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 일기] 퇴사하는 날

2024년 1월5일

by 봄부신 날

[공황장애 일기] 퇴사하는 날



2024년 1월5일



드디어 마지막 날이다.


아침부터 가슴이 많이 답답하다.



오늘은 마지막 날이다. 용기를 내고


웃으며 아내와 인사를 하고 문을 나섰다.



여의도역에서 내려 IFC몰과 현대백화점 지하로 연결되는 길을 걸어간다.


빠르게 걸으면 6분, 아무 생각없이 걸으면 10분 이내에 도착하는 거리다.


늘 여기가 힘들다.



휴대폰으로 시간을 본다. 아직 15분 이상 남아 있다.


이 정도면 지각하지 않겠지?


에이, 마지막 날인데 지각하면 좀 어떠냐.


다시 마음을 편하게 먹고 천천히 호흡을 고르며 걷는다.



8시59분에 사무실 출입 얼굴인식을 통과했다.


마침 2023년 마지막 주에 과제를 끝내고 보낸 메일에


오늘 보완을 요하는 업무용 메일이 와 있다.



자료를 찾아 수정하고 답변 메일을 보내고


다시 잘 받았다는 재답신 메일을 받았다.


이제 모든 업무는 끝낸 것 같다.



회사 동료와 1층에 있는 카페에 가서 마지막 소회도 풀고


조금 일찍 나와서 점심도 먹었다.


내가 로제 파스타 노래를 불렀는데,


팀원이 여의도에서 비싼 파스타를 사준다.


마지막 점심이 행복하다.


출근 마지막 날 처음으로 가본 회사 앞 비싼 식당이다.



일일이 자리를 찾아다니며 마지막 인사를 했다.


내가 아파서 퇴사한다는 얘기를 들었던 직원들은 눈에 눈물이 글썽하다.


빈 말이라도 집 앞으로 찾아온다는 친구들이 많아 고마웠다.



큰 짐은 없었다.


백팩과 종이가방 하나에 짐들을 담았다.


직원들이 로비 엘리베이터 앞까지 나와서 인사를 해준다.



이제 여의도역까지 걸어가는 길부터 혼자다.


그동안 인사하느라 눌러왔던 오전부터 자리하던 가슴의 압박이 거세지기 시작한다. 한걸음 한걸음 내딛기가 어렵다. 도저히 6분 거리의 역까지 걸어갈 수 없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사력을 다해 걸음을 내딛는다.



나는 이제 퇴사를 했고 집으로 가야만 한다.


호흡을 고르며 천천히 천천히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나아간다.


죽지 않으려면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결국 집으로 왔다.


옷을 갈아입고 침대에 들어가 몸을 눕힌다.


이제 끝이 났고


새로운 시작이다.


내 인생, 난생 처음


이렇게 새로운 시작이다.

keyword
이전 04화(공황장애 일기) 퇴사 얘기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