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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요 Sep 20. 2023

조각 조각 이야기

홍자영


2013년 1월

고양이 폴이 있는 생각다방. 우쿨렐레는 안 사고 친구랑 빵집에 처음 들러 직감적으로 빵을 골랐다(빵순이들에겐 낯선 동네에서도 맛있는 빵집을 찾는 능력이 있다). 그리곤 가보고 싶었던 생각다방 첫 방문. 턱시도 입은 고양이를 이리 가까이 본건 처음이 아니었나 싶다.


2013년 5월

지난주에 사이님의 공연에 참여했다가 너무 좋아서 빠져버린 생각다방. 선선한 바람 부는 공연이 너무 좋았지. 나카상 공연도. 석가탄신일이자 불금에 솜사탕 먹으며 절데이트를 하고(그 절밥은 사실 별루였지) 저녁에 다방에 왔다. 봄놀이로 뭐가 좋을까 하다가 꽃으로 그림을 그리자고 했다. 책 사이에 말려두던 꽃들을 개봉. 1년 방치된 꽃잎들이 다시 살아났음. 여럿이 함께 그리니 즐거움이 두 배 세 배. 그리고 먹은 호두와 꽃보다 아름다운 전들, 새로운 맛에 맛도 있던 냉우동까지. 완벽한 하루였네(feat. 막걸리 한잔) 여기부터, 금요지기를 하게 해 준 고짱님의 사진들. 꽃먹는?고양이 그림과 기타?치는 그림을 그리고 삘받아서 또 그렸다(폰 만지는 아이, 뭔가 불만인 아이).


2013년 7월

생각다방에서 색입히기 놀이, 히요씨가 준 매실차. 집중하던 뒷모습. 여자 넷이 모이면 맥주 타임. 색 입힌 구덕골 카메라, 바다로 입혔다. 손이 참 길고 예쁘다. 인상 좋으시던 일본분! 손재주 좋은 그녀들은 바느질놀이. 우린 내가 갖고 온 매니큐어로 그림놀이. 색 입힌 히요씨 폰. 봄이는 누굴 빤히 보고 있는가. 겨울나무를 그렸네. 색입힌 카메라 인증. 여름 하늘. 위에서 봄이. 고양이집. 뒤늦게 발견해 모두 빵 터졌던 벌레 데코 커튼. 모두 건강하게! 하고 소원날리던 여름밤 생각다방 자화상 그리기 시간. 빠르게 드로잉하기. 웃는데 (그림은) 웃는 게 아니야. 모두에게 기쁨을 준 그림. 다방문 앞의 모습. 이날 저녁 재동아저씨가 들고 온 풍등날리기 재료로, 일본에서 소원 불어 날린다고 하는 거 시행해보았다. 풍등 분위기와 사람들의 웃음과 귀여운 손들. 좋아하던 담쟁이 낀 창문에서 빛이 들어오던 그 곳, 들려오던 웃음소리가 지금도 생생하다. 떠날 때가 된 것을 하늘도 아는지 선물같던 풍경을 전해줬네. 귀여워, 낙서하는 모습이 너무 좋아서 찰칵! 늘 다정하게 먹을거 주는 착한 다방. 아마도 소라. 이날따라 배웅하러 나온 봄이(놀다가 놀란거 같긴 하지만).


그리운 생각다방

대연동 옛집에서 한달동안 놀기프로젝트 끝무렵의 영화찍기 작업중 ! 영화 놀이, 한 사람씩 눈, 코, 입, 귀 등의 신체요소가 찍히면서(!) 감회를 얘기하는 걸 영상으로 남겼다. 나는 귀를 선택했다. 턱시도 폴님 등장! 놀라도 안 놀란 척. 역시 시크한 연기묘. 도감책을 깔고 창문 휴식 중이시던 봄님은 이날의 인기묘! 그래도 밥은 먹어야지 폴. 일하는 동안 나를 잃었던 나는, 늦봄에 이 곳에 물들어 여름동안 잘 놀다갔다. 가을엔 새로운 다방에도 드나들었지만 올해(2014)는 자주 들리지 못 했다.


2013년 9월

이사한 생각다방에서 선으로 그리고 놀아요. 손그리기


2013년 10월

이사한 생각다방의 위치를 완벽히 외우지 못해 빙글빙글 헤매다 늦게 도착한 선그놀시간. 가을밤에 사람들과 그림을 그렸고, 센텀에 있는 영화의 전당으로 향했다. 같은 방향이라 함께 버스 타고 갔던 다방친구가 떠오르네. 돌로 대신하던 다방 대문. 내려가 본 적은 없던길. 오후 4시경 다방 맞은편 주택에서 들려오는 가족의 웃음소리는 폰 카메라 버튼을 동영상으로 옮기게 만들었다. 늦은 점심인지 이른 저녁인지는 몰라도, 아이의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걸 보면 분명 눈물나게 행복한 순간인 것. 익숙했던 생각다방의 예전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다. 담쟁이가 벽을 타고 놀던 예쁜 공간을 여태 사진으로 많이 담은 건 잘한 일이다. 떠나니까 더 아쉽고 애틋한 탓이지.


2013년 11월

밴드 그릇의 공연 겸 파티가 있어서 생각다방에 들렀다. 벼룩시장도 하길래 빈티지하게 예쁜 자켓 하나를 사왔고 공연은 못 보고 장전동에 넘어왔다. 


이런저런 도전(?)의 흔적들이 남아있는 제 블로그에서 생각다방을 검색해 그대로 발췌해보았어요(사진은 생략합니다). 따듯한 사람들이 모인 공간이라 더 애틋했는지도 모르겠네요. 모두들 감기조심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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