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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의 깃털 Oct 23. 2018

누군가는 떠났지만,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나는 '변화'라는 단어를 참 좋아한다.


'성장하는 삶'을 중요시하는 나에게, '변화'란 '성장했다'는 이야기와 같은 맥락이기 때문이다. 물론, 한 개인의 '변화'가 반드시 성장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퇴보'도 변화의 일종이니까. 살면서 나는 참 많이 변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때때로, 혹은 어떤 면에서는 '퇴보'하기도 했겠지만, 대체적으로 어느 정도는 '성장'했다고 믿고 싶다.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살게 되면서, 싸복이 남매와 함께하면서, 뭉치를 만나게 되면서 나는 참 많이 변했다. 이 변화는 진정한 의미의 '성장' 일 것이다. 나는 아주 조금 더 나은 인간이 되었다


싸복이 남매와 함께하면서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함께 사는 강아지와 눈을 맞추고 마음을 나누다 보니, 내 반려동물에 대한 애정이 확대되어 다른 동물들에게까지 미친 셈이다. 길냥이들이 대개 뚱뚱해 보이는 이유는 물을 먹지 못해 부어서란 이야기를 귀동냥으로 들었다. 그때부터 뒷마당에서 사료와 물을 주기 시작했다. 그것은 내가 가장 손쉽게 실천할 수 있는 일이었기에. 몇몇 고양이가 우리 집에서 밥을 먹나 보나 했는데, 처음으로 친해지게 된 것이 바로 '뭉치'다. 뭉치와 마당에서 자주 마주치고 정이 쌓이다 보니, 점차 다른 길냥이들도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뭉치의 중성화 수술을 시작으로 해서 나는 일 년 여가 지난 지금 우리 집 근처 길냥이들을 책임지는 제법 버젓한 '캣맘'이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뭉치가 묻힌곳에 팻말을 설치하고 돌무덤을 쌓았다

나는 고양이에 문외한인 사람이었다. 강아지를 좋아했고, 고양이에게는 그다지 큰 관심이 없었다. 뭉치와 한 집에 살게 되면서, 길냥이들을 만나게 되면서 고양이란 존재가 얼마나 매력적인 존재인지 비로소 알게 되었다. 강아지와는 전혀 다른, 고양이 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매력의 늪에 푹 빠지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뭉치를 통해 나는 진정한 인내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의 의미를 배우게 되었다.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사랑임을, 누군가를 사랑할 때는 내 방식이 아니라 상대의 방식이어야 한다는 것을. 아주 단순하지만 의외로 실천하기 어려운 저 원칙을 깨우쳤다. 뭉치는 내게 새로운 세상이었다.


뭉치는 다른 방식으로 우리와 영원히 함께할 것이다.

또 뭉치를 만나고, 이런저런 과정들을 거치지 않았다면 브런치의 내 글들도 결코 결이 풍부해지지 못했을 것이다. 뭉치에게 고맙다. 더불어 나의 삶도 함께 풍요로워졌다. 나는 채식주의자(페스코 테리언)가 되었고, 신념을 조금씩이라도 행동으로 옮기고자 노력하는 사람이 되었다. 내가 조금 손해 보더라도, 생명이 있는 모든 것들과 가진 것을 조금이라도 나누는 삶이 의미 있는 것임을 알았다. 앞으로의 내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 방향성을 좀 더 명확히 할 수 있었다. 나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조금씩 성장하며 잘 늙어가고 싶다.


나도 죽으면 뭉치 곁에, 싸복이 남매와 함께 저 앵두나무 아래 잠들고 싶다(행복이 표정: 어멍~ 도대체 뭐래?)

반려동물과의 이별이 두려워서 동물을 키우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내 주변에도 그런 이들이 많다. 사랑하는 대상과의 이별만큼 큰 고통은 없기 때문이다. 최근에 많이 아팠다. 위에 탈이 나서 응급실에도 다녀오고 밥을 제대로 못 먹는 중이다. 종종 스트레스를 크게 받으면 탈이 나곤 하는데, 마음의 상심이 제법 컸던 모양이다. 잘 이겨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몸은 정직하다. 딴생각 안 나도록 마당에서 일을 열심히 한 탓도 클 것이다. 뭉치와의 이별은 고통스럽다. 여전히. 하지만 나는 기꺼이 이 고통을 받아들인다. 이별의 고통이 두려워 사랑을 외면하는 사람이 되고 싶진 않다. 나는 사는 동안 '진정으로 살아있는' 사람이고 싶다. 싸복이 남매, 하늘이, 뒷마당의 길냥이들과의 다가올 이별이 두렵지만 나는 오늘도 용기 내어 한 걸음을 내딛는다. 


뭉치 덕에 새로운 데크가 생겼다.ㅎㅎ 주말 한낮에 앉아서 빈둥거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저 뭉치를 만나고, 함께 한 시간들이 고맙고 또 고맙다. 뭉치는 내게 너무나도 특별한 존재였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뭉치는 이 세상에 없지만, 더 이상 뭉치의 매혹적인 목소리를 들을 수 없지만 다른 방식으로 내 곁에 남아 남은 나의 삶을 이끌어 줄 것이다. 그렇게 믿는다. 


누군가는 떠났지만, 나의 삶은 계속된다. 나는 이렇게 또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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