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지기의 마음으로
고등학교에 선택과목이 생기면서 중학교 때 진로 혹은 최소한 가고 싶은 학과라도 결정해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하고 싶은 바를 빨리 결정할 수만 있다면 시간의 낭비 없이 하나의 과정에 몰두할 수 있겠지만, 하고 싶은 일은 대학을 나와서도 쉽게 결정되지 않고, 전공과는 다른 길로 가는 일이 많기 때문에 쉽지 않다. 고등학교 때 종합생기부에는 자신이 그 과에 가고자 한 기록을 남겨야 하기에 어쨌든 일관된 선택과목이 필요한데, 그걸 미리 결정해야 한다는 것은 중간에 꿈이 바뀌거나 한다면 난감할 노릇일 수밖에....
의대열풍에 따라 의대입시전문관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고, 초등학생 때 진도를 미적분까지 나가는 집중반도 있다. 물론 그걸 따라간다는 것 자체가 범상치 않은 아이이긴 하다. 그런데 걱정되는 점은 그것이 그 아이의 의사일까 하는 점이다. 중학교 때도 쉽지 않은 진로의 선택을 초등학생 때?
트롯천재, 한국사 천재, 수학천재, 퍼즐천재... 영재는 있을 수 있다. 그 분야에 특별한 재능을 일찍부터 보인다는 것은 좋은 일이나, 너무 그곳에만 몰입하지 않도록 정규과정에 충실하게 할 필요는 있는 것 같다. 다른 것들도 경험해 보는 것이 좋고, 살아가는데 결코 좋아하는 일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 경로를 잡아주기도 생각보다 쉽지 않다. 영재로 발굴되어 대학교에 일찍 입학했으나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사회성이 부족한 경우도 있기 때문에 아이의 진로와 성장에 대해서는 쉬운 것이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1. 아이와 다양한 직종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리다고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TV에 나오는 다양한 직업들과 사람들의 행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고 이야기해 보는 것들이 필요하다. 시사도 좋고, 드라마도 좋고 분야는 상관없다. 다양하게 대화를 나눈 것은 공부하라고 잔소리하는 것보다 훨씬 유익하다. 같이 책을 읽고 이야기를 해보는 것도 좋다. 이런 것들이 쌓여서 대화도 수월해지고 훗날 청소년기에 사춘기를 방지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부모의 생각을 주입하는 것보다 '아~ 그런 생각도 할 수 있구나' 들어주는 것이 우선이다.
2. 청지기 의식을 갖자.
하늘에서 아이를 내게 맡겼다고 생각하는 것.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필요하다. 이 아이가 자기의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최대한 돕는 일이 부모의 일이다. 너는 의사가 되었으면 좋겠어! 엄마가 못다 한 꿈을 네가 이뤄주었으면 좋겠어. 하는 마음은 아이의 길을 찾는 일에 장애물이라 생각한다. 물론 아이가 어려서 결정을 내리기 힘들 수도 있다. 엄마는 이런 이런 직업들을 아는데, 이런저런 장단점이 있다고 소개해주는 것까지는 좋다. 하지만 돌잡이 상에 여러 가지 물건을 놓아줄 수는 있어도 고르는 것은 아이에게 맡겨야 한다. 그리고 선택에 있어서는 항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 또한 작은 일에서부터 가르쳐야 한다.
12월, 고등학교 입시와 예비 중1학생들이 들어오는 계절이다 보니 진로와 관련된 생각들이 많아진다. 내가 하는 조언이, 때로는 내가 하는 상담들이 아이에게 영향을 미치는 걸 생각하면 쉽지 않다. 이럴 때에는 진심으로 아이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상담에 임하는 것만이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선생님으로서 가르쳐봤을 때의 아이의 특성과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해 주는 것.
그래도 다행인 것은 아직 가능성이 많이 열려있는 중학생들을 가르친다는 것이다. 시행착오를 겪을 여유가 있는 나이. 이럴 때는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해주게 하고 싶다. 아이들은 학원에서 굉장히 소심해져 있는 경우가 많다. 쉽게 문제가 풀리지 않기에 무엇을 도전하기에 용기가 부족하다. 잘하는 아이들이 많은 학원에 다닐 경우에는 스스로를 과소평가한다. 그래서 작은 일이라도 칭찬할 것이 있을 때에는 부모님께 칭찬거리를 꼭 알려드린다. 수업시간에는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늘 이야기해 준다.
중학생이라면,
능력을 의심하지 말고, 게으름을 경계해야 한다.
누구나 잘할 수 있는 시기인데, 아이들은 어렵다고 자기가 능력이 부족한 것 같다고 핑계를 대기 쉽다. 하지만 실상 들춰보면 열심히 해보지 않은 경우가 많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이 시기에 무엇을 하는지에 따라 성장은 많은 차이가 생긴다. 어른들이 하루와 아이들의 하루는 성장의 폭이 다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에게는 늘 최선을 다하는 것과 시작한 일을 끝맽는 책임감을 가르치는 것을 권한다.
지금 잘 못한다고 해서 중도에 포기하지 않게 하는 것은 당연하다 생각하겠지만 실제로는 지키기 어렵다. 어른들의 관점에서는 하루하루가 아까우니까 얼른 맞는 과정으로 바꿔야 하는 것처럼 느끼겠지만, 일단 시작한 것을 마무리하는 훈련은 그 어느 것보다 중요하다. 계속 바꿔봐야 좋은 결과를 얻기도 어렵고, 중도에 포기한 경험은 자신감의 상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조급해지기 쉬운 겨울이다.
결정은 신중하게 해야겠지만 지금은 시행착오의 시기이고, 행동방식이 결정되는 시기라는 생각으로 중학생이하 어린 학생이라면 기본을 가르치자. 진로는 아이가 찾아가는 여정이니 무엇을 하든 성공하는 사람의 습관을 길러주는 것을 이번 겨울의 목표로 하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