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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홈즈 May 04. 2024

K의 과제, 이상한 선진국 K 돌아보기

K의 이면을 들여다볼 때이다.

“행복하세요?”

'2023 세계 행복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행복 수준은 57%에 그쳤다.(유엔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 SDSN 발표) 이는 조사대상 137개국 중 57위, OECD 38개국 중 35위로 최하위권에 속한다. 이보다 더 끔찍한 지표는 자살률이다. 한국은 청소년 자살률 1위, 높은 노인 자살률, 산업재해 사망률 1위 등 한국 사회는 눈부신 성장만큼이나 끔찍한 지표들이 내재되어 있는 불안정한 사회다. 실제로 한국의 자살률은 OECD 가입국 중 압도적 1위였다.(자료:2023 자살대책 팩트 시트) 인구 10만 명당 26명으로 OECD 평균의 2배가 훨씬 넘는 수치다. 이는 하루 평균 36.6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끔찍한 숫자다. 이런 나라에서 출산율이 낮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2023년도 우리나라 출산율은 0.72명으로 OECD국가 중 최저이며 전 세계 꼴찌 수준이다. 


한국인은 왜 행복하지 않을까? 경제규모 세계 10위권인 선진국이지만 한국인은 왜 이처럼 최고 자살률 국가, 최저 출산율 국가라는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 참 이상한 선진국이다.


나는 한때 한국 사회가 지나친 노동시간, 자본가들의 저임금 착취, 불안정한 일자리 문제와 같은 구조적 문제들만 해결하면 모두가 행복한 국가가 될 것으로 믿었다. 지금 한국 사회는 이러한 문제들을 모두 해결하지 못했지만 노동자의 복지와 권리, 소외계층에 대한 처우개선 등 다양한 부분에서 과거보다 훨씬 개선이 이루어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한국인들은 행복하지 않다고 하니 꼭 그 문제만은 아닌 것이 밝혀진 셈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한국은 근대화 과정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공감을 잃었다. 사람과 그 주변 환경 사이에 담을 만들면서 자신을 고립했다. 가난한 사람과 부자는 같은 자리에 있지 못하는 사회가 되었고, 사람을 포근하게 감싸 안아주던 산과 강은 두꺼운 콘크리트 옷으로 가려 버렸다.’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이만열)교수가 자신의 저서 ‘한국인만 모르는 한국의 보물’이라는 책에서 이와 같이 한국 사회를 진단한다. 행복하지 않은 이상한 선진국 K에 던지는 묵직한 돌직구다. 한국은 산업혁명 이후 400~500년간 이룬 서구의 자본주의 성과 모델을 전쟁 폐허 후 불과 수십 년 만에 따라잡은 초압축 성장의 결정판이다. 한국 사회의 뒷면에는 서구사회가 수백 년 동안 치렀던 시행착오도 압축하여 들어 있다. 어떤 현상이든 긍정적적인 효과가 있었다면 이면에는 반드시 그 부작용도 따라오는 것이다. 경쟁주의가 성과창출에 기여했지만 그로 인한 소외계층의 발생과 공동체 붕괴에도 영향을 끼쳤다. 

 

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달리다 잠시 내려 달려온 쪽을 돌아본다고 한다. 혹시 너무 빨리 달려 자기의 영혼이 쫓아오지 못했을까 봐 기다리는 것이다. 한국은 이제 국제사회에서 인정한 경제 선진국이다. 이런 성장이 전쟁 폐허국에서 이룩한 자랑스럽고 위대한 업적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제 외형적 성장에 가려진 내면의 성장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인디언들이 말을 타고 가다 지친 영혼을 기다리듯 이제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을 이루느라 너무 빨리 달려 돌보지 못한 한국 사회 내면을 들여다봐야 할 때이다.


특히 높은 자살률과 낮은 출산율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 아무리 ‘K 바람’이 전 세계를 덮는다 해도 이런 타이틀을 떼지 못하면 ‘K’는 결코 자랑스러운 브랜드가 되지 못한다. 이 세상에 생명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겠는가? 다른 나라보다 더 많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다른 나라보다 더 적게 태어나는 나라의 미래는 말해 무엇하랴. 출산율도 급하지만 우선 당장 ‘OECD 자살률 1위, 청소년 사망원인 자살이 1위’ 딱지부터 떼는 일이 시급하다. 생명을 태어나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태어난 생명을 지키는 것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세계가 K를 인정해 준다 해도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숫자를 줄이지 못한다면 K라는 브랜드는 오래가지 못한다. 

당신이 몰랐던 K: 저자 박노자, 출판 한겨레출판사, 발매 2022.01.07.

러시아에서 귀화한 오슬로대학 박노자 교수는 ‘당신이 몰랐던 K’라는 책에서 대한민국의 자살률이 높은 이유를 사회 구조적인 원인과 개인과 사회의 관계 문제로 보았다. 한국 사회는 양극화가 심한 사회구조 속에 소외된 계층, 극심한 노인 빈곤 문제, 노동시장의 이원화에 따른 노동 시장 진입 실패자 증가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 사회에서 경제적 약자, 사회적 약자들이 점점 공동체에서 멀어져 소외되어 왔다. 아무리 경제적, 심리적으로 고통이 심할지라도 개인의 존엄성을 인정해 주는 가족이나 친구, 사회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이 있다면 대부분 사람들은 극단적 선택을 버틸 수 있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일면 수긍이 가는 주장이다. 


이제부터라도 K의 이면을 들여다볼 때이다. 그동안 먹고살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성장 주의에 매몰되어 지나쳤던 문제들을 하나씩 펼쳐놓고 그 해결책을 찾아내야 한다. 지나친 목표지향 성과주의에만 빠지는 것을 경계해야 하며 지나친 경쟁주의, 1등 주의도 지양해야 한다. 또한 경제적 성공에 취해 국수주의, 민족주의, 자문화 우월주의로 빠지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영원한 건 절대 없어’ 지드래곤은 ‘삐딱하게’ 소리친다. 세상에 영원한 건 절대 없다. K 유전자의 미래가 밝다고 하지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지금 전 세계를 뜨겁게 하는 K-바람도 영원할 수는 없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언젠가는 또 다른 문화 흐름이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K-바람을 타고 융성기를 맞이한 지금 성장에만 매몰돼 달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인디언들이 말을 타고 가다 뒤를 돌아보듯 우리 안의 문제들을 들여다볼 때이다. 그것이 지금의 K-바람을 지속할 수 있는 길이며 잘 살면서도 행복하지 못한 이상한 선진국병을 치유하는 길이다. 


더불어 함께 잘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오로지 성장에만 매몰되어 있거나 지나친 경쟁주의에 빠져 소외된 사람들을 지나치지 말아야 한다. 보편성과 미래지향성 그리고 전쟁과 기아, 인종차별, 환경문제 등 인류 보편의 문제들을 시대의 담론으로 담아내야 한다. 이것이 이상한 선진국에서 행복한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다. 이 길이 다음 세대에게 지금보다 더 살아가기 좋은 세상을 물려주기 위한 우리 세대의 할 일이다. K 문화 융성기인 지금이 바로 그 적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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