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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예 Nov 17. 2024

노량진에서 이미 들었던 이야기

노량진에 있는 임용학원에 다닐 때 '선배 교사와의 대화' 시간이 있었습니다. 임용고사 공부를 하고 있는 학원생들의 동기 부여 차원에서 학원에서 준비한 자리였어요. 임용준비생이었던 제게는 호기심과 기대감이 가득했던 시간이었죠. 현직 교사로 일하고 있는 분이 강단에 서서 자신이 어떻게 공부를 했고, 어떤 전략이 효과적이었으며, 시험 당일 팁은 무엇인지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이어서 현직에 있으면서 겪는 고충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어요. 


그중에 하나가 학교 조직에서 소수로 있으면서 겪는 일들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아무래도 비교수교과는 학교 조직 내에서 각 한 명씩밖에 없으니 소외감이 드는 일이 생길 수 있겠다고 여기면서도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당시에는 현직의 고충보다는 합격 팁 같은 것이 더 귀에 들어올 때여서 그랬을 거예요. 태어나서 소수에 속해 살아본 경험이 마땅히 떠오르지 않았고, 설사 그런 경험이 있었다 해도 그것 때문에 힘들었던 기억은 없었기에 피부에 와닿지도 않았습니다. 


상담교사로 첫 출근을 하기도 전, 인사 차 근무하게 될 학교에 방문했던 날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상담선생님이면 꿀 빨겠네요."

당시에 저도 상담교사로서 어떤 일을 하게 될지 경험해 보지 못했기에 반박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날 처음 본, 앞으로 동료교사로 함께 근무하게 될 그분께 제가 할 수 있는 반응은 어색한 웃음을 짓는 일뿐이었습니다. 다만 그분이 잘 알지 못하는 일에 대해 함부로 제단하고 있다는 생각과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지만 내 일이 평가절하 당하고 있다는 생각에 불쾌한 기분이 꽤 머물렀어요.


이후에도 제가 하는 일에 대한 존중이 결여된 말이나 상황을 직접 겪기도 하고, 다른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을 듣기도 했어요. 겪어보니 어떤 조직에서 소수에 속해 살아가는 일이 꽤 서러운 것이더라고요. '학교에 상담교사는 혼자니까 좀 외로운 자리일 수는 있겠지'라는 단순한 예상과 실제 상황에서 느껴지는 것은 밀도가 달랐습니다. 다행이라고 표현해도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저만 느끼는 감각은 아니었어요. 학교 내 소수로 근무하는 보건선생님, 영양선생님, 사서선생님, 특수선생님, 병설유치원 선생님까지 조직 내 소수가 되어 겪는 불합리함이나 억울함을 토로하지 않는 분이 없었죠. 비슷한 처지에서 겪는 보편성에 위로받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가도 씁쓸해졌습니다.  


좀 거창하게 들릴 수 있지만, 학교에서 일하면서부터 사회에 존재하는 소수들의 소식에 조금 더 마음이 쓰입니다. 저처럼 작은 조직에서 소수로 살아가는 중에도 서러운 순간을 몇 번씩 마주하는데, 더 큰 사회에서 소수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런 순간을 얼마나 더 많이 겪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구조적으로 다수는 소수에게 상처를 주기 쉽고, 소수는 다수에 의해 쉽게 취약해질 수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래서 저의 무지함으로 무심결에 한 행동이나 말에 누군가는 상처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조심스러워집니다. 




위기사안이 있을 때 상담교사로서 어떤 조치를 해야 할지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이 학교 내에 없습니다. 물론 학교에는 저보다 교직 경력이 많은 선생님도 있고 관리자도 있지만 특정 학생을 어떤 식으로 상담하는 것이 좋을지, 상담은 몇 회 정도 이어가는 것이 좋을지, 학부모 상담에서는 어떤 얘기를 하면 좋을지 결정하는 데 실제적인 도움을 주기는 어렵죠. 다른 학교에 근무하는 상담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근무지가 다르다 보니 제가 겪는 상황을 생생하게 알고 조언을 해주기란 한계가 있습니다. 


언젠가 한 번 중학교 도덕선생님으로 근무하시다가 초등학교 상담교사로 새롭게 일을 시작하신 분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어요. 이렇게 혼자 고민하고 결정해야 할 게 많을 줄은 전혀 몰랐다고 하시면서 제게 몇 가지를 물어보셨어요. 근무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위기사안이 발생한 모양이었고, 그분이 신규 상담교사라는 것과 무관하게 학교에서는 그 선생님께 상담교사로서의 전문성을 요구했을 터였죠. 당연한 일이지만 신규 선생님이 혼자 얼마나 정신이 없고, 막막하고, 그 책임의 무게가 무겁게 느껴질지 알 것 같아서 애처로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학교에서 내 자리가 제일 힘들고 외로워요!'라고 주장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으니 혹여 오해를 사는 글이 되지는 않기를 바랍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힘듦을 감당하며 주어진 일을 해나가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여러 학교구성원들이 애쓰고 있는 모습을 직접 목격하고 있고요. 단지 '학교 상담실에서 일하면 이런 어려움이 있을 수 있을 수 있겠군요, 조직에 하나뿐인 자리는 이런 고충이 있을 수 있네요' 하는 이해가 조금 넓어지면 좋겠다고 바라봅니다.




사진: UnsplashVasily Kolo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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