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젠 운동 중독자라고? 처음 폴을 잡아보던 날...
학창시절 내내 체육시간을 혐오했다. 일단 체육복을 챙기는 게 귀찮았고 갈아 입어야하는 것도 귀찮았다. 그리고 더우면 더운대로 추우면 추운대로 날씨가 좋으면 좋은대로 체육복을 입고 흙먼지 날리는 운동장에 서 있어야 하는 게 혐오스러웠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이 아니라, <혐오스런 학교 운동장의 나날>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체육은 없어질 줄 알았는데 대학교 때도 교양체육이 있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 내게 체육을 강요하는 경우가 사라졌다. 체육이나 운동은 이제 내 인생에서 사라질 줄 알았다. 그런데 약 40년이 지난 지금 언젠가부터 나를 사람들이 운동중독자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1년 전부터다. 폴댄스 때문이다. 운동은 커녕 움직이는 것 자체를 싫어해서 여행 가는 것도 귀찮아했고 가만히 앉아서 글쓰거나 영화보는 일만 좋아했던 내가 운동 중독자라니 말도 안 된다.
폴댄스를 시작하면서 나는 내 몸이 이렇게나 이상하다는 사실을 처음 실감했다. 번역하느라, 논문 쓰느라, 칼럼 쓰느라, 노트북 앞에 수그린 채 앉아 있어서 어깨와 등이 많이 결렸지만 마사지를 받으면서 견딜 수 있었고 특별히 내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특히 굽은 어깨가 큰 문제였다. 대부분 어깨가 앞으로 말리는 라운드 숄더가 많지만 내 경우에는 특히 더 심했다. 학창시절부터 구부정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지만 고쳐지질 않았다. 기립근의 힘이 약해서 어깨를 펴도
어깨가 전혀 열리지 않아서 안 되는 동작이 많았고 지금도 완전히 열리진 않았지만 꾸준히 조금씩 늘어났다.
폴댄스를 하려면 기본적인 근력과 유연성이 필요하다.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근력과 유연성도 더 많이 요구된다. 그렇지 않으면 원하는 동작 자체가 이뤄지질 않는다.
첫번째 사진은 작년에 상담받으러 갔다가 무료 체험했던 날 찍은 사진이다. 두번째 사진은 최근에 찍은 사진으로 아이샤 동작이다. 팔힘과 균형감이 많이 필요한 난이도가 있는 동작이다. 1년 반 사이의 실력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사진상으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처음 시작할 때보다 체중은 5킬로 정도 줄었지만 근육량은 훨씬 늘었다.
처음 차갑고 매끄러운 폴을 잡을 때 느낌은 낯설었다. 강사가 오금을 조이라면서 종아리를 위로 들어올리는데 마치 조선시대 형틀 고문을 받는 느낌이었다. 딱딱한 폴이 부드러운 살을 뭉개는 느낌이었는데 매달려진다는 것만으로도 신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