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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리빤2.

진심

by 이축구

"초리빤을 팔고 싶습니다! 초리조를 납품해 주세요! 그런데 오리지널 아르헨티나 초리조처럼 소고기로는 못 만들까요!?"


아르헨티나 초리조를 찾았다는 반가운 마음에 무턱대고 전화부터 걸었다. 수화기 너머로 냉소적인 반응이 돌아왔다.


'사업자는 냈어요?'

'소고기가 들어가면 단가가 높아지는데 팔 수 있겠어요?'

'한 달에 얼마나 주문할 수 있는데요?'

'한국에서 안 팔려요'


어렴풋이 공간을 구상하던 단계였기 때문에 '엘풋볼'이라는 상호명도 없었고 당연히 사업자도 내기 전이었다. 심지어 어떤 공간을 어떻게 운영해야겠다는 구상도 하기 전이었다. 하지만, 무조건 초리빤은 내가 생각하는 구상 한가운데 있었다. 어떻게든 초리조를 받아내야 했다.


그래서 내가 가장 잘하는 강력한 방법을 쓰기로 했다. 그건 바로,


'진심을 표현하기'


IMG_6586.jpeg 손 편지를 써서 살루메리아 공방으로 찾아갔다.

진짜로 원하는 것이 있으면 겸손하게 진심을 다해 표현하면 된다. 내 경험상 이 방법은 그 어떤 방법보다도 강력하다. 거의 모든 부탁은 이루어진다. 그리고 방법을 쓸 때는 손 편지 만한 것이 없다. 나는 손 편지 2장을 들고 살루메리아 공방으로 향했다. 미리 전화드리면 오지 말라고 거절할 것 같아 약속 없이 찾아갔다. 혹여 부담스러우실까, 바쁜 시간 뺏는 것이 아닐까 하여 편지와 '축구는 내 인생' 수건을 드리고 바로 돌아섰다.


돌아가는 차 안에서 긍정적인 답신이 왔다.


그렇게 엘풋볼의 초리빤은 "살루메리아" 공방에서 공급받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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