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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부신 날 Jul 17. 2024

(숲속의 빨간신호등) 16. 두 번째 신호등

환경생태동화

16. 두 번째 신호등


열세 마리의 까루 가족이 기다란 덩굴을 어깨에 매고 달려왔습니다. 토끼와 청설모 가족은 온 가족이 모여 덩굴을 몇 겹으로 꼬았습니다. 족제비 타랑이 덩굴 끝을 잡고 나무 위로 올라갔습니다. 이번에는 오소리 야리도 같이 거들었습니다. 나무를 충분히 휘게 한 뒤 나무 끝에 덩굴을 단단히 묶었습니다. 우리와 끼리가 덩굴 끝을 부리에 물고 도로 건너편 나무로 날아갔습니다. 건너편 나무 위에 올라가 있던 너구리 뚜루가 덩굴을 받았습니다. 몇 번을 확인하며 단단하게 묶었습니다. 뚜루가 앞발을 툭툭 치며 작업이 끝났음을 알렸습니다. 드디어 팽팽한 두 번째 신호대가 완성되었습니다. 이제 빨간 옷을 입은 해바라기 신호등을 다는 일만 남았습니다. 해바라기 신호등을 덩굴 중간에 걸어야 했습니다. 까치 부부가 해바라기를 들어 올리려 했지만 무거워서 꼼짝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부들 박사가 나섰습니다. 날개를 가진 동물들은 모두 달려들었습니다. 해바라기 신호등은 앵두 신호등보다 아주 컸습니다. 멀리서도 잘 보였습니다. 이번에는 꼭 멈추어 설 것 같았습니다. 동물들은 다시 공터에 모여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기다렸습니다.  

    

"온다. 괴물이 달려오고 있어."

끼리가 소리쳤습니다. 동물들은 무섭게 달려오는 괴물을 보면서 신호등 앞에서 멈추어 서길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씽-

첫번째 괴물이 그냥 지나갔습니다. 바로 뒤 이어 또 다른 괴물이 달려왔습니다.     

 

쌩-

두 번째 괴물 역시 신호등을 보지 않은 채 그냥 지나쳤습니다.     


"왜 신호등을 보지 못하는 걸까?"

앵초가 답답하다는 듯이 푸념을 했습니다.


"내가 알려야겠어. 이대로 그냥 지나가게 할 순 없어."

부들 박사가 푸드득 날아올랐습니다. 세 번째 괴물이 달려오고 있었습니다. 부들 박사는 신호등 아래에서 큰 날개를 퍼덕였습니다. 끼익.


요상한 소리를 내며 괴물이 달려오는 속도를 갑자기 늦추었습니다. 동물들은 조마조마하게 괴물을 쳐다보았습니다. 부들 박사는 거의 기진맥진한 상태로 날개를 위아래로 흔들었습니다. 하지만 괴물은 잠깐 멈추는 듯하더니 그대로 지나갔습니다.

동물들은 풀이 죽었습니다. 부들 박사는 쓰러질 듯 공터에 내려앉았습니다. 


"거 봐! 안 된다고 했잖아! 이제 다른 방법이 없어!"

싸리가 소리쳤습니다.


"이제 겨우 두 번 시도했어."

부들 박사가 헉헉거리며 숨을 거칠게 내쉬었습니다. 


"이대로 포기할 순 없어!"

부들 박사는 약하게 날개를 파닥거렸습니다. 


"이제 겨우 두 번이라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 본 셈이야. 이제는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를 의논해야 한다구!"

싸리가 침을 튀기며 말했습니다. 그러나 대꾸하는 동물이 없었습니다.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습니다. 모두들 고개를 푹 수그린 채 멍한 표정만 지었습니다. 


"오늘을 그만 쉬어야겠어. 모두들 지쳤으니까 말야. 쿨럭쿨럭."

올리 할아버지가 힘없이 말했습니다.


"내일이라고요? 좋아요. 그럼 내일은 어떻게 싸울까를 이야기합시다. 모두들 딴소리하기 없기예요!"

싸리 박사는 다짐을 받듯 올리 할아버지에게 큰소리로 외쳤다. 두 번의 신호등을 만들 동안 거의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싸리만 힘이 펄펄 나는 모양입니다.


"모두들 수고했어요. 푹 쉬고 내일 모여 얘기합시다. 내일은 좋은 생각이 떠오를 거예요."

야리가 올리 할아버지를 대신해서 인사했습니다. 동물들은 하나 둘 자기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리초는 따오의 부축을 받아 겨우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뚜루는 오소리숲에서 두 아들과 함께 손을 흔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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