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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일상 큐레이팅 - 25년의 추억 레이어

백암온천 추억여행

by 별빛소정


오늘은 어떤 하루를 보내셨나요? 저는 2박 3일 일정으로 백암온천에 다녀왔습니다. 3일간 휴가를 내니 다들 해외여행을 떠나는 줄 알더라고요. 온천 여행이라고 하니, 주말 1박 2일로도 충분한 곳을 굳이 휴가까지 써서 가냐며 의아해하는 눈치였죠. 하필 친구는 홋카이도의 온천마을에서 눈을 맞으며 온천을 즐긴다는 하얀 설경 사진까지 보내왔더라고요.



그런데 백암온천은 우리 가족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곳이에요. 신혼 시절 남편과 둘이서 이곳을 찾았던 추억이 아직도 생생하거든요. 손잡고 밤길을 걸으며 노란 달맞이꽃이 달빛에 비친 모습을 함께 감상하던 그 순간이 떠오릅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수영장에서 신나게 놀았고, 중학생이었을 땐 성류굴의 웅장한 석회암 동굴을 구경하며 감탄했었죠. 고등학생 때는 금강소나무길을 걸으면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꼈는데, 힘들어하는 딸의 투덜거림마저도 지금은 그리운 기억이 되었어요.



이번에는 남편 친구들과 부부 모임으로 다녀왔습니다. 백수 3 총사라 불리는 친구들은 여유로운 삶을 즐기고 있었지만, 저는 유일한 직장인이라 바쁜 와중에 휴가를 냈어요. 남편 친구 딸이 이번 여행에 동행했는데,달뒤로 예정된 결혼식 전 마지막 가족여행이라 특별한 시간이 되었어요. 이런 시간이 주는 여유와 힐링은 값진 보물 같아요.


온천에 몸을 녹이고, 과메기와 해산물로 첫날 저녁을 든든히 먹고 숙소에서 푹 쉬었습니다. 다음 날에는 새로 생긴 관광지를 둘러봤어요. 죽변해안스카이레일을 타며 동해안의 절경을 즐겼는데, 성난 파도가 바위를 때리는 장면을 발아래에서 내려다보니 속이 뻥 뚫리더군요. 국립해양과학관에서는 바닷길을 걷고, 7미터 아래 바닷속 전망대에서 전복, 벵에돔 등 다양한 해양생물을 가까이에서 관찰했어요. 바다 위와 바닷속을 모두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었습니다.


점심으로는 동해안 별미인 물곰탕을 먹었는데요, 신김치를 넣어 시원하게 끓인 국물이 정말 일품이었어요. 오후에는 성류굴을 방문했는데, 이번엔 헬멧이 준비되어 있어 몇 년 전처럼 머리를 부딪칠 걱정 없이 탐험을 즐길 수 있었답니다. 숙소로 돌아와 다시 온천욕으로 피로를 풀고, 저녁에는 양식당에서 스테이크와 와인을 곁들인 만찬으로 하루를 마무리했어요.


25년 전 신혼의 풋풋한 모습으로 처음 찾았던 백암온천. 아이들이 자라면서 방문했던 그곳은 여전히 같은 모습으로 우리를 맞아주었지만, 세월은 우리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온천의 물도, 숙소도 그대로지만, 우리의 추억은 층층이 쌓여 그곳에 겹쳐 보이더군요. 신혼의 두근거림, 아이들과의 웃음소리, 딸의 투덜거림까지 모든 순간이 소중한 레이어가 되어 있었습니다.



다음에는 어떤 모습으로 백암온천을 찾게 될까요? 온천의 물은 늘 같은 온도로 우리를 감싸주겠지만, 그 안에서 우리는 또 새로운 시간을 쌓아가겠지요.



이번 여행은 우리의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시간을 꿈꾸게 한 소중한 여정이었습니다. 그곳이 변하지 않아 고마웠고, 그곳에 여전히 우리가 있다는 사실에 행복했습니다. 다음에 다시 이곳에 올 때는 또 어떤 기억들이 겹쳐질지, 벌써부터 설렙니다. 지나간 시간처럼 오늘 하루도 추억으로 빛났고, 내일은 오늘을 추억할 또 다른 하루가 될 것입니다. 오늘의 일상 큐레이팅은 추억여행이라 이름 지어 볼까요. 여러분도 자신만의 특별한 추억여행을 떠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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