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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용운 Oct 09. 2022

심장이 뛴다는 D형에게

2018.2.9 볼리비아 우유니 사막에서

 안녕 D형! 남미 여행을 함께 가기 전, 형을 처음 봤을 때가 기억나. 형은 여행만 생각하면 심장이 뛴다고 했지. 나는 형이 정말 순수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나의 심장은 무엇을 할 때 뛰는지 한참 고민했어.


 우리가 함께 했던 우유니 사막에서 내 심장은 뛰었어. 내 인생에서 본 가장 아름다운 풍경 중 하나여서 그랬어. 하늘과 땅의 경계가 모호한 곳에서 부유하는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사실에 감격해서 그랬어. 난 그 두근거림이 좋아서 아름다운 장소와 방황하는 사람들을 계속 찾아다녀.



 D형! 6개월 전, 형은 이유를 알 수 없이 심장이 뛴다고 했어. 심전도 검사엔 이상이 없으니 심리적인 문제인가 보다고 했어. 멀리 떨어져 있어서 형의 상황을 잘 몰랐지만 갑작스러운 심장의 반응에 형이 많이 놀랐을 것 같아.

  

 우리가 우유니 사막 투어 갔을 때 갑자기 하늘에서 비가 내렸어. 그런데 저 멀리 다른 지역에는 비구름이 없었지. 그래서 우린 가이드에게 맑은 지역으로 가달라고 했는데 가이드는 비 오는 곳을 맴돌다가 그대로 마을로 돌아와 버렸어. 우린 여행사를 점거해서 사장과 싸웠지. 그때 내 심장은 두근거렸어.

 


  D형! 심장은 가장 원초적이고 순수한 장기 같아. 좋은 순간이나 불쾌한 순간이나 강렬한 변동의 순간에 박동으로 반응해. 심장의 투박한 표현에서 그 의미를 읽는 행위가 우리 자신을 챙기는 기초일 거야. 나아갈 때와 멈출 때를 알아차려달라고 그렇게 심장이 뛴 건 아닐까 생각해봐. 우유니 사막에서 본 것처럼 하늘과 땅 사이는 모두 인간의 공간이니, 써 땅에 발붙이고 있을 필요 없이 언제든 잠깐씩 떠다녀도 괜찮아.



202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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