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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용운 Oct 19. 2022

자연을 지키고 싶은 기술가 V에게

2018.6.9 잠비아 리빙스톤 잠베지강 선셋크루즈에서

 안녕 V! 너와 잠비아 잠베지강 위에서 만난 지도 벌써 4년이 지났네. 페이스북으로 너의 근황은 잘 보고 있어. 우린 해 질 무렵 배 위에서 만났어. 단순히 강변의 풍경과 해 지는 모습을 보기 위해 2시간 정도를 배 위에서 보내는 투어였지. 경치 구경이 지겨워질 때쯤 우연히 너와 대화하게 되었어. 넌 멕시코인이고 신소재 공학을 전공, 잠비아에는 대체에너지 관련 분야의 봉사활동을 하러 왔다고 했어. 자연을 파괴하지 않고 자연 속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싶다고 했지.



 V! 배를 타기 전, 우리는 짐바브웨와 잠비아의 빅토리아 폭포를 보고 왔었어.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기다란 절벽 밑으로 천둥소리를 내며 폭포수가 떨어졌지. 수량이 엄청 나서 우비를 쓰고 주변을 걷는데도 태풍 속을 지나는 기분이었어. 해는 쨍쨍한 날씨여서 무지개가 항상 보였지. 홀딱 젖은 채로 우리는 신나서 아이처럼 뛰어다녔어. 남아공, 나미비아를 지나면서 잔잔하게 아름다운 풍경은 많이 봤지만 항상 긴장 상태였던 것 같아. 그런데 막상 폭포의 압도적인 힘을 느끼고 그 안에서 뛰어놀고 나니 오히려 긴장이 확 풀리는 신기한 경험을 했어. 그리고 강 위에서 너와 함께 강렬히 지는 해를 마시는 순간 난 완전히 이완됐어. 떠나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지. 



 V! 자연의 힘은 강렬해. 자연을 훼손하는 인간을 품을 만큼. 우리가 만난 이후, 기후 위기는 급격히 진행되었고 각 나라마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개발이 한창이야. 자연의 힘을 이용해 최대한 자연과 공생해보려는 시도지. 환경 파괴에 대해 빠르게 문제의식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네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 네가 가진 환경공학 기술은 나에겐 없지만 자연에게서 받은 위로를 갚아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환경을 위한 생활 속 작은 실천에서부터 기후위기 생존자를 위한 치유까지 고민해보고 실천할게. 그럼 또 큰 자연 속에서 만나.


2022.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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