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식 참새 잡는 법

웃으면 우주 평화가 온다 1

by 청년홈즈

“거기 추장보다 높은 거 좀 줘”

“대금이 동생 한 숟가락”

국수 장사 시절, 아재들이 주방에서 나누던 싱거운 개그다. 장사는 안되었지만 우리는 가끔 이런 싱거운 개그를 나누며 자영업자의 고통을 견뎌냈다.

“얘는 언제 감이 깨어나냐??”

감자를 깎으며 또 이런 싱거운 개그를 던진다. 이렇게 헛헛한 웃음으로라도 영혼의 무게를 줄여야 퍽퍽한 세상 조금이라도 삶이 가벼워진다. 그러니 놀림당할까 주저하지 말고 자신 있게 아재 개그라도 쳐라. 분명 인생이 즐거워진다.


나는 개그 중에는 내 자란 충청도식 아재 개그가 제일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충청도 출신 개그맨이 제일 많다고 하긴 하는데 직접 통계를 안내 봤으니 사실 확인은 어렵다. 어릴 적 생각해보면 우리 동네 아재들은 퍽퍽한 삶에도 항상 유머를 잃지 않았다. 대여섯 살 때 일이다. 동네 또래들과 다투다 머리가 깨져 울고 있는데 동네 아저씨 한 분이 오더니 피우던 담배를 주며 진지하게 한마디 한다.

“한 모금 마시고 입 막고 씨게 불어봐”

얼떨결에 아저씨가 시킨 대로 연기를 한 모금 빨아들이고 입과 코를 막고 힘차게 불었다.

“이이~안 새는구먼. 빵꾸 안 났응게 괜찮혀. 뚝 혀”

동네 아저씨는 시크하게 한마디 던지고 가던 길을 갔다. 머리는 알밤만 하게 부어 올라 아파 죽겠는데 웃어야 할지 다시 울어야 할지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원래 그 아저씨는 평상시에도 우리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자주 해주는 아재 개그의 달인이었다. 한가한 오후 동네 꼬맹이들 모아 놓고 이야기보따리를 풀곤 했는데 그중 압권은 온갖 동물 잡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였다. 얼마나 재미있게 들었는지 나는 아직도 그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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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식 참새 잡는 법

혹시 참새고기를 먹어 봤는지 모르겠다. 요즘 사람들은 먹어 본 이가 드물 것이다. 크기가 작아서 그렇지 조류 고기 중에는 랭킹 안에 드는 맛이라고 장담한다. 돌아가신 우리 엄니 말씀이 참새가 소 등 짝을 쪼아대면서 소를 약 올린다고 한다.

“야 맛없는 네 고기 열 점하고 내 고기 한 점하고 안 바꿔.”

그 얘기를 들은 후 수백 배는 더 덩치가 큰 소 등짝을 제 놀이터 삼아 뛰어다니는 참새 모습을 보니 그 말이 참말일 거라는 확신을 가졌다. 실제로 먹어 본 내 평가도 소고기보다는 훨씬 맛있다. 하지만 함정은 고기 값 하느라 그런지 요놈 잡기가 참 어렵다. 얼마나 눈치가 빠른지 주변에 인기척만 들려도 후드득 날아가 버린다. 먹을 것을 던져 놓아도 자기 먹을 것만 재빠르게 취하며 쉽게 잡히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약삭빠른 참새도 충청도 사람에게 걸리면 쉽게 잡힌다.


1) 훈련을 통해 유인하여 잡는 법

참새는 의심이 많다. 주변을 얼쩡거릴 뿐 좀처럼 가까이 오지 않는다. 이런 참새를 잡기 위해선 우선 참새와 친해져야 한다. 대부분 시골집은 겨울이 아니면 식사할 때 방문을 열어 놓는다. 참새들은 이때다 싶어 문밖을 얼쩡거리며 혹시 떨어질 횡재를 기다린다. 이 습성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밥 먹을 때마다 뭔가 떨어지길 기다리며 얼쩡거리는 참새들에게 밥알 몇 개씩 던져준다. 처음에는 경계하며 잘 안 먹지만 며칠 지나면 경계심을 풀고 던져주는 족족 주워 먹게 된다. 좀 더 시간이 지나면 날아간 밥알이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받아먹는 수준에 오른다. 밥알에 맛을 드린 참새는 이제 헤어날 수 없는 공짜 밥 중독에 빠지게 된다. 이쯤 되면 사냥할 때가 온 거다. 사냥 준비는 간단하다. 공짜 밥 던져 주었던 곳에 큰 거울을 세워 놓기만 하면 끝이다. 밥시간이 되면 참새는 늘 그랬던 것처럼 주변을 얼쩡거린다. 이때 밥알을 힘차게 튕겨 거울을 향해 쏜다. 이미 밥알의 노예가 된 참새는 밥알을 받아먹기 위해 전속력으로 돌진한다. 그 순간 거울에 꽝! 참새는 나가떨어지고 살포시 주워 오면 참새 사냥 끝.


2) 술 취한 참새 잡는 법

사람이든 짐승이든 술 취한 상대와의 대결은 항상 싱겁다. 이 방법은 위에 유인법 보다 쉽고 간단하다. 하지만 술을 담은 후에만 유효하다는 단점이 있다. 술 거르고 남은 술지게미와 소주 그리고 안 깐 땅콩 몇 알 만 있으면 준비는 끝이다. 참새가 자주 모이는 곳에 소주로 버무린 술지게미와 안 깐 땅콩(껍질 채)을 뿌려 놓는다. 배고픈 참새는 소주에 버무린 술지게미를 냉큼냉큼 주워 먹는다. 배불리 주워 먹고 서서히 취기가 오른 참새들은 비틀거리다 주변에 버려진 땅콩을 베개 삼아 잠이 든다. 그때 잠든 참새들을 그냥 주워 오면 참새 사냥 끝.


‘워때유? 충청도식 참새 잡는 법, 참 간단허지유?”

진짜냐고요? 뭐 나도 진짜로는 시도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충청도 우리 동네 아저씨는 이렇게 참새를 잡는다. 웃겼으면 됐고 아니면 우주 평화를 위해 시비는 걸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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