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떤 하루 보내셨나요? 저는 어제부터 1박 2일간 범어사 템플스테이에 참가했어요. 절복 바지와 조끼를 입으니 불교 수행자 변신 완료! 사찰 예법과 범어사의 역사, 전통에 대해 배우며, 명상을 통해 복잡했던 마음을 비워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새벽을 깨우는 사물 소리
오늘은 새벽 3시 30분, 기상 목탁 소리로 하루가 시작됐습니다. 서둘러 준비를 마치고 4시에는 범어사 대웅전을 향해 산길을 올랐어요. 4시 30분, 사찰의 전통 사물인 범종, 법고, 운판, 목어의 장엄한 울림이 시작됐습니다. 오늘 기온은 영하 7도, 올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였답니다. 매서운 바람 속에서 스님께서 가사를 휘날리며 법고를 두드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그 소리는 마치 마음 깊숙이 스며드는 듯 경건한 감정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범어사의 사물 소리는 한국의 아름다운 소리 100선에 선정되었다고 합니다. 부산에 오신다면 꼭 들어보세요. 저녁 6시에도 들을 수 있으니 일정에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108배와 염주의 의미
새벽 5시부터는 스님과 함께 법회에 참여했습니다. 이어진 108배는 몸과 마음을 동시에 깨우는 시간. 염주알을 꿰며 세상, 가족, 그리고 나 자신을 돌아보니 한 알 한 알의 의미가 소중하게 느껴지더군요. 특별히 뇌출혈로 수술을 받으신 선배님의 쾌유를 빌었습니다. 완성된 염주는 스님께서 제 목에 걸어주셨는데 그 순간 묘한 뿌듯함과 감사함이 밀려왔습니다.
아침 공양을 마친 뒤에는 스님과 차를 마시며 나누는 차담 시간이 있었습니다. 질문 하나하나에 정성껏 답해주시는 스님 덕분에 대화는 매우 유쾌하고도 따뜻했어요. 한 학생이 “스님, 너무 잘생기셨는데 왜 출가하셨어요?”라고 묻자, 스님께서 “공식적으로는 부처님처럼 되고 싶어서, 개인적으로는 할 게 없어서”라고 답하셨습니다. 어쩌면 유머로 들릴 수도 있는 이 말은, 마음의 방황을 멈추고 부처님의 길을 따르게 된 계기를 간단명료하게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예전에는 잘못하면 벌을 내렸는데 요즘 MZ세대 스님들은 벌을 주면 바로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요. 스님들도 칭찬과 격려로 교육해야 해요" 그 말에 학생들 모두 웃음 짓기도 했습니다.
템플스테이에서 일상으로
템플스테이를 마친 후 오후에는 회사로 복귀했습니다. 올해 핵심 과제를 논의하는 회의가 있었거든요. 두 시간 반 동안 진행된 브레인스토밍은 정말이지 머리를 쥐어짜는 시간이었습니다. 템플스테이에서 명상으로 맑아졌던 마음이 다시 복잡해지는 느낌이랄까요.
퇴근 후에는 PT 스케줄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새벽부터 시작된 강행군 탓에 체력이 바닥났지만, 트레이너의 “오늘은 고강도 운동으로 빡시게 갑니다!”라는 열정에 응답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중량을 늘려 스쿼트를 하는 중 다리가 후들거리고, 결국 속이 메스꺼운 상태까지 가서 근육운동은 그만하고 스트레칭으로 마무리했어요. 평소 같으면 바로 유산소 운동을 했겠지만 오늘은 건너뛰고 바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고기와 단백질의 위로
1박 2일 동안 채식 위주의 공양을 하다 보니 몸이 고기를 간절히 원하더군요. 저녁은 삼겹살, 계란, 된장찌개로 구성된 단백질 플러스 식단으로 해결했습니다. 배가 부르자 피곤함이 몰려와, 밤 9시 30분에 침대에 쓰러지듯 잠들었답니다.
마음 비우기와 삶의 에너지
새벽 3시 30분 기상에서 시작된 하루는 108배, 명상, 머리 깨지는 회의, 그리고 체력 방전된 PT로 이어지며 강렬하게 지나갔습니다. 템플스테이에서 배운 마음 비우기가 하루를 견디는 힘이 된 것 같아요. 몸과 마음 모두 강하게 단련된 날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오늘의 일상 큐레이팅은 강. 강. 강.입니다. 여러분의 하루는 어떤 모습이었나요?
