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꼬의 전쟁터.
라스베가스에서 멕시코 시티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미국을 떠난다는 것 자체에 후련함을 느꼈다. 내 기준 모든 것이 고물가였던 것도 큰 이유 중 하나였지만, 무엇보다도 미국이라는 나라가 내게 주는 느낌이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자본주의'가 모든 '멋'을 삼켜버린 느낌이었다. 멕시코에는 왠지 미국엔 없는 어떤 '멋'이 있을 것 같았다. 또한 멕시코시티로 향하는 마음이 가볍고 설렜던 것은 그곳에 만날 오랜 친구가 있기 때문이었다.
한국에서 이 여행을 출발할 때 멕시코에게 있는 친구 코미꼬에게 물었다.
'혹시 필요한 물건이 있나? 내가 가져다줘야 하는 뭐 그런?'
-그런 건 없는데, 한국어 책 하나만 선물해 주라.
'오냐'
응당 그러겠다고 했다. 당시에 내가 세 권의 책을 틈틈이 읽고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좋은 기분'이라는 책이었다. '녹기 전에'라는 아이스크림 가게를 하시는 사장님이 쓴 책인데, 자기 가게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일종의 '접객 가이드'로 글을 쓰다 책이 된 경우였다. 항상 무대에서 관객을 '접객'하는 친구에게 선물해 주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되어 이 책을 들고 모험을 시작했다. 그리고 멕시코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완독 했고, 책의 첫 페이지에 이렇게 적었다.
멕시코 일정을 잡았을 때부터 나는 내 친구의 전쟁터가 궁금했다. 스페인에서 그리고 한국에서 스탠드업 코미디로 고군분투했던 친구가 선택한 새로운 전쟁터는 어떨까. 멕시코는 어떤 나라 일까? 얼마나 멋있을까.
현지인과 전혀 다르게 생긴 동양인에게 보내는 '웃음'이라는 최고의 '인정'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짐작은 했다. 하지만 내 친구는 내가 짐작했던 것보다 더 치밀하고 치열하게 타지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런 말이 있다.
'오리가 잔잔히 물 위를 여유롭게 거니는 것처럼 보여도 물 밑에서는 쉴 새 없이 발을 움직인다'
혹자는 그렇게 말한다. 이름도 그만하면 알려졌고, 걱정 없어 보이고, 자유롭게 사는 거 보니, 그 친구는 분명 '행복'할 거라고.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고 생각한다. 그 친구는 행복할 거다. 하지만 그 친구가 행복한 이유는 앞서 말한 그런 이유는 아니라고 확신한다. 그를 행복하게 하는 건 어떤 '치열'함 아닐까 싶다.
어떤 목표를 향해 "불길같이 매우 맹렬한" 돌진 같은 거 말이다.
멀리서 지켜만 보던 친구의 전쟁터에서는 '듣기 좋은 핑계'나 '있어 보이는 변명' , '그럴듯한 계획' 따위는 살아남을 수 없는 곳이었다. 내 친구는 만난 지 몇 시간도 채 안 돼서 정확하게 내 눈을 보고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