고 그대가 준 편지지에 글을 쓰는 이 마음을, 이 기쁨을 어떻게 표현하고 감사해야 하는지 모르겠읍니다.
햇빛을 가득히 안고서 산산이 부서지는 파도를 함께 보면서 그리고 체온을 함께 느끼며 초겨울의 약간 삭막함을 두 눈에 담고서도 함께함에 그 놀라운 감정의 추이를 생각하면 사랑이라 밖에 말할 수 없음을 고백합니다.
서로의 감정 교류를 소중히 하며 우리의 만남이 하나라도 헛됨이 없기를 바라며 서로 일치된 길을 헤치며 나갈 수 있는 마음의 준비와 자신을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혼자 있음을 깨닫는 것은 비어있는 혼을 채우는 성스러움이지만 둘이 일치함을 느끼는 그 모든 것은 채워진 영혼을 고결하게 하나씩 비워내는 황홀함과 그에 따른 고통의 축제일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그 고통은 고통이 아니라 고통 다음에 올 감사와 기쁨의 준비이며 비워내는 곳에 또 하나씩 채워가는 서로의 노력이 약속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보고 싶은 사람. 잠시의 헤어짐에도 가슴 아파하고 다시 볼 수 있다는 기쁨을 주는 이여.
모든 슬픔과 고통을 그리고 기쁨 또한 나누고 사랑으로 존재의 가치를 확인하고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하나뿐인 그 오직 유일한 것이 되기 위해 기도하고 노력하기를.
오늘 부모님들 좌석에서 서로를 인정받게 되고 어제의 여행으로 마음을 느끼며 확인함으로써 휴가 이틀이 참으로 기억에 남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대 전해준 손 끝 온기 하나로도 영원을 살며 그 눈빛 하나로도 슬픔을 기쁨으로.
그대 목소리 하나로 마음을 읽어가는 나를 위해 또한 내가 그대의 모든 것이 되기를 바라며 글을 줄입니다.
항시 추워 보이는 당신의 모습에 안쓰러움과 당신에게 든든한 보호막과 안식처가 되기를 바라면서 그럼 추운 날씨에 건강하고 그대 온기와 눈빛과 목소리를 대할 때까지 안녕.
PS. 잠들 때면 꼭 아리아스 한 번 보고 그대 생각하고 큐숀을 가슴에 품고 잠들겠음. 대신 잠들기 전 아니 수시로 내 사진을 보아줄 것. 못생겨 죄송하지만, 다음 편지에 친구 미정씨 평가가 듣고 싶음. 강심제 먹고 기다릴 터인즉 걱정 말고 이야기하기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