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박 육아지만 괜찮아
아내가 설 전에 먼저 발령을 받아 베트남으로 떠났습니다. 이제 한국에는 나와 두 아이, 그리고 우리 짐이 남았습니다. 모두 떠나야 하는 존재들이 되었습니다. 두렵기도 하지만 우리 가족의 새로운 변환점이 될 시작이기 때문에 설렘도 가득합니다. 아이들은 베트남이라는 나라가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따뜻한 나라에서는 언제든지 수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기대가 가득합니다.
엄마와의 이별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습니다. 미리 말을 해둔 것도 있고, 한 달 뒤에 다시 만난다는 약속, 그리고 전날의 조그만 닭똥 같은 눈물들. 비행기가 이른 시간 밖에 없기에 전날 다 같이 잠든 뒤 아내는 새벽에 일어나 택시를 타고 인천국제공항으로 떠났습니다.
이제 시작되었습니다. 아이들과 저만의 시간들! 어찌나 설레고 반갑고 두렵고 무서울지요! 회사에는 미리 말을 해두어 출국 전에 새로 받은 연차를 활용하고 출국날부터 휴직을 시작했습니다. 감사하게도 회사와 동료들이 잘 이해해 주어 바로 아이들을 돌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의 조부모님들께도 도움을 부탁할 수 있지만 아직 일을 하십니다. 또 평소에 저희 부모님이 지방에 있기 때문에 양가에 부담을 주지 않고 회사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우리가 해내자 라는 마음으로 저희 부부와 지낸 시간이 그래도 많았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엄마가 갔냐고 묻고는 유치원으로 등원을 할 준비를 합니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루틴이 지켜지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안정이 되나 봅니다. 바뀐 것은 오후에 엄마가 아닌 아빠가 데리러 오는 것과 자기 전까지 아빠와 계속 시간을 보내야 된다는 것! 주말에 요리사를 자처하여 숙련된 저녁식사를 마치고, 엄마와 해왔던 루틴인 자기 전 책 읽기까지 해냅니다. 평소에도 둘 다 직장인인 관계로 번갈아가며 읽어왔지만, 저 혼자 매일 읽다 보니 저도 이게 익숙해집니다. 또 욕심이 나는 게 목소리와 분위기도 변화시켜 가며 읽을 때 집중하고 듣고 그림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표정이 점점 좋아집니다. 이전 성우에 도전해 본다고 학원에 다니며 애니메이션 캐릭터 연습도 하곤 했는데, 이게 참 육아에 도움이 많이 됩니다.
천천히 흐를 것 같았던 시간이 점점 빠르게 흘러감이 느껴집니다. 한국에서 보내야 하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고, 우리 가족은 낯선 환경으로 발을 디뎌야 할 때가 오고 있습니다. 무를 수 없습니다. 새로운 유치원에 가고, 넓은 수영장이 있는 아파트에서 매일 수영을 하는 시간을 상상합니다. 함께 지나가는 오늘을 보내고 즐거울 내일을 당기며, 잠에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