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식 오리 잡는 법

웃으면 우주 평화가 온다 2

by 청년홈즈

충청도 청양은 거의 산촌마을에 가깝다. 대부분 마을들은 산을 끼고 있고 근처에는 강이나 계곡을 끼고 있는 지형이다. 우리 동네도 주변은 높지 않지만 산으로 둘러 쌓여 있고 마을 앞에는 금강이 흐르고 있는 산촌 마을이었다. 이런 마을 특성상 ‘웰컴 투 동막골’처럼 큰 전쟁도 비켜가기 일쑤다. 실제로 6.25 전쟁 중에도 우리 마을에서는 직접 인민군은 보지 못했고 강 건너 길을 따라 지나가는 인민군을 본 게 전부라고 했다. 아마도 이런 지리적 지형도 느긋하고 웃기는 충청도 기질에 영향을 주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소일거리 없는 산골마을이라 사랑방 문화가 발달했을 터이고 긴긴밤 사랑방에서는 이야기보따리 푸는 것 말고는 마땅히 할 게 없었을 게다. 사랑방에서는 매일 밤 누가누가 더 웃기나 ‘웃기기 베틀’이 벌어졌다.


충청도 개그의 본질은 의뭉스러운 비틀기다. 개그맨 최양락 씨가 충청도 개그의 진수를 보여준다.

경운기를 몰고 가던 충청도 아재 뒤에서 차 한 대가 빵빵대며 길을 재촉했다. 그러자 갑자기 경운기를 세운 아저씨가 뒤 차로 가더니 이렇게 소리쳤다.

“아니 그르케 바쁘면 어제 오지 그랬슈?”

충청도에서 살아본 사람은 이런 식의 개그에 익숙하다.


이영자 씨가 자주 얘기하는 수박장사 얘기도 유명하다. 막걸리 값이나 달라는 수박 값에 정말로 막걸리 값을 내밀었더니 충청도 수박장사는 얼굴도 보지 않고 무덤덤하게 한 마디 했다.

“됐슈~ 확 뽀개서 돼지나 줘버리게”

내가 꼭 충청도 사람이라 그러는 게 아니라 진짜 충청도 사람들 웃기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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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식 오리 잡는 법

금강을 끼고 있는 우리 동네는 강을 터전 삼아 살아가는 동물들이 많다. 그중 오리가 많은데 이 야생의 오리들도 잡기는 참 힘들다. 지금이야 야생조류 포획금지법으로 불법이지만 예전 먹거리 귀했던 시절에는 가끔 사냥하는 오리도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야생 오리가 아무리 약고 재빨라도 충청도에서는 그저 사냥감에 불과하다.


1) 당번 오리 속여 잡기 법

여느 야생동물도 마찬가지겠지만 무리 생활을 하는 오리도 경계심이 강하다. 낮에 먹이사냥을 마치고 저녁이 되면 오리들은 강가 풀숲에 단체로 잠자리를 마련한다. 이때 오리는 모두 잠자지 않고 반드시 당번 오리 한 마리는 경계 근무를 세우는 습성이 있다. 적들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함인데 충청도에서는 이런 습성을 이용하여 오리도 쉽게 잡을 수 있다. 준비물은 고성능 플래시 하나면 끝이다.


해지기 전 오리들의 이동경로를 잘 파악해 미리 저녁 잠자리 장소를 알아 둔다. 사냥 시간은 자정 무렵이 좋다. 이때쯤이면 경계근무 당번 오리 빼고 아침부터 먹고살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오리들은 대부분 잠들 시간이다. 사냥법은 간단하다. 고성능 플래시를 잠깐 켰다 끄고 기다리면 된다. 갑자기 나타난 불빛에 놀란 경계근무 오리는 꽥꽥거리며 동료 오리들을 깨운다. 숙면에서 깬 오리들은 무슨 일이냐며 꽥꽥거리지만 살펴보니 아무 일도 없다. 오리들이 다시 잠들어 잠잠 해지면 5분 정도 기다리다 다시 한번 불을 켰다 끈다. 경계근무 오리는 다시 꽥꽥거리며 동료들을 깨운다. 역시 아무 일도 없다. 이렇게 몇 번을 반복하면 제대로 잠들지 못한 오리들은 신경이 날카로워지기 시작한다. 인내에 한계가 오면 폭력적으로 변하는 건 오리나 인간이나 마찬가지다. 결국 당번 오리는 화난 오리들에게 집단 구타를 당해 사망하게 된다. 폭행치사당한 오리를 주워 오면 오리 사냥 끝.

에이~ 말도 안 된다고 할지 모르나 입장 바꿔 생각해보라. 피곤해 죽겠는데 잠들만하면 자꾸 깨워 놓으니 화나지 않겠는가? 고등학교 때 친구 놈은 금방 잠들었는데 깨웠다고 갑자기 일어나 내 머리통을 물어뜯었다. 오리 같은 놈, 다시 생각하니 괘씸하네. 그래도 그놈 보고 싶네.

'뭐여~난 오리만도 못한겨?'


2) 경계심을 풀어 잡는 법.

이 방법은 더 간단하다. 오리가 자주 찾아 노는 장소를 물색한다. 될 수 있으면 물이 흐르는 곳이 아닌 고인 곳이 좋다. 오리 놀이터를 찾으면 그곳에 작은 구멍을 뚫은 바가지 한 개를 줄에 매달아 뒤집어 띄워 놓는다. 경계심 많은 오리는 처음에는 다가오지 않으나 하루 이틀 지나면 바가지가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그때부터는 바가지를 경계하지 않는다. 뚝뚝 쪼아 보기도 하고, 어떤 오리는 미끄럼도 타며 바가지를 놀이터 삼는다. 더 용감한 놈은 아예 바가지 위로 올라앉아 쉬는 놈도 생긴다. 이 정도로 바가지에 대한 경계가 느슨해지면 그때부터 오리 사냥을 시작하면 된다. 오리 놀이터로 가 구멍 뚫린 바가지로 머리를 집어넣는다. 이때 인간의 접근에 오리들이 잠시 도망가지만 기다리면 다시 돌아온다. 돌아온 오리들은 계속 떠 있던 바가지를 경계하지 않는다. 바가지 구멍으로 살펴보다 바가지 위로 오라오는 놈이 있으면 손을 올려 생포하면 오리사냥 끝.


3) 줄줄이 오리 낚시 법

흐르는 물에서 유용하고 오리 잡는 방법 중 제일 간단한 방법이기도 하다. 오리는 잡식성이다. 주로 물고기를 잡아먹으나 돼지비계도 좋아한다. 오리가 한 입으로 삼키기 좋을 정도 크기의 돼지비계 한 조각을 마아가린과 참기름으로 발라 살짝 구워 맨질맨질하게 만든다. 그다음 낚시 줄에 돼지비계를 매달아 오리가 노는 물 상류에서 떠내려 보내면 끝이다. 오리들은 떠내려 오는 고소하고 먹음직스러운 먹잇감을 발견하고 다른 오리에게 빼앗길까 봐 보자마자 한입에 꿀꺽 삼켜 버린다. 맨질맨질 비계 덩이는 장을 미끄러져 들어가 니글니글 그대로 설사와 함께 항문으로 배출된다. 낚싯줄이 묶인 채로 다시 떠오른 비계 덩이는 여전히 맨질맨질 고소하고 먹음직스럽다. 또 다른 오리가 냉큼 집어삼키고 역시 니글니글 비계 덩이는 설사를 유발하며 항문으로 배출된다. 아침에 오리 낚시를 던져 논 후 오후에 가보면 줄줄이 엮인 오리들이 줄지어 천진난만하게 놀고 있을 것이다. 낚싯줄을 잡아당기면 줄줄이 오리사냥 끝.


이 세 가지 방법이 우리 동네 아저씨가 알려준 오리 잡는 방법인데 한 가지가 더 있다며 나중에 알려 준다고 하고는 여태 알려주지 않았다. 짐작으로는 밑천이 바닥난 게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을 해본다. 이 방법의 과학적 근거를 대거나 방법의 실효성 여부의 판단은 순전히 독자의 몫임을 밝힌다. 우주 평화를 위해 웃자는 얘기에 너무 까칠하게 덤비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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