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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미화 Oct 24. 2024

고양이 퍼스트


이스탄불은 고양이 천국이다.


한국을 떠나기 전에 이스탄불에 대한 정보나 영상을 많이 찾아보았는데,  그중에 빠지지 않는 말이 고양이가 많다는 것이었다.

여행자들의 영상처럼 정말 저렇게나 도시에 고양이가 많을까? 머릿속에 선뜻 잘 그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스탄불에 막상 와 보니 우와.

진짜다. 고양이 천지다.


어딜 가든 고양이가 있다고 보면 맞다.

길거리는 당연하고


카페,


식당,


공원,


옷가게,


책방,


심지어 야외 박물관 전시물에도,


어디에도 당연하다는 듯, 이곳이 바로

내가 있을 곳이라는 듯


산수화처럼 편안한 모습으로 고양이가 있었다.


더 신기한건 그들이 주인, 우리가 손님. 그들이 주연, 우리가 조연처럼 느껴진다는 거다.


일단 카페에서 특히 야외 의자 몇 석 쯤은 고양이가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도 고양이를 내쫓고 그 의자를 차지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다른 의자에 앉는다.

언제는 고양이가 자고 있는 자리를 너무 차지하고 싶은 인간인 내가 있었다.

난감하다는 표정으로 고양이 앞자리에 가방을 놓고 한참 바라봤다.

주변 사람들은 빙그레 웃으며 쳐다만 본다. 직원도 나와서 고양을 쫓아주거나 하지 않는다.

나는 어쩔 수 없이 고양이를 손끝으로 몇번 밀었는데 고놈은 수염 한번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난 엉덩이로 진득하게 밀어대며 의자의 반을 차지했고, 고양이는 그제야 귀찮다는 듯 다른 의자로 옮겨갔다.


식당에서도 직원이 나서 고양이를 쫓을 때는 손님의 음식을 도가 넘게 탐낼 때뿐이다. 사실 그마저도 제지당하는 것을 봤다.

전에 식당 테라스 자리에 앉았을 때 일이다. 조그만 고양이 한 마리가 저 세상 애교를 부리더니 급기야는 테이블 위로 얼굴을 디밀었다.

직원이 보다가 저건 안되겠다 싶었는지 분무기를 가져와 고양이에게 물을 살짝 뿌렸다.

그랬더니 옆 테이블 손님이 직원을 불러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아니 그랬더니 그 식당직원이 하는 말이


‘겁만 주는 거예요. 고양이는 안전해요.’


정말 놀랠 노 자였다. 저기, 내 음식이 위험했지, 고양이는 당연히 안전하지요...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화가 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아니, 화가 난다기보다 어이가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더 맞을 것이다.

나는 대체적으로 동물을 좋아하지만 그렇게까지 고양이 애호가는 아니다.

하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안심이 됐다고 해야 할까.

고양이도 그저 자연스럽고 인간그저 자연스러운 그 상태가.

 

난 그때 느꼈다.

아, 이스탄불 사람들은 고양이를 좋아하는 게 아니구나.

이거는 그냥 애정이 아니구나.


이스탄불은 고양이와 함께 산다.

고양이를 예뻐하는 것도, 돌봐주는 것도 아니라

같이 살아간다.


레이디 퍼스트도 아닌

고양이 퍼스트인 이곳.

이스탄불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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