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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체크아웃을 하고 곧장 공항으로 갈 예정이다. 비행기 시간은 늦은 오후긴 하지만 그곳에 가고 싶어 런던에 오게 되었으니 조금이라도 오래 머물러 있고 싶어서 내린 결정이었다.
그랬기에 떠나는 건 내일이지만 나에게 공식적인 마지막 날은 오늘이었다.
S와 H를 보내며 그들의 마지막 하루들도 함께했었는데 아쉬운 마음들이 뭉쳐지니 그날은 뭐가 없어도 괜히 급했고 괜히 바빴더랬지.
나의 오늘도 그랬다.
숨차게 뛰어가 열 시 반에 예약한 전시를 보고 나와선 그 앞 소파에 앉아 한 시간 반이나 앉아있었던 시간을 제외하고는... ㅎㅎㅎㅎ
하루 종일 뭔가 바쁘고 정신이 없었더랬다.
집에 와 짐을 차곡차곡 정리하는데 뒤늦게 아쉬움이 울컥 몰려왔다. 냉장고에 남은 맥주는 두 캔이지만 한 캔만 마시기로, 아쉬움을 핑계로 또 다른 아쉬움을 남겨두기로 했다.
봉우리들이 팡팡 터져있는 히야신스를 보고 있자니 아쉬움보다 고마움이란 감정이 크게 느껴졌다. 초록색에서 흰색으로 변하느라 봉우리들의 색이 본격적으로 밝아질 때쯤, 화분의 흙은 평소와 다르게 금방 푸석해져 있었다. 따라서 물도 평소보다 자주 줘야만 했었는데, 그렇게 흙의 습기를 모두 흡수해내면서 나름의 노력을 들인 시간들이 지나 이렇게 꽃을 피워낸 거였다.
아팠던 며칠은 거의 신경도 못썼는데 사진을 보니 그 사이에 제일 많이 자랐던 것 같다. 좋은 마음을 주고자 데려왔었는데 오히려 내가 좋은 마음을 받기만 한 것 같아서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그리곤 보고 싶은 얼굴들이 떠올랐다. 보고 싶은 고마운 사람들이 참 많았다. 얼른 봐요 우리 !
짐을 싸고 곧장 누웠어도 이미 늦은 시간이었을 텐데 맥주 한 캔을 잔에 따라 두고는 이런저런 감정에 밀려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젠 진짜 누워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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