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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Oct 22. 2024

산에 산에 산에 사는 새는

- 산에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산에 산에 산에 사는 새는

- 산에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산에 산에 산에 사는 새는
가시밭 길 날아든 새


천리 타향 길 멀다 하여
이산 저산 님 찾아 헤매다
지쳐 쓰러져


어느 이름 모를 가시에 찔러
더 이상 날아가지 못한 


그곳에 멍석 되어

철마다 피고 지는 꽃들에

님 소식을 전해달라 하네

산에 산에 산에 는 꽃은
우리 님 댕기머리에 꽂아 둔
접동새 한 마리 날다

입에 물고 떨어 뜨려 피어난


바람에 아홉 번

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어머니의 마음을 지니고

태어난 꽃

나는 그 꽃을 사랑하고 말았네


산허리 축 지나

운해물결 사이사이 둘러싸여

보일 듯이 말듯이 피어난

꽃 한 송이를 바라보았을 때


나는 보았네 보았다네

우리 님

저 멀리서 손짓하던 것을


그곳으로 달려가 손잡고

어느새

바람 불어와 정신을 차리니


내님의 손길대신

벼랑 끝에 놓인

나뭇가지를 붙잡고 말았네


2024.10.20 치악산 비로봉 가는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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