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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영희 Sep 13. 2024

제왕학이냐 수신서냐

대학 안에서 일관성 찾기

大學之道, 在明明德, 在親民, 在止於至善. 知止而后有定, 定而后能靜, 靜而后能安, 安而后能慮, 慮而后能得, 物有本末, 事有終始, 知所先後, 則近道矣. 

  대학지도, 재명명덕, 재친민, 재지어지선. 지지이후유정, 정이후능정, 정이후능안, 안이후능려, 려이후능득. 물유본말, 사유종시, 지소선후, 즉근도의.     


*풀이 : 대학의 도는 밝은 덕을 밝히는 데 있으며, 백성을 친하게 하는 데 있으며, 지극히 선한 상태에 머무는 데 있다.      


* 지난 화에 이어 보충할 내용이 있어 다시 풀이해 봅니다.  대학이 수신서냐, 제왕학이냐 하는 논란에 대한 답은, 고대를 지향할수록 제왕학의 의미를 강조하고, 시대가 내려올수록 수신서의 의미를 강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해석도 일관성 있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먼저 제왕학으로 대학을 읽는다면, 

"큰 배움의 길, 큰 사람이 되는 공부는, 백성의 명덕을 밝게 하는 데 있고, 백성을 서로 친하게 하는 데 있으며, 백성이 더 높은 최상의 선을 추구하게 하는 데 있다. 최상의 선의 방향을 알아야 의지가 정해지고, 의지가 정해져야 차분해질 수 있으며, 차분해진 후에야 마음이 안정될 수 있고, 마음이 안정된 후에야 생각을 잘할 수 있으며, 생각을 잘할 수 있어야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사물에는 근본과 말단이 있고, 일에는 끝과 시작이 있으니, 먼저 하고 나중에 할 것을 알면 도를 거의 실천하게 된다." 


이렇게 풀면, 일관성 있게 제왕이 통치하는 원리를 설명하는 것이 됩니다. 뒤에 지지이후유정은, 제왕이 그렇게 통치하면 백성이 이런 순서를 결과를 얻게 될 것이라는 말이 됩니다.

     

반면, 수신서로 읽는다면, 

"큰 배움의 길, 큰 사람이 되는 공부는, 자신의 밝은 덕을 밝히고, 백성과 친해지며, 지선을 향하기를 추구하는 것이다. ---"  이렇게 모두 나의 수신 방법을 설명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지지이후유정은 자신의 공부 단계, 공부 과정이 됩니다.      


물론, 주자 방식대로 해석해도 무방합니다. 주자 식으로 해석하면 첫째 명덕을 밝힌다는 것은 자신의 명덕을 밝히는 것이고, 둘째 백성을 서로 친하게 하고, 셋째 통치하는 과정에서 지선을 추구한다. 이런 식으로 세 단계로 범위를 확장하는 동시에 차원을 높이는 것입니다. 

     

다만, 주자 방식대로 해석할 때 주의할 점은, 제왕이 명덕을 밝히지 못하면 친민이나 지어지선이 어렵다는 식으로 해석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그러면 수신서와 제왕학 두 가지를 다 담고 있다고 말은 하지만, 결론적으로 수신서에 치우치게 돼서 제왕학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후대 사람이 읽을 때 혼란을 느낄 수 있게 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 나름대로 일관성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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