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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축구 Feb 29. 2024

멕시코 모험기 1편.

코미꼬의 전쟁터.

라스베가스에서 멕시코 시티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미국을 떠난다는 것 자체에 후련함을 느꼈다. 내 기준 모든 것이 고물가였던 것도 큰 이유 중 하나였지만, 무엇보다도 미국이라는 나라가 내게 주는 느낌이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자본주의'가 모든 '멋'을 삼켜버린 느낌이었다. 멕시코에는 왠지 미국엔 없는 어떤 '멋'이 있을 것 같았다. 또한 멕시코시티로 향하는 마음이 가볍고 설렜던 것은 그곳에 만날 오랜 친구가 있기 때문이었다.

멕시코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한국에서 이 여행을 출발할 때 멕시코에게 있는 친구 코미꼬에게 물었다. 


'혹시 필요한 물건이 있나? 내가 가져다줘야 하는 뭐 그런?'

-그런 건 없는데, 한국어 책 하나만 선물해 주라.

'오냐'


응당 그러겠다고 했다. 당시에 내가 세 권의 책을 틈틈이 읽고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좋은 기분'이라는 책이었다. '녹기 전에'라는 아이스크림 가게를 하시는 사장님이 쓴 책인데, 자기 가게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일종의 '접객 가이드'로 글을 쓰다 책이 된 경우였다. 항상 무대에서 관객을 '접객'하는 친구에게 선물해 주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되어 이 책을 들고 모험을 시작했다. 그리고 멕시코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완독 했고, 책의 첫 페이지에 이렇게 적었다.


"늘, 무대에서 관객을 즐겁게 접객하는 븅순이에게 팬심을 담아 이축구가 드림!"

한 번도 와 본 적 없는 장소가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익숙해지기도 한다.

멕시코 일정을 잡았을 때부터 나는 내 친구의 전쟁터가 궁금했다. 스페인에서 그리고 한국에서 스탠드업 코미디로 고군분투했던 친구가 선택한 새로운 전쟁터는 어떨까. 멕시코는 어떤 나라 일까? 얼마나 멋있을까.

내가 도착한 날도 내 친구는 전쟁터 한복판에 서 있었다. 

현지인과 전혀 다르게 생긴 동양인에게 보내는 '웃음'이라는 최고의 '인정'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짐작은 했다. 하지만 내 친구는 내가 짐작했던 것보다 더 치밀하고 치열하게 타지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런 말이 있다.


'오리가 잔잔히 물 위를 여유롭게 거니는 것처럼 보여도 물 밑에서는 쉴 새 없이 발을 움직인다'


혹자는 그렇게 말한다. 이름도 그만하면 알려졌고, 걱정 없어 보이고, 자유롭게 사는 거 보니, 그 친구는 분명 '행복'할 거라고.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고 생각한다. 그 친구는 행복할 거다. 하지만 그 친구가 행복한 이유는 앞서 말한 그런 이유는 아니라고 확신한다. 그를 행복하게 하는 건 어떤 '치열'함 아닐까 싶다.


어떤 목표를 향해 "불길같이 매우 맹렬한" 돌진 같은 거 말이다.


멀리서 지켜만 보던 친구의 전쟁터에서는 '듣기 좋은 핑계'나 '있어 보이는 변명' , '그럴듯한 계획' 따위는 살아남을 수 없는 곳이었다. 내 친구는 만난 지 몇 시간도 채 안 돼서 정확하게 내 눈을 보고 물었다. 


"너 선생 그만뒀다며, 그래서 뭐 할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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