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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영희 Sep 12. 2024

원본 대학을 읽다

대학장구 읽기 전에 원본 대학부터 읽습니다.

이 글은 지난 11일 발행한 것인데, 저장해둔 것을 발행하는 과정에서 매거진으로 편입되지 못했습니다. 매거진으로 이동하려고 하니, 도저히 안 되네요. 어쩔 수 없이 복사해서 재발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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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문자적 뜻은 일반적으로 ‘대인이 하는 공부’ 또는 ‘대인이 되기 위한 공부’라는 뜻입니다. 대인이 하는 공부든, 대인이 되기 위한 공부든, 대학에는 제왕학이라는 입장과 수신서라는 입장이 대립하고 있습니다.      

대학이 제왕학이냐 수신서냐 하는 것은 대인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와 관계가 있습니다. 대인에는 크게 두 가지 뜻이 있으니, 성인이라는 뜻과 통치자라는 뜻이 있는데, 대인을 성인이라고 하면 일반인도 포함되기 때문에 수신서의 비중이 높아집니다. 반면, 통치자라고 하면 제왕학의 의미가 더 강해집니다. 시대가 내려올수록 대인에는 성인이라는 의미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대학에는 통치자의 공부라는 의미에서 제왕학의 의미도 있고 성인의 공부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제왕학으로 시작했겠으나, 시대가 내려오면서 의미가 확장되어 어른이 하는 공부라는 의미가 덧붙여졌을 것입니다. 왕족을 비롯한 귀족 계급에만 국한되던 통치자 신분이 과거 시험을 통해 일반인도 관리가 될 수 있게 되면서 대학을 공부할 수 있는 인구가 확장된 것도 필연적인 역사의 흐름입니다. 그렇게 대학을 공부하는 범위를 넓힌 사람이 주희이고, 어쩌면 주희 덕분에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이 수신서로서 대학을 읽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대학을 읽다는 『원본 대학』부터 시작합니다. 원본 대학은 예기에 있던 형태 그대로를 말합니다. 왕양명 등은 『고본 대학』이라고 했지만, 고본 대학보다는 원본 대학이라고 해야 한다는 일부의 주장이 더 설득력 있습니다. 고본에서는 원래 형태라는 의미가 잘 안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들어가기 전에

* 한문 문헌에는 본래 문단이 없습니다만, 문단이 있어야 읽기 좋아서 글의 흐름을 참고하여 임의로 나누었습니다. 남회근의 『대학강의』를 참고는 했으나 그대로 따르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문단이 너무 크면 한 번호 안에서 더 나누었습니다.     


* 번역은 여러 번역서를 참고하면서 제 나름대로 정리해서 풀이했습니다. (번역은 진행하면서 수정할 수 있습니다.)     


1. 大學之道, 在明明德, 在親民, 在止於至善. 知止而后有定, 定而后能靜, 靜而后能安, 安而后能慮, 慮而后能得, 物有本末, 事有終始, 知所先後, 則近道矣.

  대학지도, 재명명덕, 재친민, 재지어지선. 지지이후유정, 정이후능정, 정이후능안, 안이후능려, 려이후능득. 물유본말, 사유종시, 지소선후, 즉근도의.     


대학의 도는 밝은 덕을 밝히는 데 있으며, 백성을 친하게 하는 데 있으며, 지극히 선한 상태에 머무는 데 있다. 멈출 데를 안 이후에야 정해짐이 있고, 정해져야 차분해질 수 있으며, 차분해져야 편안해질 수 있고, 편안해져야 생각을 잘할 수 있으며, 생각을 잘해야 얻을 수 있다. 사물에는 근본과 말단이 있고, 일에는 끝과 시작이 있으니, 먼저 하고 나중에 할 것을 알면 도에 가까워질 것이다.  


풀이 :

▶ 명명덕은 개인의 내면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명덕을 밝힌다고 했으니, 인간의 본질은 명덕이라고 본 것입니다. 낙관적이고 성선설적인 관점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밝힌다고 했으니, 원래 가지고 있던 명덕이 명덕으로서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뜻이 됩니다. 어두워졌다는 뜻입니다. 왜 어두워졌을까요? 그 어둠을 밝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런 의문을 기록해 두고 읽어나가면 좋겠습니다.     


▶ 친민은 정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문장입니다. 일단 문자 그대로만 봐도 번역하기가 어렵습니다. 통치자가 백성과 친하게 지낸다는 뜻인지, 백성끼리 친하게 지내게 한다는 뜻인지 불분명합니다. 백성과 친한 데 있으며, 백성을 친하게 하는 데 있으며, 둘 중에 어느 쪽이 더 적절할까요? 이 역시 기록해 두고 지나갑시다.


▶지선에 머문다는 말은 앞의 명명덕이나 친민보다는 알기 쉬워 보입니다. 다만, 지선이 무엇인지 너무 갑작스럽기는 합니다. 문맥으로 보면, 명명덕과 친민 이외에 제3의 경지를 말하는 것 같습니다. 다만, 유학에서 명명덕과 친민 이외에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지 그게 의문입니다. 그래서 어떤 유학자는 명명덕과 친민 두 가지가 최고의 수준에 이른 상태라고 보기도 합니다. 이 해석도 꽤 그럴듯합니다. 그러면 실질적으로 두 가지 일만 있는 셈입니다. 다만, 뒤에 가면 군자는 그 최고의 상태를 사용하지 않음이 없다는 말이 나오는데, 여기서 최고의 상태가 지선이라는 해석이 있습니다. 거부하기 어려운 해석입니다. 그러니 명명덕과 친민 외에 지선이 없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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