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구정과 내음 씨 어머니 생신이 비슷한 시기이다. 그래서 내음 씨는 두 번 할걸 합쳐서 올해는 좀 더 풍성하게 뭐라도 해드리고 싶었다. 그중 제주도에서 직접 보내주는 수산물 세트가 눈에 띄었는데 특히 두 분 다 연세가 드셨고 특히 내음 씨 어머니는 얼마 전에 받으신 수술로 거동이 불편하셨기 때문에 평소 생선을 좋아하시지만 자주 사서 드시기는 힘들 것 같았다. 구성을 보니 두 분의 넘버원 생선 고등어와 갈치, 조기, 옥돔 등 여러 가지 현지의 신선한 생선들이 종합 선물세트로 되어 있어 얼마간 신나게 드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하니 내음 씨는 슬며시 미소가 지어졌다. 내음 씨는 어머니에게 안부전화드릴 때 집에 생선 사다 놓으신 것이 있는지 확인차 여쭈어 보고 주문을 했다. 간혹 예전에 사다 놓으신 식자재들을 굉장히 오래 보관해 놓고 아직 안 드신 경우도 많아서 확인은 필요했다. 주문을 하고 내음 씨는 제주도에 있는 업체에 물어보니 내일 항공으로 배송되어 모래에는 집에 도착할 것이라 했다. 이틀 후, 내음 씨는 퇴근길에 어머니께 전화를 드려 선물세트를 잘 받으셨는지 물었다. 어머니는 아직 안 왔다고 하시며 뭐 잘 오겠지 하고 걱정 말라고 내음 씨를 안심시켰다. 사실 겨울이어서 택배를 받고 너무 늦지 않게 냉장고에 넣으면 상하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연세가 드셔서 거동도 불편하시고 기억력도 예전 같지 않으신 부모님이 혹시나 받으실 때 불편이 있을까 봐 걱정이 되었다. 특히 배송 주소를 적을 때 연락처도 어머니의 핸드폰 번호로 적은 것이 마음에 걸렸다. 어머니는 전화를 안 받으시는 경우도 많고 부재중 전화나 메시지로 오는 정보들을 확인하시는 것을 어려워하셨다. 차라리 내 폰번호를 적고 중간에서 내가 중계를 할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가 가끔 주무시거나 집을 비우실 때 택배기사와 연락이 되라고 어머니 폰번호를 남긴 것이 후회가 되었다. 내음 씨는 인터넷에서 송장번호를 찾아 택배 위치를 검색해 보았다. “11:47분, XX동 도착” 이런, 이미 오전에 부모님 댁이 있는 지점에 물건은 도착을 했다. 보통 그 후에 몇 시 배송 예정이라고 문자가 가는데 조금 전 내음 씨가 어머니에게 여쭈어 보았을 때는 어머니는 문자는 다 확인해 보았는데 그런 문자는 없었던 것 같다고 하셨다. 내음 씨는 혹시 모르니 다시 한번 예전에 문자 메시지 확인하는 법을 가르쳐 드린 대로 확인해 보시라고 하고 콜센터로 전화를 걸었다. 콜센터로 걸어 ‘보이는 ARS’로 배송정보를 확인하려는데 어머니에게 전화가 왔다. 잠시 고민하다가 내음 씨는 일단 콜센터를 끊고 어머니 전화를 받았다. 잉? 그런데 어머니 전화도 끊어져다. 내음 씨는 다시 어머니에게 전화를 하는데 받지 않으셨다. 그래서 일단 콜센터로 전화를 해서 위치 확인을 하고 있는데 그 와중에 다시 어머니에게 전화가 왔다. 흠.. 그래서 재빨리 콜센터 전화를 끊고 다시 어머니 전화를 받는데 어머니 전화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끊고 어머니 전화를 걸었지만 어머니는 받지 않으셨다. 이런 소동을 몇 번 한 끝에 어머니하고 전화 연결이 되었다. “어머니~! 전화가 잘 안되네요~. 계속 걸었는데” “그래 나도 안 되더라. 이거 전화가 이상해 이상한 기능만 많고. 하여튼 네가 말해서 문자를 다시 봤는데 아깐 없었는데 **택배에서 온 메시지가 갑자기 생겼더라. 전화기가 정말 이상해” “ㅎㅎ 갑자기 생겼어요? 아무튼 그래서 제가 다시 한번 보시라고 한 거예요. 안 보시고 그냥 넘기셨을까 봐. 거기 뭐라고 쓰여 있어요?” “오늘 7~9시에 도착한다고 쓰여있네. 너도 알잖아 엄마가 숫자에 강하고 머리 스마트한 거 그런데 스마트 폰은 이상해 ” “네 괜찮아요. 그럼 택배 잘 받으시고 맛있게 드세요. 또 전화 드릴 께요~” “그래 아들 수고해~ 잘 먹을게~” 내음 씨는 어머니가 스마트한 거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냥 스마트 폰이 어머니의 스마트와는 다른 스마트인 것 같아 그리고 그런 일 들을 통해서 부모님이 나이가 들어감을 혹시나 서글프거나 서운하게 느끼실까 봐 그게 마음에 걸렸다. 괜히 생선 한 번 드린다고 어머니께 상처를 드린 건 아닌지 그냥 생선구이 잘하는 식당에서 사드릴 걸 그런 건 아닌지(물론 코로나 19 때문에 댁으로 보내드리는 걸 정한 거지만) 내음 씨는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내음 씨는 다음에 전화할 때는 이렇게 꼭 말씀드리리라 생각했다 “거 스마트 폰이 이상하네. 어머니는 스마트하신데 폰이 이상하네요. 그냥 신경 쓰지 마세요. 기계가 스마트해봤자 얼마나 스마트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