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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딘 May 30. 2024

알리오올리오 파스타

확신하고 싶은 맛의 근원

아무리 레시피와 여러 영상을 참고해서 만들어도 '이게 맞아?' 싶을 때가 있다. 정통, 클래식, 오리지널 등으로 설명할 수 있는 근본의 맛을 경험하지 못했기에 요리에 쓰이는 재료의 맛으로만 추측할 수밖에 없는 요리. 만든 후에도 이게 정말 그 요리의 맛이 맞는지 확신할 수 없는 요리. 세상에 여러 음식들이 그렇겠지만 특히 더 궁금해서 환장할 것 같은 요리. 알리오올리오 파스타가 그랬다.


알리오올리오 파스타에 처음 끌렸던 건 재료의 단순함 때문이었다. 마늘, 올리브유, 소금, 스파게티, 약간의 페퍼론치노는 이미 알고 있는 재료였다. 예상 가능한 맛이지만, 여러 영상에서 요리를 만든 이들의 만족스러운 표정과 맛의 평가를 하고 있었다. 올리브유의 향긋함, 마늘의 풍미, 적절한 간, 면의 알맞은 식감, 올리브유와 면수의 적절한 유화를 진흙 속에 묻혀있던 보석을 찾은 듯 설명하고 있었다. "저게 저렇게 맛있다고?" 궁금했다. 알리오올리오는 아무렇지 않은 재료가 서로 어울려서 풍미를 살리는 마법 같은 걸까. 


처음 집에서 파스타를 만든 후 맛을 보았을 때 그동안 참고했던 모든 정보와 찬사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올리브유의 맛과 향도 있고 마늘향도 있다. 면도 적절히 삶아졌고 간도 적절하다. 만테카레도 열심히 연습해서 잘 되었다. 그런데... 이게 전부? 이 맛에 그렇게 사람들이 열광하는 거라고? 소박한 재료의 조합에서 느낄 수 있는 건 대단한 풍미가 아니라 단순함이었다. 짭짤하고 알싸하고 기름의 맛. 끝. 사람들은 이 음식에서 무엇을 맛있다고 느낀 걸까. 


다시 자료와 영상을 찾아보니 사람마다 추가되는 재료가 있기도 했다. 요리 후에 그라나파다노 치즈를 뿌리거나 만테카레 할 때 버터를 추가하기도 했다. 지인에게 물어보니 자기는 면수에 치킨스톡을 넣고 면을 삶는다고 했다. 그냥 소금이 아니라 맛소금을 쓰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본 알리올리오 파스타는 분명히 그냥 조리했을 때보다 맛이 풍부했다. 소금과 마늘, 올리브유만으로 채울 수 없는 감칠맛이 있었다.


파스타 식당을 가게 되는 날이면 일부러 알리올리오 파스트를 주문했다. 간의 세기와 맛의 조합이 조금씩 달랐지만 대부분 내가 만든 것보다 더 풍성한 맛이 느껴졌다. 그렇지만 전문 요리사가 만들었다고 해서 이게 정말 알리올리오 파스타라고 말하는 게 맞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듣기로 알리올리오 파스타는 우리나라 밤참처럼 출출할 때 간단히 만들어먹는 요리라고 하던데. 간단히라는 건 가볍고 빠르게 조리한다는 뜻일 테고 그렇다면 예전에는 스톡 류의 양념이 많지 않았을 테니 정말 소금과 올리브유, 마늘만으로 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맛은 있지만 정통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다. 


음식의 조리와 맛은 세대와 시간이 지나면서 바뀐다. 구하기 어렵던 재료나 새로운 맛이 추가되거나 무언가 빠지기도 한다. 수십 시간 끓어야 하던 일을 압력솥으로 몇 시간 만에 마무리하기도 한다. 변화는 당연하다. 그걸 이해하면서도 '변화하고 있는 이 음식의 처음 맛은 무엇이었을까?'에 대한 호기심은 포기할 수 없다. 그 음식이 맛이 있던 없던 간에 원형의 맛을 알고 싶은 건 사람이 족보를 만들어 시작을 기억하려고 하는 욕망과 비슷하다. 알리오올리오의 첫 원형의 맛을 알 수 있다면 내가 먹는 파스타가 어떤 계열의 변화를 통해 지금의 맛에 정착한 건지 알 수 있을 텐데. 


한국에서는 방법이 없으니 다음에 꼭 이탈리아에 가보고 싶다. 그곳에서 자라는 올리브유와 마늘은 우리의 것과 어떻게 다른지, 소금으로 간을 한 음식의 맛은 정말로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것일지, 이탈리아에서 과거과 현재의 맛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경험하고 싶다. 그 지역 사람들이 즐겨 먹는 상황에서 알리오올리오를 먹어보고 싶다. "이 맛이 궁금해서 지금, 여기에 왔어요. 이제야 먹어보네요"라고 말한다면 놀람의 손동작을 하며 "알리올리오 하나 때문에 여기에 왔다고?"라고 하며 감동할까 황당해할까 한심해할까. 혹시 "우리 집 알리오올리오 먹어봤으면 옆 가게도 먹어봐. 내일은 옆 동네에서 먹어보고. 정답은 없어. 집집마다 맛은 다 다를 테니까."라고 하지 않을까.


그렇게 여러 파스타 집을 배회하고 귀국할 때가 되면 어떤 다짐이 생겼으면 좋겠다. '알리오올리오는 한국인에게 김치 같은 거였네'라든가 '나는 알리오올리오 입맛은 아닌가 봐'도 좋다. 아니면 '이탈리안파슬리를 넣는 게 내 입맛에 더 맞아'라던가 '고사리랑 들기름으로 바꿔서 해 먹어 봐도 맛있겠다'도 좋다. 내가 좋아하는 맛과 음식이 가진 고유한 맛, 그 사이의 여러 변주을 구분할 수 있는 여행 될 수 있다면 꽤 만족스러운 일정일 것이다.  

 

알리오올리오 파스타. 호기심과 기대 가득한 눈빛을 잃지 않고 있을테니 이탈리아에서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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