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본능이 작동하는 폴댄스
폴댄스를 시작한 지 2년이 되어간다. 그동안 내 몸은 일일이 기억하기 힘들 정도로 수많은 체험을 했다. 통증과 회복을 반복했고 검붉게 피멍이 들었다가 노래졌다가 사라지길 반복했다. 양쪽 어깨가 번갈아 아픈가하면, 양쪽 다리도 한쪽 근육통에 시달리다 풀리는 일이 현재도 계속 되고 있다. 가끔 내가 매조키스트인가 의심이 되기도 한다. 폴댄스 수업에서는 허벅지나 오금에 시퍼렇게 멍이든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폴댄스를 일년쯤 하면 다리에 온통 생채기 투성이 된다.
폴댄스를 시작하는 날부터 페이스북에 거의 일기처럼 기록을 했다. 인스타그램에는 실력이 좀 봐줄만한 상태된 1년 후쯤부터 올렸다. 페이스북 사용자들의 연령이 높은 편이기 때문에 초기에 정말 어설픈 동작을 올려도 신기해했고 많이 응원해줬다. 그 맛에 더 고무되어 열심히 한 것 같다.
나는 폴댄스 하기에는 불리한 조건을 많이 가지고 있다. 긴장하면 손에 땀이 송송 샘풀처럼 솟아나오고 고소공포증도 있다.하루는 잘 되고 그 다음 날은 잘 안 되다가 또 어느 날은 잘 되기가 반복된다. 어려운 동작인데도 성공하는 경우도 있고 남들은 다 성공하는데 나만 안 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어떤 날은 몸이 가볍고 폴을 지탱하는 팔과 어깨도 단단하게 힘이 잘 들어가서 폴이 내 침대처럼 편하게 느껴지는 날이 있는가하면 체중이 는 것도 아닌데 몸이 무겁게 느껴지고 폴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볼 때 공포심이 확 달려드는 듯한 날이 있다.
몇 번 반복해도 되지 않던 동작이 어느날 갑자기 성공했을 때 쾌감의 정도는 폴댄스를 해본 사람만이 짐작할 수 있다. 팔다리를 심하게 꼬는 동작들이 많다. 지탱이 되는 손이 안정감 있게 폴을 쥐고 있어야 다른 손을 뗄 수가 있다. 그럴 때 생존본능이 작용한다. 몸 어딘가에 느낌이 전달된다. 한 손을 떼도 될 건지, 양손을 다 떼도 버틸 수 있는지, 양쪽 다리가 폴에서 떨어져도 균형을 잃지 않을 건지 몸은 안다.
때로는 오판도 하고 실수도 하지만 안정감이 있다는 느낌이 오면 반드시 성공한다. 실수없이 성공만 하는 법은 없다. 순간적으로 손을 놓치거나 미끄러져 떨어지는 일도 수없이 많다.
이번은 실패라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든 버티면 마지막까지 비슷하게 끝낼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애초부터 잘못 됐다고 생각하고 그냥 내려와 다시 올라가는 게 맞다고 판단이 되는 경우도 있다.
폴댄스를 하면서 배운 건 불가능해보였던 동작도 반복하다보면 끝내 성공하는 날이 온다는 것이다. 지금의 실패는 그냥 지금의 실패일 뿐이다.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떨어져도 안전하게만 떨어지면 된다. 포기하기는 항상 너무 이르다.
떨어지는 수많은 순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