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책에 대하여
오늘부터 ‘대학을 읽다’ 연재를 시작합니다. 이 연재의 바탕은 전통문화연구회가 주관하고 덕성여대평생교육원에서 시행하는 시민 교양 강좌의 강의 내용입니다.
글을 쓸 때는 독자를 고려하라고 하지만, 실제로 그것을 실천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가상의 독자는 아무래도 추상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떤 작가는 구체적인 한 인물을 떠올리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나이대나 성별이나 그 분야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이 있는 사람인지 등등을 구체적으로 설정하라고 합니다. 그러나 그 역시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 점에서 대학 원전 읽기 강의에 참여하는 수강생은 정말 구체적인 독자이기 때문에 좀 더 가독성 있는 글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어떤 책을 읽을 때는, 그것이 고전일 때는, 게다가 그 책이 한문으로 되어 있을 때는 몇 가지 생각해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한자를 얼마나 알고 있는지, 한문은 얼마나 접해봤는지 하는 언어와 관련된 것입니다. 거기에 글의 문체도 특이하고 내용도 낯설 수 있습니다. 이런 점은 걸림돌이 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매력적인 요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고전은, 누구나 제목을 알지만 누구도 읽지는 않은 책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고전은 읽기가 힘듭니다. 모든 고전이 그렇지만, 특히 동양 고전은 지적으로 이해하기가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유, 불, 도 중에서는 그래도 유학에 일상 윤리를 말하는 내용이 많아서 도가나 불교보다는 접근하기 쉽지만, 유학 역시 실천 윤리를 말하고 있어서 체험과 연결해야 의미를 이해하기 쉽습니다. 그런 점에서 단순히 문자를 익히고 번역만 하는 것으로는 만족하기 어렵습니다. 이제 하나씩 대학의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그에 앞서 대학이 어떤 책인지 먼저 소개하겠습니다. 대학은 중국 고전의 하나인 예기 속에 들어있는 한 편입니다. 예기라는 책은 중국 고대의 제도와 예법을 담은 주례와 의례와 함께 삼례라고 부르는 경서인데, 한나라 선제 때 편집이 완성되었다고 합니다. 대학은 이 예기 49편 중 42번째 들어있습니다. 그러다가 송나라 때 와서 독립된 한 권의 책으로 분리되었습니다.
여기서 잠깐, 중국 고대 유학의 근간이 되는 경서는 파란만장한 위기를 겪었습니다. 진시황의 분서갱유 사건입니다. 진시황 이전에 만들어진 많은 책이 사라졌다가 한나라가 세워지면서 발견된 책이 많습니다. 그래서 정확한 책 제작 시기를 알기 어렵습니다. 예기에 들어있는 한 편 한 편의 성립 시기는 예기라는 책이 만들어진 시기보다 이르겠지만, 예기라는 책이 성립 시기는 대체적으로 한나라 선제(재위기간 기원전 73년-48년) 때라고 합니다.
대학은 1750여 글자로 되어 있는데, 논어 1만 5천 자, 맹자 3만 5천 자, 중용 3천5백 자에 비하면 가장 분량이 적습니다. 노자도덕경을 흔히 5천 자라고 하는데 그의 3분의 1 정도밖에 안 됩니다. 장자는 이들 중에서 가장 분량이 많은 6만 5천 자입니다. 분량도 적지만, 내용도 짜임새 있는 틀을 갖추고 있어서 개론에 해당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희는 사서 중에 대학을 가장 먼저 읽으라고 권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서는 논어나 맹자처럼 단편적인 대화체가 접근성이 좋을 수도 있습니다. 한 편의 대화만으로도 음미할 내용이 이 있으니까요. 거기에 비해서 대학은 전체를 다 읽어야 윤곽을 잡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분량이 적으므로 크게 부담스럽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에 대학을 이런 방식으로 읽으려고 합니다. 한 글자, 한 문장, 번역 위주로 해석하면서도 세심하게 따지고 분석하고 음미하면서 읽어보겠습니다. 그리고 강의를 듣는 여러분,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에게 자기 주도 공부를 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대학을 다 읽은 후에는 어떤 형태로든 결과물이 나오기를 바랍니다. |
예를 들어, 원문이나 번역문을 필사한다든지, 원문을 암송한다든지, 대학의 한 문장에 감상 에세이를 쓴다든지 하는 식으로 자기만의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실천할 수 있도록 자극을 주고 싶습니다. 이런 결과물을 내는 데 도움이 되도록 제가 필사 노트를 만들었습니다. 필사 노트는 브런치스토리 표지로 올려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