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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rry Feb 21. 2020

교실에서 러닝머신을?

생각보다 대담한 핀란드의 교육,  전 마음에 드는데요


핀란드의 유명한 교육도시 유바스큘라를 방문하기로 마음먹은 계기는 다른 것이 아닌, 대학 캠퍼스였다. 정말 말 그대로 '캠퍼스'.


유바스큘라 대학교가 교육으로 유명하다는 건 어디선가 들었던 것 같은데, 내가 교육학 전공자도 아니고, 대학생활도 이미 끝나가는 무렵 굳이 그 이유로 방문해볼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우연히 읽은 건축 잡지였던가, 한 장에 유바스큘라 대학 교육학 건물 내부의 모습이 실려있었는데 평소 건축과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고, 이것을 내 눈으로 보고야 말겠다고 결심했다. 핀란드에 있는 지금이 아니면 여기만큼은 다시 가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그날부로 유바스큘라까지 가는 기차표를 끊었다.


교육학 건물 로비. 이거 하나 보러 간거였다. 나도 이런 내가 무섭다.


여기에 와서 좀더 알게 된 사실은, 유바스큘라 대학교는 단순 초등, 중등, 고등, 대학 과정의 교육뿐 아니라 '교육 리더십' 분야로 정말 우수한 곳이었다. 아직 이 분야에 대해서는 좀 더 알아봐야겠지만, 유바스큘라 교육학 건물 내부를 보는 것만으로도 왜 그런지 알 것 같았다. 공간부터가 서로를 향해 열려있었다. 학생의 자율성과 창의성이 최대한으로 발현될 수 있도록, 심리적인 안정감, 편안한 환경을 제공해주고자 하는 의도가 돋보였다.


건물 둘러보다가 바로 강연들으러 가서 사진은 많이 못찍었다. 네이버에 검색해보면 많이 나옵니다!


좋았던 것은 이 건물만이 아니었다. 대학 캠퍼스 여기저기를 꼼꼼히 다 다녀볼 수 없어 아쉬웠지만 둘러본 몇 곳 만으로도 이 학교가 얼마나 학생들을 생각하고 배려하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학생들이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스포츠 공간, 심지어 무료 세탁시설까지 있었다. 학생들 뿐 아니라 지역 시민들도 여기서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며 이것을 함께 누리고 있었다.


교육학 건물을 구경하다가 어떤 책장에 놓여있는 전단지 하나를 우연히 발견했다.
“A path for teachers on all levels of education for making their schools and teaching practices more creative and learning-centered”


강연 시작은 정확히 5분 후였다. 이거야 말로 핀란드의 교육제도, 교사들의 관심사를 제대로 맛볼 수 있는 자리가 아닌가 싶어 무작정 강연장으로 달려갔다.


이 강연장에 가장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을지 모르나,  아무렴 어떤가. 교육은 만인을 위한 것!


짧게 요약하면 핀란드와 유럽의 몇 개 국가가 교육현장에서 아이들의 창의성이 잘 발휘될 수 있도록 연구한 프로젝트에 대한 성과를 보고하고, 향후 방향에 대한 논의를 하는 자리였다.


이에 대한 내용을 책으로 집필했는데, 이것조차 종이를 굳이 낭비하지 않기 위해 온라인으로 배포했다고 한다. 교육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참고해도 좋을 것 같다. https://creativeschools.eu


이들이 진행했던 실험들은 생각보다 흥미진진했다.


#1. 아이들이 어떤 환경에서 더욱 즐겁게 책을 읽을 수 있을까?
-에서 생각한 교실 속의 러닝머신, 심지어 근력운동 기구까지.

영상 속 아이들이 교실에서 근력운동을 하는 모습이 처음에는 조금 어색해 보이기도 했고 저렇게까지 한다고 효과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패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느낀 것은, 이들은 이 시설 자체가 책을 읽거나 주어진 과제를 하는데 직접적인 도움을 주기보다는, 공간 자체를 이렇게 다양한 행위를 할 수 있는 곳으로 변화시킴으로써 심리적인 안정감, 그리고 편안함을 주고 아이들이 원할 때 언제든지 스포츠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스트레스를 배출하는 것이었다.


"Exercise makes them more concentrate."
"They learn how to calm down."


위에서 언급한 형태들은 아직 몇몇 교육현장에서만 실험적으로 진행하는 것이었고, 결과는 무조건 긍정이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들의 시도와 끊임없는 실험이, 이것 자체가 정말 감명 깊었다. 우리도 이런 '시도'는 해볼 수 있지 않을까, 무조건 이것을 베낀다기보다는 필요한 부분에 있어서는 좀더 과감하게, 현장을 바꿔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2. 수학을 즐겁게 공부하는 방법!
어디나 나처럼 수학을 못하는 아이들은 늘 있었다(위안). 그래서 여기서도 고안해낸 방법 중 하나, 예술과 기하학을 접목시켜 아이들이 복잡한 수학 개념을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이었다. 와우-

심지어 중학교에서는 생물학을 아트와 접목시키는 방법도 시도중.

(사실 이 패널들의 토의는 모두 핀란드어로 진행되었는데 내 옆에 계셨던 한 분이 감사하게도 이것을 열심히 통역해주셨다.)



#3. 예술, 그리고 디자인의 중요성을 모두가 안다.

"Finland schools value art/craft education very much more than other countries."
"Creativity part in brain(art, music..) makes learning better."


이 분이 나에게 얘기해주지 않아도, 나는 이미 깨닫고 있었다. 어디를 가나, 유형의 디자인뿐 아니라 무형의 디자인의 중요성마저 존중받는, 내가 공부했던 학교 도서관 사서분마저 스스로를 '서비스 디자이너'라고 부르는 이 나라가 얼마나 디자인을 중시하는지를.


정말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예술은 이미 내 분야가 아니다. 나는 그쪽 계열의 사람이 아니다 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안타까웠다. 물론 이 분야에서 월등히 두각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나는 이것과 거리가 멀다고 분리하는 생각이 왜 나오게 된 것일까, 다시금 생각해보았다.



#4. 팀워크의 중요성.
뭔가 아이러니한데 흥미롭다.
개인주의가 확실한 나라인데, 또 집단지성의 힘을 굳게 믿고 있다.
그래서 글쓰기도 두 명이 짝지어서 하기도 하고, 이외에도 여러 형태의 collaboration 학습을 한다고 한다.



#5. 그렇다고 아이들만 생각하나? 그게 다가 아니었다.
child-centered와 teacher-centered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학생들이 얻는 복지만큼, 교사도 이 부분에 대해 능동적인 경험을 하고 있는가, 가르치는 사람의 입장에 대해서도 깊은 논의를 하는 이 시간이 나는 내가 책으로 보고, 영상을 통해 어렴풋이 인지하고 있던 핀란드 교육이 어떤 것인가에 대해 조금 더 구체화할 수 있었다.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단지 선생님뿐 아니라 교육에 관심 있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한 인도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본래 공학을 전공했다가 우연히 교육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생겨 핀란드까지 와서 공부하게 되었다고 한다. 핀란드에는 실제로 이렇게 정말 다른 배경,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


이들이 여기서 자유롭게 공부하고, 질문하며 꿈꾸는 사화는 어떤 것일까. 이들은 어떤 미래를 상상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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