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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딩 박사 Dec 30. 2021

박사 논문 주제 확정 및 본격 연구 시작

주제 선정부터 데이터 수집, 논문 작성까지

연구 주제 확정

리서치 프로포절 발표 당시는 '서울 시내 대표 호텔의 시각적 요소 관리 현황 및 이것이 직원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조사하려고 했다. 그런데 연구 계획을 세우면서 현실성 측면에서 가능한가의 문제에 봉착했다. 주어진 시간 안에 몇 개의 호텔을 조사할 수 있을까? 호텔들이 자료를 공개할까? 등의 문제였다. 그래도 내가 가장 잘 알고 직접 브랜딩 전략을 수립한 인터컨티넨탈 호텔을 심도 있게 연구하는 것이 가장 현실성 있다고 의미 있는 연구가 될 것 같았다.


"밑져야 본전이지!' 내가 일하던 팀의 팀장에게 연락했다. 티타임을 하며 그간의 근황과 연구 주제 관련 이야기, 이 호텔을 케이스로 연구를 하면 좋을 것 같은데 좋은 방법이 있을까를 물었다. 팀장은 "아마도 어려울 거다"라 답변했다. 큰 기대를 했던 건 아니지만, 머릿속이 복잡했다.


반가운 연락

이때 즈음에 경영진단팀에서 팀장으로 모시던 퇴사한 상무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안부인사 차원에서 받은 이 연락이 나에게는 단비와도 같았다. 근황 이야기를 하며 본격 연구를 시작해야 하는데, 고민이 많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상무님 왈

"대표님한테 얘기해봐요. 회사에서 세운 공이 얼만데, 그런 거 안 해줄까?"


두근두근 '정말 그럴까? 팀장 자리까지 제안하셨는데 내가 고사했고, 결국 퇴사까지 했는데 괘씸하게 생각하지 않으실까?', '현 팀장은 어렵다고 했는데 괜히 또 실망하게 되는 거 아닌가' 온갖 부정적인 생각이 떠올랐다.


내가 망설이자 상무님은

"용기 내서 얘기해봐요. 나쁜 일도 아니고 연구한다는데 도와주겠지." 했다.


이 전화 한 통에 나는 자신감을 얻었고, 오랜만에 대표이사께 근황 업데이트, 연구 주제 설명 및 연구 협조가 가능할지를 문의하는 메일을 보냈다.


긍정적인 답변과 적극적인 서포트

나의 예상과는 달리 대표이사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이 왔다. 전적인 서포트를 해줄 테니 필요한 것이 있으면 다 알려달란다. 용기를 주신 상무님도, 흔쾌히 허락을 하신 대표님도 회사 생활할 때부터 퇴사 후까지 아낌없는 지지와 지원을 해주신 분들.. 감사함과 설렘에 가슴이 콩닥콩닥하고 감격의 눈물이 살짝.


오랜만에 대표 이사께 인사도 드릴 겸 연구 협조서, 연구 계획 등의 자료를 들고 찾아뵈었다. 당신도 박사 논문을 작성하신 경험이 있다는 이야기와 함께 어떤 연구인지 관심을 보였다. 연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연구 협조서에 승인까지 받았다. 그리고 대표이사는 임원 및 팀장에게 해당 연구에 대한 설명과 내가 요청하는 사항은 전적으로 서포트하라는 내용의 메일을 발송했다. 그렇게 나의 연구는 시작됐다.


"시각적 요소를 기반으로 한 브랜드 정체성 관리: 5성급 호텔 종적 사례 연구". 이 연구는 2개의 호텔을 케이스로 한 종적 사례 연구로 브랜드 정체성을 구축하게 된 배경부터 브랜딩 전략 구축, 시각적 요소를 통한 실행, 브랜드 내재화 업무까지 6년에 걸쳐 진행한 내용에 대한 심층 연구였다. 질적 연구를 기반으로 한 케이스 스터디다.



정성적 연구에 대한 관심 증가

처음 박사과정에 입학했을 때는 설문 조사 및 통계 분석을 하는 정량적(양적) 연구를 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코스웍에서 많은 정성적(질적) 연구 수업을 수강하면서 나는 질적 연구의 매력에 빠졌다. 나의 지도 교수 역시 질적 연구를 하는 분이었다. 게다가 영국은 질적 연구를 많이 하는 곳 아닌가! 질적 연구에 대한 나의 관심도가 증가했다.  


양적 연구 vs. 질적 연구

양적 연구는 연역적(Deductive) 추론 방법이다. 이는 일반적 사실이나 원리를 전제로 특수한 사실이나 원리를 결론으로 이끌어낸다. 질적 연구는 귀납적(Inductive) 추론 방법이다. 개별적인 특수한 사실이나 원리를 전제로 일반적인 사실이나 원리로 결론을 맺는다. 인과 관계를 파악하는 데 사용되며 베이컨, 로크 등 경험주의 철학자들에 의해 발전됐다.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이 맞고 틀린 지를 확인하고 검증하는 것이 양적 연구라면, 질적 연구는 다양한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면서 현상을 추론하며 파악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양적 연구는 논리적이고 과학적이지만, 질적 연구는 그렇지 않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양적 연구와 질적 연구는 어떤 것이 좋고 나쁘다로 판단할 수 없다. 이는 연구 문제에 따라 적합하게 선택해야 한다.

철학적 배경 및 접근 방식_출처: 브랜딩 박사의 박사학위 논문*

양적 연구는 설문조사를 통한 통계분석이 주를 이루지만, 질적 연구는 하나의 소스가 아닌 다양한 소스를 수집해서 연구를 진행한다. 각종 문서 자료, 인터뷰, 사진 및 비디오 자료, 관찰 등의 다중 소스를 수집하고 분석해서 연구에 풍부함을 더한다.



케이스 스터디(사례 연구 방법론)

사례 연구 방법론은 현실 세계의 맥락에서 발생하는 현상을 심층적으로 조사하는 다층적 연구 방법론이다. 사례 연구는 일종의 질적 연구로 간주되기도 하나 자체 맞춤형 연구 절차에 따라 질적 데이터와 양적 데이터를 모두 포함하는 다양한 방법을 적용할 수 있으므로 질적 연구와 분리되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사례 연구는 연구 목적, 접근 방식(실증주의/해석주의), 활용하는 데이터 등에 따라 질적 사례 연구와 양적 사례 연구로 구분된다. 또한 연구의 깊이 및 다양성에 따라 종적(longitudinal) 사례 연구와 섹션별(cross-sectional) 사례 연구로 나뉜다. 종적 사례 연구는 같은 대상을 시간(사건)의 흐름에 따라 깊이 있게 연구하는 것이고, 섹션별 사례 연구는 다양한 샘플을 하나의 시점으로 비교 분석하는 것이다. 내 연구의 경우는 질적 데이터를 활용한 종적 사례 연구였다.


연구 방법론, 데이터 수집 및 분석_출처: 브랜딩 박사의 박사 학위 논문*


데이터 수집 및 분석

회사를 떠난 지 1년 반 만에 다시 회사로 돌아왔다. 직원으로서가 아닌 연구원으로. 연구에 필요한 각종 사진, 영상, 문서 자료 요청 및 수집하고, 2달에 걸쳐 임원 및 팀장, 핵심 담당자 총 42명과 인터뷰를 실시했다. 대표이사의 지시가 있었기에 이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됐다. 문서 및 자료 수집은 해당 호텔이 브랜딩 전략을 세우게 된 배경, 구축 과정 및 실행 절차 등의 내용 정리를 위한 작업이었다. 내가 이 호텔에 근무하며 직접 경험하고 실행한 일이라 프로세스를 정리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인터뷰는 미팅룸 혹은 커피숍에서 이루어졌고, 인당 평균 1시간 반 정도 소요됐다. 표현력이 풍부한 참여자들은 3시간 정도 소요되기도 했다. 인터뷰까지는 너무 재미있었는데, 이 내용을 스크립트로 작성하는 것은 너무나 힘들었다. 음성 인식으로 워드에 자동 입력되는 시스템이 있는지 한참 찾았으나 찾지 못했다. 결국 인터뷰 때 녹음한 내용을 하나하나 들으며 워드에 작성했다.


스크립트가 완성된 후, 6개월에 걸쳐 분석했다. 분석하며 어려운 부분, 분석 결과 등은 1-2주에 한 번씩 지도교수와 미팅을 하며 발전시켰다. 2015년 중순-말에 데이터 수집 완료, 2015년 말-2016년 초 스크립트 작성, 2016년 초-하반기까지 데이터 분석을 완료했다.



논문 작성

데이터 분석이 끝나고 2016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논문 작성에 돌입했다. 우리 학교 박사 논문80,000자 이내로 작성해야 한다. 영어 학술적 글쓰기로 80,000자라니..


우려와는 달리 5년 동안 코스웍 과제와 매년 작성해야 했던 페이퍼 등으로 단련이 되어서인지 그럭저럭 할만했다. 2014년부터 연구 계획을 세우면서 문헌 연구, 방법론 선택 파트의 뼈대를 만들어 놓고 조금씩 작성했던 것도 도움이 많이 됐다. 2016년 하반기에는 결과 분석한 내용 위주로 작성하고, 이전에 작성했던 부분 수정 및 추가하는 정도로 진행했다.


그래도 논문을 작성하는 것은 고되고 고되고 고된 일이었다. 어떤 날은 머리를 싸매도 단 한 줄도 작성하지 못하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줄줄줄 써 내려가기도 했다. 어떤 날은 "내가 왜 내 돈을 내고 이 고생을 시작했나" 후회하기도 하고 어떤 날은 "이왕 시작한 거 빨리 끝내버리자" 다짐하기도 했다.


수정에 수정을 거쳐 총 248페이지, 75,000자 조금 넘는 분량으로 박사 논문 작성을 끝냈다. 2017년 4월에 작성한 논문을 지도교수에게 보냈고, 5월 말 지도교수로부터 간략한 코멘트와 피드백이 왔다. 최종 수정을 거쳐 2017년 6월 말 학교에 박사 논문 제출을 완료했다.



논문 제본

논문을 제출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심사위원들 앞에서 진행하는 구술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제출한 논문을 제본해서 두 명의 심사위원에게 보내야 한다. 제본은 학교에서 지정한 업체에 커버 색상, 금박 종류 등을 선택해서 주문하면 학교로 배송되고, 심사위원에게 전달된다.


우리나라에서는 논문 커버 선택지가 대개 남색 아니면 검은색인데, 영국은 엄청나게 다양한 색상이 존재했다. 학교마다 대표하는 색이 달라서 그 취향을 반영한 것인가 싶다. 그래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선택하는 색상은 역시 남색과 검은색이다. 나는 논문 주제가 브랜드 정체성 관련이니 조금 색달라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우리 학교의 색상인 보라색을 선택했다. 보라색은 내가 좋아하는 색상이기도 하다.

미국까지 싸들고 온 나의 박사 논문 제본




박사 논문을 제출하고 나니 지도교수님은 둘째 출산으로 7월부터 1년간 육아휴직에 들어간단다. 참고로 우리 지도교수님은 남자고, 딸 둘을 케어하기 위해 육아 휴직하는 것. 너무 축하할 일이면서도 논문 작성이 조금만 늦어졌어도 큰일 날 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육아휴직 중에 논문지도를 받는 게 참 껄끄러운 일 아닌가! 여러모로 질질 끌지 않고 완성한 것이 잘 된 일이었다. 나의 박사과정은 입학부터 논문 완성까지 기가 막힌 타이밍의 연속이었다.



*출처: Chung, S.-Y. (2017), Mananging Brand Identity through Visual Elements: A Longitudinal Case Study of Five-Star Hotels, DBA Thesis, Alliance Manchester Business School, Manchester, UK. (2017년 MBS는 Alliance경으로부터 기부금을 받고 학교 이름을 AMBS로 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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