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신춘문예 소설당선 도전기
14 - 내 이름의 작품집: 작품은 자기만의 운명을 갖는다
두 번의 신춘문예 당선 후 나는 그동안 쓴 작품을 추려 창작집을 낼 계획을 세웠다. 신춘문예당선집이 두 해 연속 발간되었고 나의 이름이 두 번이나 당선자에 올랐으니 어느 출판사에서라도 이제 작품집 한 번 내시죠,라는 제안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사실 나는 그런 제안이 들어올 거라는 기대를 하지 않았다. 첫 당선 후 새로운 세상이 열리지 않았음을 경험으로 안 때문이었다. 대신 내가 먼저 문을 두드려 보기로 했다.
신춘문예 당선작품을 포함해 그동안 최종심에 올랐던 작품을 추려 한 권 분량의 원고를 정리했다. 소설을 전문으로 출간하는 출판사를 추려 원고를 보냈다. 보통 두세 달의 검토 후 발간여부를 결정한다고 했다. 두세 달이 훌쩍 지났지만 작품을 발간하자고 연락 온 곳은 없었다. 다만 이런 메일이 몇 군데 출판사로부터 오기는 했다.
“보내주신 원고는 편집회의에서 논의했지만 저희가 출판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저희 출판사에서 견지하고 있는 출간 방침과 보내주신 작품이 서로 맞지 않습니다. 이런 소식을 전하게 되어서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저희들의 결정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선생님의 행운을 빕니다.”
내용은 조금씩 달랐지만 비슷했다. 이런 메일마저도 없는 출판사도 있었다. 이번에도 나는 실망하지 않았다. 수많은 유명 작품들의 이력에 출판사의 거절은 항상 훈장처럼 달려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기도 했다. 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신인작가 출간 지원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선배 소설가로부터 전해 듣고 응모했다. 다행히 광주문화재단을 통해 소액의 출간 지원금을 후원받을 수 있었다. 이런 지원마저도 신춘문예나, 문예지의 당선을 통한 등단이력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었다.
이제 나는 작품의 운명을 믿어보기로 한다. 세상으로 나간 작품은 자기만의 운명을 갖게 되고 아무리 작가라지만 그 운명에 간여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첫 창작집이 세상에 나가면 김만성이란 소설가가 2023년에 소설가로서 첫 창작집을 내었음을 알게 될 것이고, 훗날 내가 죽음에 이르러 흔적 없이 사라져도 이 작품은 도서관의 기록과 한 권의 책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누가 알겠는가? 어느 날 한 비평가의 눈에 띄거나 인플루언서 독자의 눈에 띄어 소개가 되고 질긴 생명력을 얻어 한 시대를 주유할지, 아니면 오랫동안 회자되는 작품이 되어 영원한 생명을 얻을지......
그러나 그런 것 역시 내가 간여할 바는 아니라고 나는 나를 다독인다.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 힘이 있는 한 세상을 마주한 소설가로서 줄기차게 작품을 쓰는 것이다. 그것이 소설가의 일이라고 가슴에 새긴다.
첫 창작집에 실을 작품을 선별하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는 않았다. 우선 당선작품과 최종심에 올랐던 작품을 세상에 내보내기로 했다. 그렇게 잘 떠나보내야 새로운 작품을 또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창작집에는 소설에 대한 해설이 실린다고 한다. 그동안 나는 소설가로서 나의 작품을 객관적으로 평가받아본 적이 없다. 신춘문예에서 최종심에 올라 간략한 한줄평을 들은 게 전부였다. 평론가가 보는 나의 작품은 어떤 것일까? 내가 미처 생각지도 못한 행간을 평론가는 읽어서 오히려 내게 보여줄까? 창작집을 준비하면서 해설이 어떻게 쓰일지 궁금하기도 하다. 그러나 해설 또한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고 수많은 독자들이 내 작품을 읽고 느끼는 그 모든 것이 나는 해설일 거라 생각한다. 기왕이면 다양한 느낌의 해설이 나오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질 뿐이다.
나의 첫 창작집의 목차는 이렇게 구성되었다. 출판사가 최종 다시 편집할 수도 있겠지만 여기에 옮기는 것으로 [30년 신춘문예 소설당선 도전기]를 마친다.
김
만
성
소설
보스를 아십니까
차례
골드
서킷브레이커
보스를 아십니까
청바지
물어라 쉭
NLL
화장실에서 나를 보다
해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