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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용운 Oct 18. 2022

차별의 공포를 마주한 N에게

2018.6.1 나미비아 스와코프문트의 어느 식당에서


 안녕 N! 지금 미국에선 안전하니. 1년 반 정도 전에 너에게 안부를 물었을 때 넌 미국에서 지내는 것이 너무 무섭다고 했어. 네가 사는 동네에서 동양인을 대상으로 한 폭행과 총격 사건이 일어났다고 했어.


 너무 허무하다고 했어. 2년 전 아프리카계 미국인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사건 이후로 일어났던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도 넌 참가한 적이 있었지. 그런데 정작 동양인 혐오 범죄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 같다고 했어. 그리고 공교롭게도 네가 사는 동네에서 일어났던 범죄의 가해자는 모두 아프리카계 미국인이었다고 했지. 결국 넌 일을 잠시 멈추고 한국으로 왔어. 아프리카계 미국인 남자 친구와 함께. 그를 본 부모님의 어두운 표정을 너는 잊을 수 없다고 했지.

     


 N! 내가 아프리카에서 겪었던 이상한 경험을 하나 들려줄게. 여행사 차량을 타고 나미비아의  스와코프문트라는 도시에 가는 길이었어. 그런데 가는 길에 타이어 바퀴가 터진 거야. 다행히 스와코프문트에 늦게 도착했지만 우리의 일정에는 차질이 생겼어. 여행사의 주인은 한국인이었는데 운영을 이제 막 시작하려는 여행사라서 그런지 미안하다며 우리에게 저녁을 산다고 했어.


 해변가에 있는 고급식당이었어. 식당 앞에서는 현지인이 구걸을 하고 있었어. 조약돌에 이름을 새겨서 파는 사람도 있었어. 그들을 뒤로하고 식당에 들어갔어. 그러자 그동안 갔던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희한한 광경을 목격했어. 서빙하는 종업원은 모두 검은색 피부를 가진 사람들이었고 빼곡하게 앉아서 식사하는 사람들은 모두 흰색 피부를 하고 있었어. 우리가 들어가자 흰색 피부를 가진 사람들은 우리를 약간 경계하는 눈빛으로 쳐다보더니 곧 자기들 접시로 눈을 돌렸어. 그 모습에서 왜 그렇게 위압감이 들었는지 모르겠어. 동아시아계 사람들은 물론 우리뿐이었고 우리 가이드는 여기서 식사하는 유일한 아프리칸이었어. 내 불편한 느낌을 같이 간 친구한테 말하니 여기가 아프리카에 있는 관광지 식당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겠냐고 말했어. 다 먹고 나오니 칠흑 같은 밤이 되었어. 어두운 허공에 누리끼리한 눈과 흰 손바닥이 보였어. 돌에 이름을 새겨주는 사람이 아직 거기에 있었던 거야.  


   


 N! 요즘 들어 부쩍 한국에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많이 보이는 것 같아. 주변에 타국인과 연애하는 친구들도 많아졌다니까. 요즘 한국의 인지도와 더불어 한국인 저출산과 경제 구조적 문제를 봤을 때, 난 개인적으로 한국에 이민자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하거든. 이제는 정말 민족적 다양성과 통합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국가적으로 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해.


 힘의 논리로 돌아가는 세계에서 차별과 폭력은 필연적이라고 봐. 일례로 동남아계 사람들에 대한 한국인의 차별과 폭력은 오래전부터 흔히 볼 수 있었지. 반대로 요즘은 지방은 물론이고 서울의 어느 지역만 해도 다른 민족의 아이들이 대다수여서 소수의 한국 아이들을 차별하고 쫓아낸다고 해. 이런 일이 일어날 순 있지만 일어나지 않게 노력은 해야지. 누구나 차별의 피해자가 될 수 있으니까.


 내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차별은 보통 무지와 익숙하지 않음, 존중받지 못한 경험에서 오는 것 같아. 다양성 존중에 대한 교육이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다양한 차별 상황에 대해 사회적 논의를 하는 과정이 있어야 할 거야. 더불어 만약 한국이 다민족 국가로 간다면 개인적인 생각에 민족 통합의 수단은 문화와 언어였으면 좋겠어.

 


 말이 길었다. 아무튼 다음에 네가 한국에 올 때면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 한국에서 안전하게 사랑받았으면 좋겠어. 항상 안전하길.


2022.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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