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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수킴 May 27. 2024

이제는 완전히 친구가 되어버린 엄마와 아빠.

나의 5화

“엄마랑 아빠~? 이제는 완전 친구야~ 각자 방에서 따로 놀지~ 아빠는 완전 미드에 빠졌다니까. 아니면 요새는 그림 그리거나.”


엄마한테 전화를 걸면 자주 하시는 말씀이다. 내가 볼 땐 멀리 있는 아빠가 들으라고 하시는 말씀인 것 같다. 지금은 서로를 친구라고 지칭하지만, 사실 아빠 핸드폰에 엄마 번호는 아직도 ‘애인’이라고 저장되어 있다. 그러니 이건 변한 게 아니라 굳건한 믿음과 신뢰가 쌓였기에 나오는 말이다. 정말로 사이가 요원하다면 당사자 앞에서 저렇게 말할 리 없으니까.


“너네 엄마는 꼭 저렇게 말한다. 엊그제는 아빠랑 설산 보러 다녀왔어!”


멀리 아빠의 목소리도 들린다. 원체 소녀 같은 감성이 있는 엄마는 항상 저런 식으로 어리광을 부리고, 그걸 못 이기는 척 받아주는 건 이빠의 몫이다. 하지만 물론 또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도 않다.


내가 어릴 때 우리 집은 주말에 가족 여행을 많이 다니는 편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아빠는 완전히 바깥일을 담당하며 본인의 역할을 충실히 하셨고, 엄마는 육아와 살림을 책임지며 본인의 역할에 충실했다. 아빠는 교대 근무와 바깥 약속이 많아 주말에는 좀 쉬었어야 했던 것 같다. 그런데 그때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신 게 요즘은 가끔 후회되는 모양이다. 나에게 수시로 “아내와 놀러 다니며 시간을 보내라”거나, “둘만의 추억이 쌓여야 나중에 살아가는 힘이 된다”는 말씀을 자주 하신다. 그래서 당신께서도 요즘은 더욱 노력하시는 것 같다.


“나는 그 말 한마디를 굳게 믿습니다. 그대 자신 있다던 말. 나 또한 우리 변하지 않음을 그 누구 말일지라도 그대 나에게 해 준 한 마디가 큰 힘이 됩니다. 오늘은 기분 좋은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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