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을 열어두기
선행이 불러온 참사일지도 모르는 요즘의 공부는
너무 어린 나이에 어려운 공부를 하는 상황이긴 하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라는 유명한 애니메이션의 원작을 보면
미래에는 기본적인 공부를 머리에 데이터화할 수 있다는 가정이 나온다.
그럼 공부하기 쉬워질까?
기본적인 공부를 머리에 주입하는 게 가능해지면
아이들은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연구를 하게 되고
과학은 비학적으로 발전해서 타임랩스가 가능해진다는 설정이다.
이 책을 보면서
지금의 교육현실 속에서 나온 공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행을 시키면 우리 아이가 앞서나갈 수 있겠지 생각했는데
너도나도 선행을 시키다 보니 입시가 빨라지게 되고 아이들은 더 어려운 공부를 할 여력(?)이 생겨버린 상황이다.
긍정적인 면은
그냥 학교에서 주어진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은 빠르게 내가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를 결정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냥 1등 하기 위한 공부가 아닌 무엇이 되기 위한, 무엇을 하기 위한 공부를 해야 하는 시기라는 것이다.
또한
자사고에 대한 폐지논란은 많지만
과학고와 영재고가 늘어나는 추세에서 볼 때 아이들에게는 입시지옥이 되었다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선택의 기회가 늘어났다 볼 수 있다.
내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연합고사보고 점수에 따라 뺑뺑이로 학교가 지정되었고, 지역에 대한 경계도 있어서 다른 곳에 있는 고등학교에 갈 수 없었다. 이것이 교육 평준화라고 모두에게 공정한 기회를 부여한다는 원칙이라고 했지만, 나에게 지금처럼 영재고나 자사고 같은 선택지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새로운 공부를 하고 경쟁에서 뛰어넘는 것이 행복했던 나에게 평준화는 그저 내 가능성을 굉장히 제한했다고 생각하고, 훨씬 더 많은 미래의 가능성을 만들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지금의 아이들이 한편으로 부러운 점도 있는 것 같다.
서두가 길었는데,
이러한 생각은 하나의 상담에서 시작되었다.
영재반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잘 따라오고 있는 학생 부모님께 갑자기 학원을 쉬겠다는 전화가 왔다.
전혀 예상밖의 반응이라서 놀라 전화를 드렸더니, 중학교 1학년이 어려운 공부를 하고 학교 과제나 이런 것들로 잠도 못 자고 하는 상황이 안쓰러워서 잠시 쉬고 싶다고 하셨다.
영재입시라는 것은 중학교 1학년때 기초 수업이 완성되는 거라서 지금 쉬면 영재고라는 방향하나가 닫히게 된다고 설명드렸더니,
"그냥 주변에 일반고등학교에 가도 괜찮아요."
라고 하셨다.
엄마가 괜찮으면 괜찮은 일일까?
열심히 하는 모습이 안쓰럽다는 것에 대한 해법이 공부량을 줄여주는 것일까?
힘들어도 열심히 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그리고, 지금 공부량을 줄이는 것은 훗날로 미뤄두는 것뿐 공부는 절대량이 있다. 그리고 열심히 가는 열차에 물을 붓는 형국일 수도 있는 것이다.
잠시 쉬었다가 돌아오면 다른 친구들은 저 멀리 가있고, 그 열차에는 탑승할 수 없다.
지금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과연 열심히 하면 가능한 일일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에 대한 대답이다.
아이가 힘든 것은 이렇게 해서 되는 건지에 대한 불안함과 열심히 했는데도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의 마음의 힘듬이지 체력적인 힘듦이 아니다. 다른 친구들이 열심히 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간에 한 달 쉬는 것은 불안감을 해소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제대로 된 휴식일 수 없고, 부모님 또한 막상 쉬겠다고 하고서는 아이게 집에서 공부하지 않고 노는 것을 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교육의 주관을 갖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현재 아이의 성취도는 늘 고려해야 한다. 과도한 공부는 줄여주는 것이 맞다.
하지만 아이가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는 중이라면 응원과 체력적 보강이 답이지 방향을 틀어서는 안 된다.
너무도 뻔히 보이는 답이 있을 때에는 아무래도 상담할 때 힘이 들어간다.
"안돼요 어머님! 지금은 아니에요. 어머님 말씀대로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지금 하는 과정을 지켜보실 여유도 있는 거예요."
한편으로는 오지랖일 수 있지만,
조금 더 나은 선택지를 내 학생에게 주고 싶은 마음에서 손을 놓을 수 없다.
학원에서 학원의 수익 때문에 아이들을 붙잡는다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만 이야기해 보면 구분할 수 있다. 이것이 아이를 위한 상담인지, 학원에 붙잡고자 하는 상담인지말이다. 오히려 학원에서는 아이가 잘 따라오지 못하면 다른 방법을 찾아보라고 하거나 재수강 혹은 반의 레벨을 낮추는 상담을 하는 경우가 많다. 장기적으로 아이를 케어하고자 한다면 오히려 아이에게 잘 맞는 반을 배정해 주는 것과 실력을 좋아지게 하는 것이 학원에서도 더 맞는 선택이다. 그러니 아이에 관한 담당 선생님의 평가에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수업시간에는 아이들에게 지금 공부하는 태도와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끊임없이 설명해줘야 하고,
상담에서는 부모님께 지금의 교육이 얼마나 바뀌었고 아이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가고 있음을 이해시키는 데 게으름이 없어야 한다. 학원 강사라는 것이 단순히 지식전달이라고 생각한다면 아주 큰 오산이다.
강사의 에너지는 그대로 아이들에게 전달되며,
부모님을 이해시키는 것은 지속적인 응원과 지지를 만드는 기본이 되기 때문에 어느 하나 게을리할 수 없는 일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