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H누나! 우리가 아프리카로 떠나기 전 공항에서 했던 대화 기억나? 나는 공항 오면서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아프리카에 간다고 했을까' 내내 생각했다고 했어. 걱정되고 두려웠어. 식욕도 떨어져서 밥도 잘 못 먹었지. 누나는 공항 오면서 '교통사고 나서 비행기를 못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댔어. 같이 출발했던 4명 모두 같은 심정이었던 것 같아. 그러나 그건 정말 어리석은 생각이었어. '아프리카'에 대한 막연한 편견이 있었던 것 같아. 직접 가보니 알게 되었지. 이 여행은 우리 생애 최고의 여행이었단 걸.
누나! 첫 도시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이었어. 하지만 케이프타운을 돌아보기 전에 먼저 차를 빌려 그보다 동남쪽 지역인 가든 루트에 가보기로 했어. 가는 길에 아프리카 최남단이라는 지역도 들리고, 세계에서 4번째로 높다는 216m의 브로크란스강 번지점프 포인트에 가기 위해서였어. 번지점프 포인트에 도착해서 장비를 걸치고 철제 다리에 올랐어. 앞에는 깎아지른 협곡이 눈앞에 펼치졌고 바닥엔 좁게 흐르는 강물이 보였어. 긴장을 풀라며 틀어준 음악은 경쾌했고 직원들은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면서 번지줄을 잡아당겼어.
누나는 애초에 뛰어내리지 않겠다며 우리가 뛰어내리는 걸 구경만 했으니 그 때의 심정을 들려줄게. 다리에 올랐을 땐 들떠있었는데 막상 번지대에 서니 비로소 눈 앞에 자연의 모습이 다 들어오면서 내 높이를 실감하게 되었어. 이건 아니다 싶었지. 그런데 망설일 새도 없이 보조자들이 옆에서 카운트다운을 했고 난 뛰어내렸어. 몸이 허공에 놓이자 입 주위에 경련이 일어나고 머리가 저릿저릿했어. 몸 전체에 힘이 들어가고 눈을 뜰 수가 없었어. 아무 소리도 낼 수 없었어.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았어. 무중력 상태인 것 같았어. 나 이외에는 아무 것도 없는 느낌. 그러다 떨어지는 느낌이 느껴지고 서서히 앞이 보이기 시작했어. 바람이 느껴지고 눈앞에 산과 강, 저 멀리 바다가 보였어.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어. 알 수 없는 쾌감과 안도감에 환호성을 내질렀어. 줄이 끝까지 펴졌다가 다시 튕겨져 올라왔을 땐 오히려 공포감이 들었어. 다시 한 번 떨어질 땐 머리에 피가 쏠리는 느낌이 느껴졌고 찬 바람이 강하게 불었어. 언제까지 매달려 있어야 하지 생각이 들 때 직원이 어디선가 나타나서는 내 이름과 국적을 물었어. 아, 정말 강렬한 느낌이었어.
누나!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두려워하고 걱정하는지 몰라. 막상 뛰어내리면 비로소 그 실체와 느낌을 알게 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