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 일기] 출근, 성공할 수 있을까?
2023년 12월12일 화
아침 현관문을 나설 때부터 조짐이 좋지 않았다.
딱 느낌으로 안다.
밝게 웃으면서, 아내에게 화이팅, 외치며 문을 나섰다.
지하철에서 온전히 책을 읽기가 어렵다.
졸음이 쏟아졌다.
아침에 먹은 약 때문일 수도 있겠다.
여의도역으로 갈아타기 위해 신길역에서 내렸다.
본격적으로 호흡이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여의도역에서 내려 회사까지 제대로 걸어가면 10분 안팎이다.
호흡이 힘들어진다.
천천히 호흡을 조절하며 걸음을 내딛는다.
이제 반 정도 왔는데 너무 힘들다.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길거리에 주저 앉을 수는 없다.
다행히 지하철 역에서 회사 근처까지 실내 통로로 연결되어 있어 좋다.
걸음을 멈추고 호흡을 다시 가다듬는다.
회사 빌딩까지 겨우 도착했다.
벽에 잠시 기대선다.
여러 사람들 틈에 끼여 내려오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마음이 없다.
사람들에게 나의 모습을 보여주어선 안 된다.
나는 강박적으로 4층까지 계단으로 걸어 올라갔다.
미친 짓이었다.
과호흡은 최대 임계치에 이르고 있었다.
조금만 더 과호흡이 진행된다면 나는 예전처럼 사지마비가 오거나 119를 불러야 할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아직 우리 팀 직원 외에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 내가 아프다는 걸, 정신과적 질병에 걸렸다는 걸 눈치채도록 해서는 안 된다.
나는 모든 에너지를 쏟아 사무실에 도착해서 남아있는, 다른 행동에 쓸 어떤 에너지도 내 몸에 남아있지 않았다. 겨울철 두껍게 입은 외투도 벗지 못하고 내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았다. 옆자리에 앉은 직원에게 마실 물 좀 떠달라고 눈짓으로 부탁했다. 깜짝 놀란 팀원이 얼른 텀블러를 가지고 가서 차가운 물에 따뜻한 물을 섞어 마시기 좋게 해서 가져온다.
나는 나를 통제할 수 있다.
나는 물을 삼키고 몸을 진정시키고 호흡을 진정시키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내 입은 벌어져 있고 쉴새없이 가쁜 호흡이 일어나고 있다.
어지럽다. 과호홉을 하면 어지럼증을 느낀다. 과호흡이 일어나지 않을 때에도 어지럼을 느낄 때가 있는데, 심하게 과호흡을 하면 뇌에 산소가 부족하기 때문에 금방 어지러워진다. 가만히 자리에 앉아 있을 수가 없다.
공황장애 환자는 비상약을 늘 가지고 다닌다. 언제 어디서 공황 발작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리에 앉았을 때에는 과호흡이 너무 심해서 이 비상약을 꺼낼 수도, 먹을 수도 없었다. 30분 가량 호흡을 진정시키자 그제야 약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얀 알약 하나. 이것이 내 호흡과 불안을 잠재워줄 수 있을까. 나는 알 수 없다. 의사도 몇 번 물어봤지만 나는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내가 안정을 되찾은 것이 약 때문인지는 정확히 모른다. 하지만 모든 공황장애 환자는 이 약을 가지고 다닌다. 이 약을 가지지 않고 외출을 함으로 인해 공황은 그 자체로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회사 컴퓨터를 켜고 로그인을 해놓는다.
멍하니 화면을 바라보며 계속 심호흡을 한다.
어느새 출근한 지 1시간이 다 되어간다. 모두 자기 할 일에 바쁘다. 내가 얼마나 아파하고 있는지,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었는지 아무도 모른다. 나는 계속 컴퓨터를 켜놓고 에너지 절약으로 화면이 꺼지면 손가락을 까닥 움직여 마우스 클릭을 함으로써 다시 화면이 나타나도록 한다. 그렇게 숨을 고르며 한 시간을 보냈다.
이제 가만히 앉아서 이 글을 쓴다.
오늘은 아무 일도 못할 것만 같다.
아, 나는 회사를 계속 다닐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