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고.
내 본능이 아르헨티나에 대한 걱정과 우려를 어떻게 사라지게 했는지, 당장은 알지 못했다. 처음엔 날씨 때문인 줄 알았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파란 하늘과 좋은 바람은 분명 나의 기분을 업 시켰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에서 지낼수록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확신이 섰다.
과연 무엇이 '아르헨티나'와 '멕시코'의 어떤 차이를 만들어 내고 있는가?
경제 규모와 같은 '숫자'로만 보면 멕시코가 훨씬 잘 사는 나라인데,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아르헨티나가 훨씬 더 선진국처럼 느껴진다. 멕시코 시티 보다 부에노스아이레스가 훨씬 더 '세련'됐다.
나는 부에노스아이레스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마시면서도, 먹으면서도, 그리고 돌아다니면서도 힌트를 놓치지 않기 위해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멕시코에서 맛있는 커피를 마시기 힘들었다. 커피다운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는 스타벅스나 큰 커피 체인점에 가야 했다. 아르헨티나는 그 반대다. 어딜 가도 스타벅스보다 싸고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다. 게다가 커피를 시키면 작은 과자와 생과일 주스가 딸려 나오는 경우도 왕왕 있다. 그래서 부에노노스 아이레스에서 스타벅스는 찾아보기 힘들고, 있다 하더라도 손님이 많지 않다. 아르헨티나는 맛있는 커피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
음식점에서의 경험도 마찬가지다. 멕시코에서 식사를 하러 가서 만족하고 나올 때는 멕시코 음식이 아니라, 다른 나라 음식을 먹었을 경우나 체인점에서 식사했을 경우였다. 멕시코에서 먹은 가장 맛있는 멕시코 음식은 길거리에서 파는 타코였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정말 작은 동네 피자집이나 스테이크집을 가도 꽤 만족하는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멕시코에서 생맥주를 시키면 그냥 1리터짜리 잔에 거품 없이 가득 따라준다. 거품 없이 달라고 말하지 않았는데 도 말이다. 그게 기본인 것 같았다. 나는 맥주집에서 아르바이트해 본 경험이 있는데, 생맥주엔 거품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맥주는 맛있다. 병맥주도 별 다르지 않다. 병맥주를 따를 때 어느 정도 거품을 내줘야 맥주가 맛있다. 멕시코를 여행하며 맥주를 많이 마셨지만 맥주사진을 따로 찍지 않은 이유도 거기에 있다. 멋없는 1리터짜리 잔에 거품 없이 툭. 거품이란 '여유'가 통용되지 않나 보다. 그저 취하려고 맥주를 마신다면, 알코올을 그냥 마시는 것과 도대체 무엇이 다른가? (게다가 아르헨티나는 수준 높은 와인을 생산해 내고 즐긴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런 차이가 날까?
나는 그것을 그 나라의 문화에 높은 수준의 Original 또는 Genre 가 존재하냐 존재하지 않느냐의 차이라고 결론지었다. 기본학교에서 '문화의 수준'은 얼마나 추상되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고 배웠다. 그 추상의 가장 높은 단계에 있는 것은 춤과 음악이다. 아르헨티나는 짧은 역사를 가진 나라지만 '탱고'라는 높은 수준의 춤과 노래 그리고 스타일을 만들어 내었다. 멕시코도 춤과 음악이 없는 것이 아니나 그 확장성은 확실히 탱고보다 떨어진다. 멕시코는 거대하다. 그리고 돈이 많다. 그 이유는 미국이란 나라에서 받는 낙수효과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멕시코는 미국의 하수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비록 아르헨티나가 멕시코보다 가난할지라도 나는 아르헨티나가 더 좋다. 그리고 확신했다.
나는 아르헨티나를 정말 사랑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