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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용운 Oct 17. 2022

우리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났던 U에게

2018.5.26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라이언스헤드에서

 안녕 U! 우린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처음 만났지. 빌린 숙소의 제한 인원이 남아서 숙소비도 아낄 겸 동행을 구했는데 네가 온거야. 숙소는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내가 여지껏 여행하면서 묵었던 숙소 중에 제일 좋았고, 넌 다른 친구들이 사진으로 예상했던 것과는 다르게 아주 진중한 친구였어. 넌 개발자라서 각국을 여행하면서 디지털 노마드로 살고 있다고 했어. 우린 모두 널 부러워했어. 케이프타운은 인프라도 좋고 구경할 곳도 많고 인터넷도 잘 되어서 넌 아주 편하게 지내게 되었지.



 U! 우리가 케이프타운을 떠나기 하루 앞둔 날, 넌 집에서 작업을 한다고 했고 나머지 우리는 시내 구경을 하다가 라이언스 헤드라는 곳에 오르기로 했어. 케이프타운 전경과 바다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이라고 들었거든. 우린 그곳을 너무 과소평가했어. 가벼운 뒷동산 정도로 생각했던 거야. 물론 처음엔 평탄한 산책로가 길게 이어졌어. 그러다 점점 경사진 산길이 생기더니 큼직한 돌덩이가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어. 끝없는 경사길이 이어지다가 이제는 길이 없어지고 돌덩이밖에 보이지 않게 되었어. 발에 힘주어 가고 있는데 이제는 돌덩이도 아니고 암석 수준이었어. 손발을 다 써서 기어가야할 지경이었어. 심지어 H는 슬리퍼 신고 있었는데. 나중엔 암석에 사다리와 손잡이, 체인이 박혀 있었어. 1시간 정도 걸린 것 같아. 그렇게 힘겹게 오른 전망대에서 우린 하염없이 앉아 경치를 봤어. 케이프타운에서 좋았던 장소와 친절한 사람들에 대한 기억을 곱씹어봤지. 그런데 한 1시간이 지났나. 어떻게 내려가야 할지 막막했어. 친구들은 목이 마르다며 난리였어.



 마침 너에게 연락이 왔어. 일을 다 끝내서 너도 여기 오겠다는 내용이었어. 우린 물 좀 갖고 오라 했지. 네가 이제 오르기 시작한다고 연락했어. 우린 1시간을 더 기다려야하나 생갹했어. 그런데 그로부터 정확히 20분 만에 우린 널 볼 수 있었어. 그것도 한 손에 큰 물통을 들고 나타난 너. 내려오는 길은 역시 험난했지만 다 내려와서는 노란 불빛으로 물든 도시 야경을 볼 수 있었어. 네가 몰고 온 차를 타고 우린 편하게 숙소에 도착했지. 그 다음 날 넌 다음 도시로 가는 우리를 버스정류장까지 태워다 줬어. 그리고 이후에 갔던 도시에서도 홍길동처럼 나타나서 우리에게 큰 도움을 주었지.



 U! 여행 중에 네가 이런 말을 했어. 너의 기술로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넌 충분히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귀인이라고 믿어.


2022.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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