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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rry Feb 20. 2020

핀란드의 한 도시에서 만난 도서관

지하철도 없는, 소위 '시골'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도시의 매력

핀란드에서 머무는 4개월 동안 만났던 도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두말할 것 없이 유바스큘라 (Jyväskylä)라는 도시였다. 학생수도 많고, 유바스큘라 대학이 워낙 교육 쪽으로 유명하기에 핀란드 교육에 관심 있는 분들은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원래는 하룻밤만 머물고 돌아가려고 했는데, 이상하게도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할 수만 있다면 며칠은 더 머물고 싶었지만 3일밖에 머무르지 못해 지금도 아쉬울 정도이다. 이 도시에서 경험하고 만난 것들을 여기에 다 올리기에는 너무 많아, 오늘은 여기서 가장 좋았던 것 중 하나인 도서관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엄청 화려하지도, 막 세련된 디자인 샵 같지 않은, 우리동네 시립도서관 느낌이다.
다른 도서관에서는 발견하기 어려웠던 공간들이 존재했다.

학교 도서관에 가면 그 학교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시립 도서관에 가면 그 도시가 얼마나 시민들을 생각하는지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외관만 보고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유바스큘라의 시립 도서관은 내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단순히 도서관이라고 정의하기에는 부족한 공간이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 분야에 맞게 자연스럽게 구분되어 있었고, 사람들이 그 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엄청난 배려가 들어가 있었다.


조용히 책만 읽는 공간이 아닌, 마음껏 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 공간, 이런 반전매력이!


단순히 조용히 책 읽고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닌,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하며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방음된 공간이 있었고, 다른 사람들에게 소음이 되지 않도록, 하지만 분리되지 않은 편안한 분위기의 그룹스터디 공간이 있었다.


이 도서관을 설계/디자인 한 사람은 분명 UX를 안다..


그리고 다양한 행동에 맞게 설계된 여러 형태의 의자들.


아이들의 흥미와 상상력을 자극하는 작은 공간들, 아기자기한 전시까지. 정말 많은 것들이 한 장소에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혼잡하다기보다는 정돈된 조화를 느꼈다.


여기는 도서관인가 미술관인가 박물관인가..


마침 크리스마스 시즌임을 보여주는 귀여운 장식들까지.


도서관에 오는 다양한 사람들의 필요를 철저히 고려한 것이 느껴졌다.

나에게 이 도서관은 처음 방문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집 같은 편안함을 느꼈다.

이 공간 때문에 이 도시에 남고 싶을 정도였다.


"Design is relationship"


디자인을 전공하는 나로서는 실제로 포스터 디자인, 혹은 그 외에 무엇이든 디자인을 할 때, 도무지 무엇이 문제인지 몰랐지만 늘 어려웠던 것이 있었다. 핀란드에서 만난 교수님 덕분에 이제는 내가 무엇을 헤매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거 알아?  Color, typography는 다들 잘해. 너도 색깔 감각도 있고, 폰트도 잘 쓰고, 일러스트레이션도 괜찮아. 중요한 건 이것들이 함께 모여 이루는 Composition(구성)이야."


모두에게 쉽지 않은 이것. 서로 다른 것들이 한 공간에 모였음에도 혼란스럽지 않고 적절한 조화를 이루는 것. 어떻게 보면 디자인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가 얽히며 살아가는 사회, 우리의 삶에서도 정말 중요한 부분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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